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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날들 Oct 24. 2024

책 읽다 절교할 뻔 - 구선아, 박훌륭

함께 읽는 기쁨,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애정

"함께 읽는 기쁨,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애정, 책에 관한 고민과 책방 운영의 고단함, 생활의 덜컹거림, 쓰는 사람의 시간이 담겨있습니다."라는 서문처럼 이 책은 책을 좋아하고 책방을 운영하며 아이도 키우고 글을 쓰는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는 편지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책방지기 두 사람이 읽고 쓰는 삶에 대해 주고받은 서른여섯 번의 책 편지입니다.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책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길어져 교환 편지를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서로의 일상에 스며든 책들을 추천해 주고, 또 읽고, 생각을 나누고, 글을 쓴 내용들이 이 책을 이룹니다.


책방지기의 삶은 어떨까에 대한 호기심에서 읽게 되었는데 읽는 내내 책에 대한 사유를 이렇게 나눌 수 있는 사이가 있다는 게 부러습니다. 한 작품에 대해 심도 있는 나눔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작가와 책에 대해 서로 공감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아니까요. 나만 알고 있던 보석 같은 책을 그 사람의 서재에서 발견하는 일. 심지어 밑줄 그은 문장들이 서로 같다는 걸 알았을 때 느껴지는 희열, 또 내가 알던 세계가 확장되는 영감을 주는 대화 전율. 그런 시간들을 저도 누군가와 함께 향유하고 싶어 졌습니다. 어찌나 두 작가님의 대화에 끼어들어 함께 말하고 싶은지,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읽었습니다. 특히 피츠제럴드와 젤다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좀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젤다가 피츠제럴드의 글감이자 영감이자 뮤즈라는 부분에서 무릎을 탁 치게 되었거든요. <위대한 개츠비>를 좋아해 여러 번 읽었지만, 개츠비가 작가 자신이 투영된 인물이고 데이지 또한 그의 뮤즈에서 탄생한 인물이라는 게 놀라웠습니다. 위대한 작가이기 이전에 평범한 인간이고 누구보다 안정적인 부와 사랑을 원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어쩐지 <위대한 개츠비>란 책이 더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산책자>, <양육가설>, <기후 변화 시대의 사랑>, <지옥>등 다양한 작품에 대한 배경 지식과 서로 다른 식견을 덤으로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중 몇 권의 책은 저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이 왜 <책 읽다 절교할 뻔>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가을밤 마음이 잘 맞는 두 작가님의 북토크를 다녀온 기분이 들었거든요. 도란도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풍성해진 마음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계속 구어체로 글을 쓰게 되네요. 책을 좋아하고, 쓰는 일을 계속해가고 싶은 분들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은 책입니다. 책을 읽다 어떤 문장에서 문득 저와 같은 마음을 만나게 되시기를.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루이스 캐럴)


"우리는 타인의 불행, 타인의 굴욕, 타인의 고통, 타인의 무력함, 타인의 죽음을 조금도 덜어주지 못하므로 최소한 타인을 이해하는 법이라도 배워야 한다."(산책자) (p.27)

구선아 :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그 시간에 깊은 생각을 하고 정리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물론 에너지도 채워요. 그래서 자발적 고독과 외로움을 겸비한 고독의 장인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에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p.34)


박훌륭 : 아이가 태어나고는 힘에 부치는 일이 생긴다고 하셨죠. 할 수 없어도 해야 하고 몰라도 해야 하는 일이 생겨서요.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인생은 계획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중 제일이 육아인 것 같아요. 하루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지 않아요. 요즘 자주 정답지 없는 아주 두꺼운 문제집을 푸는 느낌이에요. 아이가 태어나 자라면서 분명 저의 세계가 바뀌었습니다. 아이의 세계와 이어지고 아이와 연결된 세계들이 저에게도 이어지면서요. 나의 세계도 아직 견고하지 못한데 내가 누군가의 세계를 함께 해도 되는 건지 아니, 함께 해야만 한다는 게 덜컥 겁이 날 때가 있거든요. (p.39)


구선아 : 어쩌면 책을 읽는 행위는 과거와 미래를 끊임없이 오가는 여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항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고 현재의 나를 가지고 미래의 나를 설정하는 것이고요. 그런 면에서 과거의 나보다 발전한 현재의 나를 보는 것은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인정 욕구를 충족하는 행위입니다. (p.010)


유일하게 죽을 때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이 '작가'라고 한 조지 오웰의 말처럼 전 조금은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앞으로도 일상의 고단함에 매몰되지 않게 노력할 거예요. 훌륭님도 매우 공감되지 않나요? 아이가 있고 아이와 함께하는 삶도 아름답지만,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아무리 고단함에 짓눌려도 읽거나 쓰고요. 나의 글쓰기에 관해서는 좀 더 시간이 쌓이고 글이 쌓이면 길게 써보겠습니다. (p.203)


박훌륭: 전 깨어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믿습니다. 돈을 어떻게 벌고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가 나를 규정한다고 생각하고요. 자신을 위한 일이든 돈벌이를 위한 노동이든 모든 게 나의 정체성이란 거죠.(p.237)


책을 잘 읽으면 깨달을 수밖에 없고 깨닫게 되면 인생을 헛되게 살 수 없다. 훌륭한 독서란 책을 읽고 깨달아서 각자의 하나뿐인 소중한 삶을 더 충실히 살아가는 데 있다. 대충 살고 말겠다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더 나은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면 책을 읽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시대정신으로 당대를 살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 독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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