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이 즐거운 나이 (중장년을 멋지게 살아가는 법)

세상을 돕는 데에는 하찮은 방법도 있음을 알고 몸소 작을 일을 실천하리라

by 전경일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젊은이가 귀가 찢어져라 음악을 틀고 듣고 있었다.

지인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길인 나는 무척 착잡한 심정이었다.

참다못해 옆의 청년을 툭 건드리며 말 없이 귀가 아프다는 시늉을 하자, 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더니 볼륨을 낮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투덜대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려왔다.


“에이, 재수 없게 시리. 저 아저씨, 하드코어가 뭔 줄 알기나 하나.”


닫힌 문에 대고 일절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충분히 입 다물어야 할 나이 아닌가!

돌이켜보면 내게도 큰 소리 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내가 지르는 소리가 가장 옳다 여겼고, 심지어는 정의롭다고도 믿었더랬다.


그런데 이즈음엔 내 안에서 울리는 다른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좀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하지, 그래?’


내 안의 어떤 명령이 내게 나직하고 조용한 음계로 일상의 순간을 대할 것을 주문한다.


낮은 음계 - 그 안에 인생을 천착하는 나의 신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모든 소리에서 나란 인간은 최대한 볼륨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 안에서 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내 몸에서 나는 소리의 볼륨을 낮추는 것보다 지금 세상에 필요한 건 없다. 물론 나에게도, 듣는 너에게도.


‘낮은 소리는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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