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떠난 두 번째 유럽여행, 3개월의 기록
2017년 6월 21일,
런던 day 3
2017.06.18~2017.09.15 / 88박 90일, 4일 차
4일 차의 아침이 밝았다. 오전 7시 32분. 늦게 잤는데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 오늘 조식은 카레였다. 먹을만했다.
그러나 오늘의 일정도 망 스멜을 가득 풍겼다. 세븐 시스터즈... 돈을 안 줘서... 계획이 엎어졌다... 나는 분명 사장님한테 오늘 세븐 시스터즈 갈 거라고 말했고, 사장님도 알겠다고 했는데 내가 돈을 안 줘서 명단에 나를 넣지 않았단다. 아니, 그럼 신청할 때 돈 내라고 하셨어야죠. 나는 차 탈 때 내거나 다녀와서 내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따 계좌 어디로 넣으라던가 그럴 줄 알았다고요... 아오. 그래서 결국 이번 주 일요일로 미뤘다. 그리고 투어비를 냈다. 26파운드.
그러면 난 오늘 뭘 해야 하는 거죠...? 원래 오늘 세븐 시스터즈를 가기로 했던 지라 뭘 할지 생각을 하나도 안 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일어나기도 일찍 일어나서 준비 다 했는데, 젠장. 어딜 가야 하나, 하다가 큐 왕립식물원을 가보기로 했다. 큐 왕립 식물원은 3 존에 위치해 있었고, 입장료는 14파운드, 와우. 나 돈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냐...?
오전 10시 33분. 초반부터 지출이 생각보다 많네, 생각하며 런던 온 지 3일 만에 다시 지하철을 탔다. 그냥 이것저것 하다 보니 도착했는데, 큐 왕립식물원의 지하철 역 이름은 큐 가든이다. 식물원 가는 길에 뭔가 굉장히 유럽스러운(?) 풍경도 보면서 도착. 입장권을 사고 인증샷도 찍어 보기.
온실... 습하다... 애주매니...
그냥 식물원이었다. 엄청나게 큰 식물원. 사실 돌아다니면서 여기가 영국인지 서울숲인지 구분은 잘 되지 않았지만, 식물원은 굉장히 컸고 새가... 새가 엄청 많았다.
오리? 새? 몰라, 아무튼 얘네들 많아서 신기해가지고 얘네랑도 같이 셀카 찍어 봤다.
영국 어린이들이 현장학습으로 많이 오는 곳인지 어린 친구들을 굉장히 많이 봤다. 귀여워... 흑흑...
샐러드 진짜 엄청 맛있는데, 양이 너무 적다. 저 샐러드가 내 최애 샐러드.
돌아다니면서 신기한 건 그냥 죄다 깔짝 거려 봤는데, 저건 또 뭔가 싶어서 들어가 봤다.
막대기를 입에 물고 구멍에 넣으면 갑자기 어디선가 소리가 나온다.
결국 걷다가 돗자리 펴고 앉아 버렸다. 정말... 앉으니까 세상 좋다...
오후 1시 40분. 한참을 앉듯이 누워 있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걷다가 발견한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하나에 2.8파운드나 하길래 먹을까 말까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그냥 눈 딱 감고 솔트 캐러멜 하나 샀다. 그리고 입에 넣는 순간 눈알 띠용. 개 맛있 어.
아이스크림 사고 사진 찍으려고 핸드폰을 꺼내려는데, 중동 사람? 같은 할아버지가 내 셀카봉을 가리키면서 뭐라 뭐라 말을 걸었다. 근데 당최 말이 너무 빨라서 못 알아 들었다. 결국 쏘리, 암 낫 언더 스탠... 하고 자리를 피했다. 도대체 뭐라고 한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출구가 대체 어디죠...
근데 정말로 여기 영국 유초딩들의 현장학습 나오는 곳인지 전국 각지에서 다 모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애기들 진짜 엄청 많았다. 여기 약간 우리나라 어린이 대공원 그런 재질인가...?
오후 3시 1분. 현재 기온 32도 실화입니까. 개 더워, 미쳤네. 런던이 30도가 넘는다고요...? 내 눈이 잘못된 거야, 아니면 이 세상이 잘못된 거야. 믿을 수 없어, 너무 더워...
숙소 가기 전에 가게 들러서 살 것. 콜라, 저녁거리, 캔 맥주, 감자칩, 납복(납작 복숭아), 내일 아침. 샐러드랑 샌드위치는 진짜 사랑이다. 개존맛탱... 숙소 가면 일단 사 온 건 냉장고에 넣고, 씻고, 그리고 밥 먹으면서 드라마 본다! 시간 되면 예능도 보고! 블로그 글도 정리하고!
이런 다짐을 하며 돌아온 숙소에서 사장님이 갑자기 밤에 맥주를 쏠 테니 이따 식당으로 오라고 하셨다. 오늘은 저녁 먹는 날이 아니어서 식당 갈 일이 없는데, 뜬금없는 사장님의 인정에 조금 신났다. 맥주를 아주 거덜 내고 말겠다. 어제 들어온 세빈이(사교성 쩔던 친구)도 함께 먹기로 했는데 진짜 애교가 엄청난 친구다. 엄청 나...
아, 테스코에서 사 온 샐러드 망했다. 개 맛없어. 이게 무슨 나물이지? 참나물? 취나물? 미나리? 아, 설마 고수인가? 정말 너무 심각하게 맛이 없고 샴푸 맛 같은 게 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고수였던 것 같다. 결국 샐러드 몇 입 못 먹고 내일 나가면서 버리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저녁에 사장님이 맥주를 쏜다면서 해준 닭볶음탕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거 없었으면 정말 저녁 내내 굶어서 우울할 뻔했다.
룸메이트가 또 한 명 입실했다. 엄청 귀여운 친구였다. 그리고 이 닭장 같은 4인실 도미토리는 결국 풀 룸이 되었다.
내가 런던 온 첫날부터 방에 있던 친구한테 런던 가볼 곳 이곳저곳을 추천받아서 메모를 해두긴 했는데, 여기 적은 것 중에 절반도 안 갔다. 그래도 그때 당시에 받아 적은 게 뭔가 아까우니 여기도 적어 봐야지.
리치먼드 파크, 햄스테드 히스 파크(크레페 버섯 치즈) 추천받았다. 일요일 아침 꽃시장. 박물관:크림 티(에프터뉸티 ㅇ일 인분, 2시부터, £6.5). 테이트 모던(현대미술), 테이트 브리튼(고전 미술), 버로우 마켓(먹거리 마켓)-테이트 모던(10층-커피)-다리 건너 세인트폴 성당 코스, 스카이가든(야경) 무료. 사이트 예약. 3주 전에.
더 리젠트 파크(로즈 정원), 자연사 박물관, 과학사 박물관, 엘버트 박물관(다 몰려있음), 코돌드-학생증 제시 무료, 프림로즈 힐, 사치갤러리!, 포토벨로 마켓(토요일)-레고 아이스 몰드, 존 루이스 백화점 샐러드(마감시간) 할인, 서브웨이
자물쇠 830. 자전거 자물쇠를 안 갖고 왔는데 이 친구는 이제 곧 귀국이라 필요 없다고 나에게 주고 갔다. 비밀번호는 830.
2017년 6월 21일 수요일. 20,947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