하와이 여행
오늘은 52번과 60번을 번갈아 타며 하와이 섬의 2/3의 바닷가를 보았다. 52번과 60번 버스노선이 있는데 시간이 1시간 이상 차이가 있어 1시간 40분가량 걸리는 52번을 타고 할레이바 타운을 향해 출발한다. 60번 버스가 2시간 40분가량 많이 걸리는 이유는 해안가를 따라 돌기 때문이다. 52번은 직선으로 올라가면서 코스트코를 거쳐 Pearl harber를 지나 Dol Plantation을 거치는 아주 유용한 버스 노선이다. 나는 이미 52번을 타고 유명관광지인 이곳들을 다 구경을 하였기 때문에 오늘은 노스쇼어를 관광하고 그 이후에 60번 노선으로 동쪽 해안가를 따라 여행하기로 마음먹는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너무 예쁘고 파랗다. 하와이에서의 구름은 하와이 풍경을 한층 운치 있게 해 주는 것 같다. 구멍이 숭숭 뚫린 것 같은 쿡소나무(Cook pine)라 불리는 소나무들이 가로수로 쭉쭉 뻗어있어 고충 건물이 별로 없는 한적한 하와이의 대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정신이 팔려 잠깐 멈춘 곳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할레이바 타운의 게이트가 보이자 다른 사람에 휩쓸려 내린다. 스타벅스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고 잘못 내렸다는 걸 깨닫는다. 배차간격이 거의 한 시간가량이어서 할 수 없이 길가에서 놀고 있는 병아리와 어미닭을 구경한다. 그중 한 마리 병아리는 무리 속에서 나와 도로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 다닌다. 색도 달라 미운 왕따 같은 느낌이 든다.
다시 버스에 올라타 할레이바 타운에 도착한다. 바로 정류장 앞에서 방금 보았던 닭들이 통닭이 되어 바비큐로 구워지는 맛있는 통닭 바비큐에 시선이 끌린다. 원래는 노스쇼어의 갈릭 쉬림프를 먹으려고 했으나 적당한 크기의 통닭이 구워지는 것에 끌려 반마리를 시켜 들고 나온다. 사람들은 참 잔인하다. 방금 어미닭과 놀고 있는 병아리들의 정겨운 모습에 미소를 띠었으나 몇 분도 되지 않아 닭에 침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어이가 없었다. 닭을 편안한 곳에서 먹고 싶어 노스쇼어 중앙 벤치가 놓여있는 곳에 자리 잡고 소풍온 사람처럼 도시락을 펴 들고 먹는다. 아.. 닭이 너무 맛있었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산거였는데 적당한 크기와 소금으로 간이 배어있는 닭다리를 먹는 순간 닭이 잡내도 나지 않고 소금만으로 간이 베인 바비큐 통닭이 맛있는 것이 신기했다.
내 주변엔 노스쇼어의 또 하나 명물인 shave Ice를 먹고 있다. 각자 취향의 가지각색의 시럽을 얹은 아이스크림은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원래 ice cream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곳에 왔으니 한번 먹어봐야 될 것 같아 긴 줄에 합류한다. 만드는 과정을 보니 하얀 빙수 위에다가 사람들이 원하는 시럽을 뿌려 여러 무지갯빛 빙수를 만들고 있었다. 니는 구아봐 와 망고를 주문하여 받았는데 파란 파인애플을 섞었으면 시각적으로 더 예뻤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론은 시럽이 맛있어서인지 조금 색다르게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주변을 둘러본 뒤 오늘 2번째 목표 장소인 와이메이 비치로 향한다. 나를 데려다 줄 60번 버스가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교통체증 때문이었다. 할레이바타운을 지나는 차들도 그냥 멈춰있았다. 일요일이서 교통 혼잡이 있었나 보다. 간신히 차를 타고 해변에 도착한 시간이 1시간 이상 지체되어 내릴까 말까 망설이다 용감하게 내렸다. 그리고 다음 버스를 확인하려는데 당황스럽게 다음 버스 노선이 잡히지 않는다. 이런~ 이곳은 오하우의 완전 북쪽으로 산맥이 가로막혀 버스 노선이 적은 데다가 5시면 금방 어두워질 텐데 버스 정보를 모르니 갑자기 무모하게 버스에서 내린 후회가 밀려온다. 걱정은 잠시 두고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비치로 들어선다. 버스차창에서 본 북쪽 바닷가는 파도가 거칠고 높게 올라갔는데, 와이메이 비치는 하얀 백사장이 넓게 펼쳐지고 양쪽옆에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만 높게 치솟고 있었다. 북쪽해안은 겨울철에 서퍼들이 파도가 높아 서핑을 즐기는 장소로 유명한데 서핑을 하는 사람도 적당하고, 다른 비치에서 웃통을 벗고 버스에 탔던 남자도 보드를 들고 파도를 행해 가고 있다.
백사장에 앉아 처음으로 나는 하와이에 어울리는 존재가 아니구나 생각한다. 하와이는 파도와 친하고 자연과 일치되는 사람들이 더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거북이나 물개들이 해변에서 잠자듯, 사람들도 해변에 누워 햇빛을 즐기고 있고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파도와 끊임없이 놀고 있었다. 내 앞의 연인들은 해변에서 진한 키스로 그들의 애정을 표현하고 각자의 포즈로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흠뻑 즐기고 있다. 나는 바다와도 태양과도 즐기지 못하는 방관자가 되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떨어져 앉아 바라보고 있다. 바다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햇빛도 두려워 긴팔을 입은 채 앉아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갑자기 자연과도 멀어진 불안한 외로움이 밀려온다.
돌아가는 길이 걱정되어 와이파이 되나 보았지만 되지 않아 낯선 여자에게 도움을 청해 본다. 다행히 가는 차편의 시간을 알 수 있어 아쉬운 마음으로 해변을 떠난다. 오기 힘든 와이메이비치를 본 것은 참 다행이다 생각하며, 버스를 오매불망 기다리다 올라타 감사의 마음에 '땡큐'를 여러 번 했더니 기사가 '천만에요' 하며 웃는다.
지금부터는 느긋이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버스관광이 시작된다. 곳곳이 와이키키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리조트가 마음에 들어 검색해 보니 방값이 1박에 170만 원이고 연말이라 방도 없다. 뚜벅이라도 가끔은 비싼 숙소의 즐거움을 누리는데 여긴 무리인 것 같다. 내가 가보았던 폴리네시안과 쿠알로아 렌치도 모두 60번 코스 안에 있었다.
하와이 버스는 한국과 달리 늦게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많지 않아 조금은 불편하지만 아침 일찍 출발하면 잘 즐길 수 있는 노선이 60번이다. 긴 시간이어서인지 버스 운전사들이 중간에 교체하는 장면도 흥미로웠다. 버스기사가 소지품이 든 가방을 들고 내리면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운전사가 백팩을 들고 올라탄다. 여유롭던 기사의 태도가 이해가 된다. 짧은 시간의 교대는 이들에게 느긋한 여유를 주었으리라.
버스 여행의 이번 하루는 여행을 여행답게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였다. 영화를 보듯이 관망만 하는 여행은 아닐까 생각하며 진정한 나 다운 여행의 의미는 뭘까 생각해 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