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생활 미신과 생존기

작은 믿음들이 만드는 하루의 힘

by 달꼼

당신은 오늘의 운세를 믿는 편인가요?


나는 딱히 믿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직장에는 그런 걸 꽤나 신중하게 챙기는 사람들이 많다.


검정 옷은 기운이 안 좋다며 피하는 선생님도 있었고, 매일 아침 별자리 운세를 확인한 뒤 그날의 발언 여부를 결정하는 선배도 있었다.


심지어는 오늘은 연애운이 좋다는 이유로 중요한 보고서를 자신 있게 낸 동료도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유였으며, 조직인지, 점집인지 헷갈릴 정도였지만, 그러한 미신적 믿음은 종종 놀라울 만큼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믿지 않아도 휘둘리게 되는 이상한 힘. 나는 그것을 '직장 생활 미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자주 겪은 미신은 퇴근 직전 징크스였다. 조용하던 하루.

오늘은 일이 없을 것 같으니 조금 일찍 나가볼까, 하는 순간 꼭 누군가가 연락을 한다.


“지금 잠깐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라는 메시지는 정확히 퇴근 5분 전에 도착한다.

그래서 난 어느 순간부터 일부러 눈치를 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퇴근 전엔 일부러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눈치를 보면 정말 붙잡히는 일이 생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건 나만의 생존 전략이자 일종의 미신에 대한 역미신이었다.


그런데 이런 징크스와 미신은 왜 생겨나는 걸까? 단순한 우연의 반복에서 비롯된 믿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런 믿음들에는 반복된 패턴보다 더 깊은 이유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정말 그 징크스가 사실이라고 믿는 걸까? 아니면, 그보다는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던 건 아닐까?


예전에 한 선생님이 해준 말이 있다.

“이런 건 말이지, 로또 같은 마법이 있는 거야. 잘 안 통하긴 하는데, 통하면 진짜 좋은 결과가 오지.”


나는 그 말을 듣고 공짜 로또구나 싶었다. 말하자면 이건 실패해도 잃을 게 없는 도박 같은 것이다. 당첨 가능성은 낮지만, 혹시나 되는 날엔 자기 합리화도 되고, 기분도 좋아지고, 나름의 낙이 생긴다. 직장에서 그런 낙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게 아닐까.


사실 나는 이런 미신이나 징크스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다. '정말 이게 나의 징크스다!' 하고 말할 만한 게 딱히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가 운세에 따라 커피를 고르고, 상사의 눈치를 보며 옷 색깔을 고르는 모습을 보면 종종 낯설게 느껴진다.


그런 믿음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하루를 버텨내는 방식이 내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그것은 단순한 비합리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반복되는 피로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직장생활이란 수많은 예측 불가능한 일들 속에서 조그마한 확실함을 붙잡으려는 싸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확실함은 때때로 미신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미신이든 징크스든,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그걸 믿고 있다는 사실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을 믿는 행위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위로하고, 하루를 잘 버텨내기 위한 마음의 장치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공짜 로또를 긁으며 하루를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운세를 믿고, 누군가는 눈치를 피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매일 같은 자리에 같은 물건을 놓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의식들 하나하나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조용한 기도 같았다. 나는 그런 조용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이제는 쉽게 웃어넘기지 않는다.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식에는 나름의 진심이 담겨 있으니까.


그 진심이 바로, 이 고단한 직장 생활을 지탱해 주는 가장 오래된 미신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런 미신들은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진지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하루, 삶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그런 미신 뒤에 숨겨진 직장 동료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누구나 직장생활 속에 자기만의 공짜 로또 한 장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다음 이야기에서 작은 징크스들을 털어놓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 편하게 함께 웃으며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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