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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석 Nov 25. 2022

잘못된 정보

의료 인문학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볼테르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사는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처방하지만, 그 약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 알고, 그 질병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더 없고, 사람의 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로부터 250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 말이 그렇게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왜일까?


대부분 의사들은 임상의다. 직접 환자를 보는 의사란 얘기다. 약을 쓰더라도 깊은 약리학의 이론보다는 임상적인 가이드와 경험을 토대로 약을 쓰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몸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지만 한 의사가 담당하는 부위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볼테르의 말이 이토록 오래 지나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 말이다. 물론 다르게 좋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약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아지고 머릿속에 넣기에는 너무 방대한 자료가 쌓였고, 특정 질병에 대한 이해는 더 높아졌지만 여전히 새로 생기는 미지의 병은 많다. 사람의 몸을 전부 다는 모른다고는 해도 적어도 내가 집중해서 보는 부위는 더 잘 안다고.


● 겸손한 의료

치과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여전히 겁을 먹는다. 무엇보다도 아프리라는 것에 대한 공포다. 마취제가 없었을 때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치료는 마취하고 하기 때문에 치료 중에 아플 것이라는 공포는 사실 느끼지 않아도 되는 공포다. 그렇다면 치과 치료 중에 생기는 통증에 대한 공포는 마취주사다. 아프지 않게 하려는 마취주사가 가장 아픈 것이 된 것이다. 마취주사를 아프지 않게 놓으려는 무통 주사기는 그래서 계속 상품화되어서 나온다. 지금도 마취에 민감한 사람들은 인터넷 등에서 미리 알아본 제조사의 과장된 정보를 근거로 무통 마취기를 사용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통증이 조금 줄어들도록 할 뿐 예민한 환자는 여전히 아파한다. 엄청난 현대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조사가 네이밍 한 진정한 ‘무통’은 환자에게 없는 것이다. 100년 전보다 의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의사를 찾아온 환자의 아픔이 줄어든 것은 크게 없는 것 같다. 의료는 철저하게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현대 의료가 쌓아놓은 지식과 정보와 무관하게 지금 우리의 환자는 여전히 아프기 때문이다.


● 잘못된 정보도 정보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서정주, 「문둥이」, 『시인부락』 창간호, 1936년 11월.


지금은 한센병이라고 부르는 ‘문둥이’라는 당시 고통받던 존재에 대한 인간의 본성, 생명에 대한 집착을 표현한 작품이다. 어린아이의 신체 일부를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속설은 실제로 근대 초기까지 넓게 퍼져 있었고, 이를 토대로 한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고 한다.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이 타인의 신체나 피를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속설은 20세기 초까지도 상당히 폭넓게 퍼져 있었다. 유교적으로 효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것과 연관된 일화가 미담으로까지 알려지기도 했다. 병든 부모를 위해서 자신의 허벅지살을 잘라서 먹인다든가 피를 타서 마시게 해서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들이 대표적이다. 지금의 현대 의학의 개념에서 보면 야만적인 행위지만 당시에는 윤리적인 행동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니 의료와 윤리의 모호한 경계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환자의 보호자가 다짜고짜 환자 옆에서 말한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아파? 이를 해 넣고 아픈 거니까 당신이 잘못한 게 맞지? 여기저기 물어보고 인터넷에서 알아봐도 이를 해 넣고 아프니 여기서 잘못한 거라는데.” 많은 정보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나온 듯 나한테 협박조로 얘기한다. 환자는 임플란트 틀니를 하신 분이었고 임플란트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다만 틀니가 닿는 우측 부위의 통증이 심했는데 달리 상처가 있지도 않았다. 환자의 우측 입술과 볼 쪽에 수포가 잡혀 있고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봐서는 대상포진이 아닐까 해서, “제가 봤을 때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신 것 같은데요. 제가 의뢰서 써 드릴 테니까 큰 병원에 가서 검사받으세요.”라고 말씀드렸지만, “아니야, 이 심어놓은 임플란트가 문제니까 당장 뽑아주고 보상해.”라고 윽박지른다. 의사인 내가 말을 해도 믿지 않고 다른 정보에 의존해서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이런 일이 진료실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뢰서를 써드리고 결국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고 입원하셨다.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했다’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만약 환자의 말대로 그냥 임플란트를 뽑아버렸으면 얼마나 더 문제가 커졌을까.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못된 정보는 넘쳐나고 있고, 그 정보를 믿고 따르고 맹신하는 사람들도 늘 꾸준하게 존재한다. 코로나 19가 발병했을 때에도 잘못된 정보가 수없이 나왔다. 자외선 노출과 소독제 주입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거나, 5G 네트워크를 타고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황당한 정보도 대중들을 현혹했다. 예전보다 덜 야만적이더라도 정보의 전파 속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의사보다 환자가 먼저 잘못된 정보를 미리 알고 찾아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요즘 인터넷에 얘기가 돌고 있는데 선생님은 아직 모르시나 봐요?” 환자가 알고 있는 정보를 찾아서 들어가 보니 치과의사가 올린 영상이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있는데 아무런 근거가 없는 그 의사만의 고집스러운 말들이다. 대부분 치과의사들이 이걸 잘 모른다고까지 감히 얘기한다. 끝까지 보기 힘들었지만, 결국엔 다 봤다. 잘못된 정보도 정확하게 그게 왜 잘못된 것인지 얘기해 주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잘못된 정보를 버젓이 의사도 퍼뜨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인터넷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서 보기에도 바쁘고 힘든데 환자가 잘못 알고 있는 정보를 미리 파악해야 하는 현실이다. 잘못된 정보도 결국 알아야 하는 정보다. 이래저래 환자와의 대화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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