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여행
점심을 먹기 위해 현지인들이 주로 많이 가고 바다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Salt Pond Park에 갔다. 이 공원의 이름처럼 이곳은 원주민 역사유적지이며 전통 염전이 있는 곳이다. 눈에 띄는 것은 텐트와 피크닉 테이블이 있어 주민들이 해변 캠핑을 하고 있으며 해변에 의자를 놓고 태양을 즐기고 있었다.
일행들은 투어에서 준비한 닭고기를 맛있게 먹고 바다 물개가 나왔다는 소리에 바닷가로 향한다. 이곳도 두 마리의 하와이 뭉크 물범(Hawaiian monk seal)이 모래사장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이 뭉크는 목의 주름이 수도사의 모자주름과 비슷하다고 하여 monk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멸종위기로 하와이에서만 서식한다고 한다. 물개 주변으로 '잠자고 있어요' 푯말이 부착되어 있고 역시 물개를 보호하기 위해 감시원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자는 모습이 아주 귀여웠고. 한 마리는 배를 내밀고 자는 모습이 개구쟁이 같았다. 이렇게 인간과 동물이 그리고 조류등 서로 조화를 이루어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 얼마나 될까?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편히 잠든 거북이와 물개 그리고 모래사장과 도로를 무단횡단하며 활개 치는 닭들을 보며 새삼 생명의 존중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할 생물들과의 관계를 살펴보게 한다.
1778년 캡틴 제임스 쿡(Captain Cook)이 처음 하와이에 상륙한 와이메아 타운을 거쳐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로 불릴 만큼 울창한 원시림과 나팔리 코스트의 절경, 와이메아 캐년의 붉은 협곡등을 보기 위해 산고개를 넘어 끝없이 올라간다. 하와이 지명에 와이메아라는 지명이 많아 물어보니 wai는 물이고 Mea는 붉은색이나 흙빛을 나타내 붉은 화산토가 물에 섞여 흐르기 때문에 와이메아의 지명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카우아이 서쪽에 자리한 '와이메아 캐니언(Waimea Canyon)'은 ‘태평양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이곳을 보고 ‘태평양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약 400만 년 전 화산 활동과 침식으로 형성된 지형으로 토양의 색깔도 산화되어 붉은 황토색으로 변해 카우아이섬이 하와이에서 가장 오래된 섬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한다. 깊게 파인 협곡과 붉은 흙, 그리고 초록빛 식물의 멋진 협곡 모습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랜드 캐니언과의 웅장함과는 달리 부드럽고 아름다운 협곡으로 펼쳐진다.
개인적으론 콜로라도 고원지대에 있는 그랜드 캐니언은 굵은 선을 가진 남성이라면 와이메아 캐니언은 부드러운 붉은 색깔과 초록빛을 품은 여성과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화산활동과 침식으로 빚어진 웅장한 모습에 얼마나 많은 우주의 이야기와 사람들의 숨결이 머물렀을까 생각하니 저절로 겸허해진다.
조금 지나서 와이메아 폭포가 나온다. 이 폭포도 안개에 싸여 잘 볼 수 없었다고 하는데 다행히 우리 일행들은 볼 수 있었다. 웅장한 폭포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작게 흐르는 폭포여서 조금 실망했지만 화산 지형에서 흐르는 폭포는 다른 분위기를 준다.
와이메아 캐니언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코케에 주립공원(Koke'e State Park)'이 나온다. 협곡을 보았을 때는 다행히 해가 비쳐 붉은색에 비친 아름다운 협곡을 볼 수 있었는데 얼마 지니지 앉아 가이드는 주립공원은 경치를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협곡이 보이면 공원이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말이 현실처럼 주차장에서 내리자 구름에 가려 앞을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불과 몇 분 전에 보았던 풍광은 구름에 묻혀있고 추위도 찾아왔다.
아쉬운 마음에 구름 속의 협곡을 상상하던 찰나 서서히 구름이 걷히며 모습을 드러낸다. 조각처럼 깎아지른듯한 뾰쪽뾰쪽한 절벽이 드러나자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며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절경이 구름사이로 보인다. 양쪽 산맥사이로 흰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도 보이고 심지어 지나가는 배도 보여 모두 탄성을 질렀다. 앞이 보이지 않던 순간에 빛이 들어와 모습을 드러내니 처음 풍경을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햇빛 사이로 구름이 잠시잠시 머무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가이드도 이번 주 내내 비가 와 관광객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다 보고 간다고 축복받은 여행객이라고 말해준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자연의 변화를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미지의 장소를 탐험해 가는 것은, 우리 인생의 여정처럼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갈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다행히 햇빛이 잘 비추어 나가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어느 날인가는 햇빛이 들어올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전설이 살아 있는 땅, 자연이 만든 예술 작품을 하루에 둘러보고 감상을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오화우의 모습과는 다른 하와이 엣 모습을 간직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해가 오늘따라 비쳐준 덕분에 가려진 협곡의 비밀을 잠시 맛볼 수 있었고, 공항으로 다시 돌아갈 때 비치던 선명한 무지개도 잊을 수 없다. 우리의 인생도 이번 여행처럼 삶의 햇빛을 오가며 잠시 떴다가 사라지는 무지개 인생을 살아가는 것 아닐까 생각하며 공항으로 향한다. (25.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