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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패왕 Nov 04. 2022

그 남자, 좋은 간호사-인정투쟁과 악의 평범성 사이

그 남자좋은 간호사

                                                    (스포일러 거의 없음)

이 영화는 2022 10. 2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이다기자 찰스 그래버가 실제 인물인 찰스컬린의 살인 사건을 취재를 바탕으로 출판한 책인<그남자좋은 간호사>를 원작으로 했는데 토비아스 린드홀름이 연출하였다     




1.이 영화는 범죄 스릴러 장르이다.

범죄스릴러물은 대체로 범인은 누구인가?  범죄의 원인은 무엇인가범인을 어떻게 체포하는가?를 주로 다루는데 이 영화는 범인은 어떤 사람인가?에 집중한다     


1) 범인은 누구인가?

 범죄물은 흔히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처럼 오리무중인 범인 찾기 게임을 전개 시키곤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범인찰스 칼린(에디 레디메인)은 예측가능하고 그 예측이 너무 쉬웠기에 혹시나 반전이 있을까 했지만 역시나 반전은 없다반전 없는 스릴러 영화라니이는 실제 사건에 기반을 두었고 그 범인의 실명을 사용하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보여진다그건 범인은 누구인가 보다는 범인은 어떤 사람인가를 묘사하는데 주안점을 두었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존재한다이는 이 영화의 관심이 범행 수법이나 범인 잡기가 아님을 암시한다 고 볼 수 있다     


2) 범죄의 원인은 무엇인가?

범죄의 원인은 살해 동기도 포함하지만 그 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범죄스릴러는 최민식 전도연 주연의 <해피엔드>처럼 범죄의 원인이 주가 되는 영화가 있다하지만 이 영화에서 찰스 컬린은 자신의 범죄 동기를 결코 밝히지 않는다감독도 원인에 대한 강박관념이 없는 듯 하다범인이 살해 동기를 밝히지 않은 것처럼 감독도 범죄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는다이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관객의 숙제로 남겨 놓은 것이다이로써 관객은 범죄의 원인을 추측하고 해석해야만 한다달리 말하면 감독은 관객에게 원인을 강요하거나 윽박지르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원인일 수 있고 아무 것도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감독의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3) 범인을 어떻게 체포하는가?

 범죄 스릴러 영화는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추격자’>처럼 범인을 잡는 과정추격과 도피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에 집중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 영화에 그런 숨바꼭질은 없다범인과의 숨막히는 두뇌 싸움도 격렬한 추격씬도 없다추격과 도피 없는 범죄영화이다

물론 체포하는 과정이 있기는 하다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의외이다이 영화의 반전이자 클라이 맥스라 할 수 있다이 영화의 주제이고 주요한 스포일러 이다     


4) 범인은 어떠한 사람인가?

이 영화는 범인은 어떠한 사람인가를 묘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하지만 그의 과거나 개인사는 극히 간략하다남자 간호사이며 이혼하고 혼자 사는 그는 가끔씩 자신의 아이를 만날 뿐이다극히 외롭다는 표현은 하지 않지만 극히 외로운 남자라는 사실은 읽을 수 있다또한 그가 싸이코 패스라든가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든가 하는 모습은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직접 실행하는 범행장면도 없다오히려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에이미와 그녀의 두 딸을 살뜰히 챙긴다감독은 연쇄살인범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만을 보여준다감독의 의도는 무엇일까?     



2. 이 영화는 리얼리티(reality)를 강조한다

 이 영화는 극적 요소나 과장이 없다짜내기도 없다범인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노력한다카메라는 객관적 시점과 거리를 유지한다범인을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에이미(제시카 차스테인)도 무조건 영웅시 하지 않는다홀로사는 그녀 또한 두 딸을 부양하기 위해 의료보험 문제로 병원측을 속여야만 한다. . 병원측의 냉혹한 처사형사들의 헌신 뿐만 아니라 무능한 모습도 여과없이 보여준다우리가 처한 현실처럼 영화속에 완벽한 악마도 완벽한 천사도 없다스릴러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실망이겠지만 이 사건을 냉정히 평가해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바람직한 연출이다     


3. 이 영화는 병원 내 살인 범죄를 다루고 있다.

1)병원 내 범죄

뉴저지주의 파크필드 기념병원 310호실의 애나 마르티네스 환자가 사망한다연이어 어린 딸을 둔 켈리라는 환자도 사망한다경찰이 강도강간을 저지르는 만큼이나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를 죽이는 일일 것이다도둑에게 금고 맡기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병원내에서 입원중그것도 중환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들은 이것이 정상적인 치료과정인지 범죄인지 식별해 내기가 쉽지 않다그것은 모든 증거를 병원측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설사 증거가 있다하더라도 거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의사의 고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병원측을 상대로 기나긴 법정 투쟁을 해야하는 문제가 남아있다가난하고 힘없는 피해 유족으로서는 알면 병이 되는 그저 첩첩산중일 뿐이다     


2) 병원측의 은폐

병원의 비협조는 예상된 결과이다자신들의 형사 민사 책임외에 직원인 의사와 간호사를 보호하고 환자들의 신뢰을 잃고 싶지 않은 본능의 발로이다영화는 병원의 비협조 문제와 범죄은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그들은 찰스 컬린의 범죄를 눈치 챘으면서도 그를 다른 사소한 문제를 걸어 해고시키고 일을 조용히 마무리 한다그가 거쳐간 거의 모든 병원이 이렇게 해결하였다

 

3) 두 환자의 공통점

병원내에서 살해당한 두 환자는 모두 여성 환자이고 중환자이며끔찍이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여기서 영화에 명확히 나타나지 않은 찰스컬린의 범죄의 동기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찰스컬린이 화목한 가정의 여성을 증오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또한 중환자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자신만의 아집과 편견을 엿볼 수 있다이점에서 그는 악행을 저지르고도 죄의식이 없는 악의 평범성을 엿볼 수 있다          



4. 이 영화는 인간의 이중성 상대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식칼기계가 광어에 배치될 때는 횟감을 생산하나 강도의 손에 접속될 때는 범죄가 발생하듯이 범인과 병원에이미는 어느 것과 접속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1) 범인

연쇄살인범 찰스 칼린이 화목한 중환자 여인에 배치되면 연쇄살인범이 된다그가 에이미와 그녀의 두 딸에 접속되면 자상한 남자친구와 보호자가 된다어느 것에 접속하느냐에 따라 그는 천사와 악마사이에서 줄을 탄다이중 어느 것이 그의 본 모습인가?  어느 쪽이 그의 진정한 자아아이덴티티일까     

2) 병원

병원이 일반환자에 배치될 때는 생명의 은인이자 천사로서 기능한다모든 병원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 영화속 병원은 자신의 내부 직원의 범죄와 접속되자 얼굴을 바꾼다피해자의 구제와 범죄자 처벌이라는 정의는 과감히 내팽개쳐 버리고 은폐와 침묵 부인의 길로 들어선다오로지 꼬리자르기로 해당 직원을 다른 이유를 들어 해고하고 만다그뿐이다진실이 드러나면 손해배상해야 하고 병원의 신뢰도 저하에 내원 환자 수가 급감할 뿐이기에 비 영리를 생명으로 하는 병원이 영리 앞에서 그 가면을 드러내는 것이다영화속 병원만 그런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3) 에이미(제시카 차스테인) _

심장병을 앓고 있는 에이미는 해고의 두려움에 병원을 속인다거기다 자신을 위해 심장약을 절도하는 찰스 컬린의 행위에 눈을 감는다그러나 컬린이 환자를 살해 했다는 증거를 확인한 후 그녀는 그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형사와 합동작전을 펼친다

이처럼 에이미는 자신의 심장병과 결합하면 두 딸을 부양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자이지만 연쇄 범죄자와 배치되면 정의의 수호자가 된다그녀는 혈당이 잘못되었다며 누군가 이중 약물 치료로 인해 인슐린을 주입했다는 것을 경찰에게 알려준다이는 범인 체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4) 어느 것이 진짜 얼굴인가?- 들뢰즈의 기계 배치론

영화속 주요 등장인물 모두가 이중성 상대성을 보여준다어느 것이 진짜 모습일까어느 면이 진정한 자아이고 정체성(identity)일까둘중 하나는 가면이고 하나는 진짜일까둘다 가짜일 지도 모르듯 양쪽 모두가 진짜 얼굴일지도 모른다이는 타고난 본성이나 자아는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모른다상황이 어떠하냐어느 것에 접속하느냐어느 것에 계열화하느냐이에 따라 사물의 성격이 바뀌듯이 인간도 마찬가지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이로써 타고난 단일한 인격이라는 자아의 신화인 근대의 스캔들은 무너진다인간의 이중성삼중성이야 말로 진실한 인간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5. 이 영화는 인정 투쟁을 그리고 있다

병원마다 해고 당하고 전전하던 찰스는 파크필드 병원에서 에이미를 만난다파트너가 된 에이미는 그에게 따스하게 대해준다그녀의 호의에 찰스 역시 혼신의 정열로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그녀를 돌본다아내와 이혼하고 아이들과도 떨어져 사는 찰스 컬린은 결국 에이미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의 두 딸을 살뜰하게 보살핀다연쇄살인범에 어울리지 않는 행로이다이는 어디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떠 돌다가 자신을 사랑으로 인정해 주는 에이미를 만나 비로소 그는 자아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낀다찰스의 에이미에 대한 사랑이 진심이었음은 그녀의 설득에 주저하고 회피하던 그가 마침내 응답함으로써 입증된다.

에이미의 설득에 의한 컬린의 자백은 사랑 결핍증이그 누구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의 연쇄 살인 범죄의 강력한 동기이자 원인임을 암시한다 하겠다이는 그가 싸이코 패스나 특별한 흉악범의 범주에 드는 것이 아니라 그도 보통 사람과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겠다이와 관련하여 감독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영향을 받은 듯 하다     



6. 이 영화는 악의 평범성을 반영하고 있다

                                                           - 참조 위키백과/나무위키

1)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은 독일계 미국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1963년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한 개념이다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고 아렌트는 주장했다.     


2)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1960이스라엘의 첩보 기관 모사드가 나치 독일의 친위대 장교 겸 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을 체포하여 예루살렘으로 압송하였다그 후 아이히만은 기소되어 1961년 4월 11일 공개재판이 열렸는데이를 참관하던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에 대한 평론을 작성하여 책으로 출판한 것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이 책이 충격적인 이유는 수많은 학살을 자행한 아이히만이 아주 사악하고 악마적인 인물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매우 평범했다는 점이다아이히만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친절하고 선량한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이 어떻게 엄청난 학살을 자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해서 그녀가 내린 결론은 바로 악의 평범성이다악의 평범성이란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악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이처럼 악이 특별히 악마적인 어떤 것에 기원하는 게 아니라는 아렌트의 주장은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고이 책이 출간된 후 수많은 논쟁이 벌어졌다결국 아렌트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기계적으로 행하는 일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무사유(thoughtless) 그 자체가 바로 악이라는 의미일 것이다아이히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자신의 기계적으로 행하는 일을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것은 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반론

 책이 발간된 후 아렌트의 주장에 대해 많은 역사학자들이 반론을 제기했다반론 내용은 아이히만은 결코 명령에만 충실하게 따르는 "평범한관료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아이히만은 반유대주의 성향을 보이는 급진적인 나치당원이었고인종적 정화에 집착했으며오스트리아에서 1933년에 독일로 이주하기 이전부터 이미 열성적인 친위대 행동원이었다고 주장한다그의 범죄는 전체와 평범함으로 희석 시킬 수 없는 행위였다고 주장한다스탕네트 "악은 평범하지 않았다더불어 그가 법정에서 한 말들은 모두 그가 꾸며낸 거짓말이며 결국 그도 죄를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다른 범죄자와 똑같은 인간이었다고 주장한다.     


4) 사례

역사적으로 악의 평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매우 많다특히나 군 조직과 같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강하게 자리 잡은 곳에서는 더욱 심하다가까운 역사에서는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국민들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른 군인들의 사례가 있다악의 평범성과 관련하여 군 조직에서는 언제나 '상관의 불합리한 명령에 복종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딜레마가 있다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것은 군인의 도리가 아니지만 불합리한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직장 등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의 따돌림과 괴롭힘의 문제에도 악의 평범성을 발견할 수 있다조직의 분위기가 특정인을 괴롭히고 따돌리는 방향으로 형성되면 구성원들은 기계적으로 해당 분위기에 맞는 행동들을 하게 되고결국 악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여기서 말하는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조직 바깥에서는 악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5)이 영화 찰스 컬린의 경우

찰스 컬런은 29명 살인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다실제 피해자 수는 4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컬런은 끝내 살해 동기를 밝히지 않았다찰리 컬런은 현재 뉴저지 주립교도소에서 18번의 종신형을 살고 있으며가석방 신청은 2403년에나 가능하다컬런은 16년 동안 간호사로 일했는데 근무했던 병원 대부분이 컬런에게 의구심을 품었지만 그의 범행을 저지하거나 폭로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병원들을 상대로 이뤄진 형사소송 절차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찰스는 관료조직의 일원으로서 행위한 것이 아니라 단독 범행이라는 점에서 아이히만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또 찰스의 행위가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하지만 수많은 환자를 살해한 연쇄 살인범이라면 우리는 흔히 사악하고 악마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갖지만 찰스는 전혀 그런 싸이코 패스적인 인물이 아니었다그는 인정받고 사랑 받고 싶은 하나의 보통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또한 그는 가망없는 중환자를 살해 함으로써 그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었다는 사명의식으로 자신의 죄의식을 상쇄 시켰음이  분명하다즉 죄의식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이러한 점에서 찰스는 악의 평범성을 입증하는 인물이라고 보아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7. 맺으며

 이 영화는 400명에 달하는 환자를 살해하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찰스 컬린의 이야기를 담담하고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진실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병원측의 태도에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었던 경찰들은 그저 속수 무책일 뿐이었다의외로 문제를 해결해 낸 것은 정의롭고 헌신적인 에이미의 컬린에 대한 진정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악의 평범성과 인정투쟁사랑으로서 상대를 인정해 주는 것의 소중함을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는 것도 보람찬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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