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
하와이의 별이 쏟아지는 밤을 즐기고 싶었다. 마우나케아 천문대가 유명해 가보고 싶었지만 오하우에서 출발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오하우 별자리 투어에 참석했다. 전현무의 특파원 25시에 나왔다는 전동준 씨가 이끄는 투어에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하와이 겨울 날씨가 비가 계속 내리는 바람에 날짜를 잡지 못하다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별자리를 보러 나선다.
하와이의 별은 어떤 별이 빛나고 있을까 호기심 가득 안고 준비한 봉고차에 오른다. 봉고차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서 조금 놀라웠다. 와이키키에서 30분 북쪽으로 올라가 한반도 지형의 형태가 있는 언덕에 도착하였다. 산등성에는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어둠만이 존재하고 앞에는 민가의 불빛이 한반도 형태를 보이며 빛나고 있었다.
자동차 불빛도 없는 언덕이어서인지 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밝아 보인다. 우리 차 이외에도 2대의 차가 더 와 합류한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 투어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흥미로웠다. 이곳에서 어떻게 별 투어를 하는지 궁금하였다.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투어라 그런지 행동들이 민첩하다. 일단 의자 하나씩을 나누어 주고 앉아 있게 하고 의자 앞에는 달모양의 둥그런 모형이 불을 밝힌 채 놓여있다. 순서를 정한 후 커플이나 가족들이 달을 잡고 다양한 포즈를 하며 사진을 찍는다. 기다리는 사람은 달콤한 젤리를 먹으며 캐럴송을 듣고 았었다. 잠깐 마음에 갈등이 왔다. 사진 찍기 위해 온건 아닌데 잘못 선택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올 즈음에 내 차례가 되었다. 젊은이들이어서인지 친절하고 싹싹하게 포즈 시범을 보이고 사진 촬영을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포즈도 하라고 말하는 그의 넋살에 마음이 누그러진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젊은 커플들의 다양한 포즈를 시범을 보여가며 사진 찍는 열정을 보니 신혼부부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겠다고 생각된다. 그냥 별 투어보다 모형 달과 기억에 남을 사진 찍기는 기발한 아이디어 인것 같다.
사진을 찍고 다시 이동한다.
이번에는 인적하나 없고 불빛하나 없는 바다 전망대로 이동하였다. 들려오는 소리는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시원한 바람소리이다. 이곳의 바람은 하와이 겨울바람답게 매섭게 불고 있었다. 드디어 별자리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미리 깔아놓은 앱을 하늘에 대니 지금 있는 별자리의 이름이 나온다. 하와이 겨울 하늘은 오리온자리가 대표적이라는데 특히 베텔게우스(Betelgeuse)는 오리온자리(Orion)에 속한 거대한 별로 붉은빛과 주황빛을 띠며 오리온자리의 왼쪽 어깨부근에 있는 별이다. 유난히 다른 별과 달리 붉은빛을 띠고 밝았는데 태양보다 반지름이 약 700~1000배 더 크기 때문이다. 수명 말기에 있는 별로 곧( 인간 시간으로는 수만~수십만 년) 폭발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부풀었다 줄어드는 모습이 관측되어 '숨 쉬는 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갑자기 별도 늙어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별이 늙어 느려지며 빛이 붉어지면서 그 노을 같은 빛으로 수많은 밤을 따뜻하게 감싸다 조용히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우주의 조화가 더 신비롭기만 느껴진다.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수만 년 떨어진 곳에서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지닌 채 빛을 발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더 가슴이 뭉클하다.
오늘 하늘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을 보니 목성이었다. 그런데 목성은 별이 아니고 행성이란다.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빛이 반사해서 보인다고 한다. 2025년 12월의 목성은 지구와 가까워지는 시기로 목성은 지구에 가까워지며 점점 더 밝아진다. 특히 하와이는 빛 공해가 적고 습도·먼지가 적어 별빛이 더 선명하고 강하게 볼 수 있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우나케아 천문대가 있고 다른 지역도 별을 관찰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이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은 1등 성인 시리우스이다. 시리우스는 지구와 가깝고 태양보다 약 25배 밝은 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밤하늘에서 유난히 강하게 빛난다고 한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별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 더 신기하였다. 앱으로 토성과 북극성등 겨울의 별자리들을 보고 나니 앞으로 막연하게 느꼈던 별에 대해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았다.
하와이 여름 하늘의 별들은 은하수의 중심부가 하와이 상공을 지나 무수히 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는 반면에, 하와이 겨울하늘은 오리온자리, 큰 개자리, 작은 개자리 등 강렬하면서 밝고 화려한 별들이 보석 상자처럼 펼쳐져 하늘을 빛내고 있는 것 같았다. 삼각대가 없어 잘 찍히지는 않았지만 가이드가 보여준 여름하늘의 별자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별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배를 보이며 누워 있는 것처럼’ 아래 방향으로 누운 초승달도 신기하였다. 지금까지 보았던 초승달은 여자 눈썹처럼 위에 보였는데, 하와이의 초승달은 달 아래의 부분에서 초승달이 형성되어 깜깜한 언덕 위에 걸려있었다. 찾아보니 하와이는 적도에 가까워 적도 근처에서는 달이 하늘을 가파르게 올라오지 않고 마치 수평에 가깝게 떠오르는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고 한다. 겨울철(12월)에는 태양이 남쪽으로 깊게 내려가 있어서 태양빛이 달의 아래쪽을 비추게 되고 초승달이 아래로 열린 그릇 모양 즉 웃는 모습의 형태로 보인다고 한다. 초승달의 새로운 모습은 더 신비롭고 이국적으로 보이게 하였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은 투어였으나 이번 별투어는 짧은 시간이지만 오히려 별을 볼 줄 아는 시야가 생기고 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어느 해 일본여행에서 천문대를 방문하여 내가 태어난 때의 별자리를 본 적이 있었다. 의자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돔이 열리며 내가 태어난 날의 시간과 날짜가 적힌 무수히 많은 별들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별들의 우주 기운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니 그냥 반짝이는 조그만 별들이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보았던 하늘이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동방박사가 예수아기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낯선 별 하나를 따라 떠났듯이, 하와이 겨울밤 크리스마스이브에 짙은 남태평양 깜깜한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따라간 나의 여정은, 단순한 별과 행성이 아니라 나의 삶에 직결된 또 하나의 우주 안에 속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날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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