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후회하지 않게 다른 사람을 대하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
양심 고백을 하자면 요 몇 주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보 같아 보였다.
모두가 엄청 왜소한 고릴라 같아 보였다고 해야 될까?
한국에서 서른에 가까운 여성에게 응당 바라는 기준에 부합하려 노력한 몇 달이,
나 역시도 세속적인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상황을 불러일으켰다.
나에게는 이미 시작된 인연 중에서 아직은 끊어낼 수 없는 중년 남성이 있는데(스승),
이분과의 식사가 정말 즐거웠을 때도, 정말 짜증 났을 때도 있었다.
경제학과 교수님으로서 숫자 감각이 부족한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신 점심시간이 여럿 있었고,
불쾌한 갑질로 기분을 상하게 한 저녁 식사도 몇 번 있었다.
첫 번째 갑질을 체험했을 때 '기득권이면 다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조용히 차단하지 않고 매년 안부 인사를 드렸던 이유는 그분이 기득권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나의 무의식을 분석해 보자면.
어찌 됐든 증권사 출신의 교수를 길고 얇은 인맥으로 두는 것이 출판사만 다녀본 평범한 직장인인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으니, 가끔 피어오르는 마음속 불만도 참고 가야만 했다.
그런데 진정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아량이 없다 보면, 무의식에 계속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도 '네가 그러니까 ---하지', '이런 것도 없는데 저렇게 굴어도 되는 거야?'
나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세속적이고 못된 평가를 타인에게 내리고 있는 요즘이었다.
약속시간에 한참 늦게 와도 나보다 더 성실하다고 (세간에) 평가되는 경제학 교수님도,
옆테이블에서 여자 동기를 희롱하는 얘기를 하고 있지만 (겉으로 볼 땐) 우직해 보이는 명문대생도,
갑자기 길거리에서 밑도 끝도 없이 번호를 알려달라는(상대방에 대한 어떠한 분석과 맞춤 공략도 없이) 남성들이나, 그런 남성들에게 주목받고 싶어 아슬아슬한 굽높이의 하이힐을 신고 있는 여성들이나 모든 인류가 미워 보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이상행동을 보이는 왜소한 고릴라 같아 보였다.
그런데 어쩌면 어떠한 콩고물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찝찝한 저녁 식사도 견디고 있는 평범한 20대 후반 직장인 여성인 내가, 뭐가 다르다고 타인들을 우습게 보고 있을까 싶기도 한 그런 생각에 내 얼굴과 바깥쪽 사람들이 지나가는 식당 통거울을 바라봤다.
어릴 때부터 이런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낄 때면 아빠한테 쪼르르 가서 모든 걸 다 털어놨었는데,
이제는 물리적으로 그럴 수 없고 다른 누군가에게 그 역할을 기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말없이 재즈만 틀어놓고 지낸 몇 주였다.
이 세속적인 상황에서 잠수 타고 사라지고 싶다,
그래.. 실천해 보자!
충동적이지만, 주말에 갑자기 엄마랑 오빠와 함께 잠수를 타보기로 했다.
일명, 다이빙 체험
한 발자국만 밑으로 내려가도 바로 이퀄라이징(코를 막고 코를 푸는 듯한 동작)을 해야 하고,
핸드 사인으로 상황을 보고 해야 하는데
세상에서 한 발자국만 내려가도 이렇게 고요해지다니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다니
10m 지하에서 엄마와 오빠가 내려오길 기다리는 시간 동안 꽉 막힌 귀로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인생은 생각보다 연약하니, 모두에게 친절하기를"
다음 날 강의 준비 때문에 늦을 수도 있는 교수님을,
젊을 때 여러 사람 많이 만나고 싶어 할 수 있는 청춘들을,
그래도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어서 재테크도 배우고, 삐딱선 안 타고 있는 나 자신을
모두 예쁘게 봐줄 수 있는 친절함을 놓치지 않기를.
아빠도 함께 와서 다이빙을 했다면 참 재밌었을 텐데..
끝도 없는 아쉬움이 남지만,
아빠가 있는 그곳이 곧 우주고 바다라고 했다.
우리 가족들이 깊은 물속으로 들어간 그 시간에 같이 헤엄치고 있었다고 믿는다.
인생은 우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연약하다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연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