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로켓을 4번째 발사시킨 소회
흔히 스타트업을 로켓이라 부른다. 그런데 모든 로켓이 발사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나로호가 발사에 여러 차례 실패한 것처럼 어느 로켓이든 발사 후에 궤도를 이탈하거나 폭발할 수 있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발사하지 않는 경우다.
첫 번째 회사
첫 회사의 경우 인수합병과 관련 있는 회사였다. 내가 입사하던 시즌이 A.B사의 인수합병시기였다. 두 회사의 연봉이 조정되고 스톡옵션이 오가고 여러 소리가 많았던 시기다. 어느 부장은 차를 뽑았다더라, 누구는 이사한다더라 등등의 나쁘지 않은 소식들이 많이 들렸다. 하지만 나는 '관련사'여서 직접적 수혜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있고 머나먼 뉴스가 아니라 생각보다 가까운 일인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 내가 본 사람도 수혜자라는 것.
두 번째 회사
두 번째 회사는 스타트업 연합체로 출범하여 1년 만에 유니콘이 된 회사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첫 번째 회사에서 발사에 성공한 로켓이 지금 또 성공적으로 발사가 된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은 진짜! 로켓이구나?라는 생각이 자리 잡을 때쯤 회사가 망했다.
나는 입사 3개월 차였고 그 정도 전조도 읽지 못하고 정말 순식간에 망했다. 3달 안에 망할 줄 알았으면 신규 채용하지 않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당연한 생각이 당연하지 않으리만큼 순식간에 망했다.
당시 나는 지방에 살고 있었고, 해당 회사에 다니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기에 멘붕상태였다. 달랑 500만 원만 가지고 서울로 와서 우선 친구 집에서 기거하며, 3개월 수습 기간이 끝나면 집을 구하려 했다. 그런데 다시 회사부터 구해야 한다니?라는 생각에 앞이 깜깜했다.
10년 넘게 업계 2위였던 회사였고 전년도 재무제표도 멀쩡했다. 우수기업 딱지와 이노비즈(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한 인증) 딱지가 붙어있던 회사다. 매출액이 200억이 넘었고 사원 수는 100여 명. 고작 3년 차인 내가 감히 로켓을 다시 타도 될까?
한번 출발한 로켓이 터지는 경험을 하고 우주미아가 된 느낌을 느낀 후로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다.
스타트업이 성공하면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1. 연봉 1억? 차라리 대기업이 더 빠를 것이다.
2. 상장 시 스톡옵션 혹은 보너스.
몇천-억 단위로 지급되는 기업도 있으나 해당 부분은 대표의 재량으로 0원 지급될 수 있다. 사원들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3. 로켓이 발사되는데 내가 이바지했다는 기여감?
해당 기여감으로 두 번째 회사까지 다녔으나, 내 로켓을 띄우는 게 아니면 소용없다는 것을 더 빨리 배운 듯하다.
세 번째 회사
세 번째 회사를 선택할 때는 망하지 않을 회사를 고르는 게 가장 중요했다. 물론 모든 입사에서 망하지 않는 회사를 고르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대기업 퇴사 후 사업을 하면 10번 중 1번 성공한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으나 그 9번의 회사가 내 회사가 되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안일한 사원 체리 씨. 하지만 한번 회사가 망하는 경험 후 멘탈 조각모음을 하고 지금부터라도 걸러보기로 했다.
1. 매출액 100억 이상 > 2번 회사도 해당
2. 사원 수 20명 이상 > 2번 회사도 해당
3. 업력 5년 이상 > 2번 회사도 해당
4. 마케팅팀이 2명 이상인 회사 > 2번 회사도 해당
5. 인당 매출액 1억 이상
6. 대행/투자의 구조가 아닌 스스로의 수익이 있는 회사
1~4번의 항목은 2번 회사도 해당하는 항목이기 때문에 새로운 5, 6번 항목이 중요했다.
결론적으로 세 번째 회사는 망하지 않았고, 6번의 이유로 연봉협상도 매우 수월했다.
네 번째 회사
네 번째 회사는 상장에 성공했다.
늘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성장을 했으며 인원도 빠르게 늘었다. 내가 입사했을 때는 50여 명이 안 되었는데 내가 퇴사할 때는 거의 150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그만큼 퇴사자도 많았다. 나는 고작 3년 차인데 입사순으로 20번 안에 들었다.
네 번째 회사가 상장에 성공했으나 임직원들에게 크게 무언가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얻어갈 수 있는 것은 로켓 발사에 성공한 멤버라는 훈장 정도? 우리사주를 구매할 수는 있었으나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 연차별로 제한되어 있었다. 당시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이 제한적이어서 나는 구매하지 않았다. 현재 상장은 완료되었다.
로켓 발사에 성공한 멤버들은 자신들의 로켓을 만들기 위해 떠난다. 성공 보증수표가 붙어 투자도 쉬이 받아내고 더 큰 부자가, 혹은 대표가 되는 길을 찾아 떠난다. 하지만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될지는 또 몇 년 후의 일이다.
네 번째 회사에서 건강이 매우 나빠져서, 나는 이 로켓이 나의 열정을 담아 날아가는 로켓인 줄 알았는데 내 척수를 뽑아가는 로켓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마저도 연료통은 분리되어 나는 상공의 공기를 맡을 수 없었다.
자세히 쓰려면 한이 없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스타트업 소회.
사실 지금에서야 '스타트업 다시는 안 간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 내가 대표가 되어 이번 로켓 잘 발사시켜봅시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열정 페이라는 말이 어울리고 과중한 업무가 가득한 그곳에서 어떤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어떤 것을 얻어 나올지는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7년간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것을 역으로 잃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이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