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한 대장님

군산시 장자도 대장봉 산행기

by 아진

직장생활에 지친 나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홈쇼핑에 나오는 해외여행관련해 이곳저곳을 검색해 보았지만 경비, 연차, 날씨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 보니 갈 곳을 정하기 힘들어 내년 3월에 좀 더 근사한 곳을 가자는 옆지기의 꾐에 넘어가 해외여행은 포기했다. 그러나 내 몸과 내 마음은 계속 좀 쉬게 해 달라고 졸랐다. 내가 왜 사냐? 돈은 뭘 하려고 버냐?라는 질문이 계속 올라온다. 그래서 옆지기의 방학도 이번 주면 끝이라 갑자기 너무나 갑자기 "가자" 어디로 "바다로" 어느 바다로" 서해로" 아 그럼 안 가본 곳이 어디더라? 군산이 떠올랐다. 군산! 몇 년 전 오빠가 직장 관련 약 1년을 살면서 놀러 오라고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가 보지 못한 곳. 그게 내 마음에 오롯이 걸려 있었을까? 군산에 가고 싶었다

결정하고 나니 일사천리로 곧바로 뒷날 2일간의 연차를 내고 저녁에 옷가지를 챙겨 다음날 군산으로 출발했다.

여행을 시작할 때 그 기분~

모든 골칫거리는 생각이 안 난다. 난 그 골칫거리 가득한 이 세상을 떠난다.

어떤 사람이 "여행은 죽음"이라고 표현하던데 아마 자기 안의 습관적 삶이 끝나고 새로운 경험이 시작된다는 지금의 나의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아 그 사람이 대단하다 싶다.

군산 새만금의 시원하고 드넓은 바다를 가로질러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에 도착했다.

점심은 당연 바다회로 정했다. 어디로 갈까 검색을 해서 가는데 이 집이 유턴을 해서 돌아가야 했다 유턴 지점에 가니 어촌계 횟집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어촌계라면 갓 잡아 싱싱하고 인심이 많아 풍성할 것 같아 장소를 급변경했다. 낯설다 괜히 들어왔나 아 맞다 아까 검색할 때 별로 하고 했던 그 집이네ㅠ 회정식 2인분을 시켰다. 우리 고장에선 귀한 방풍나물등 기본반찬과 함께 새우, 해삼, 낙지, 방어, 등등 열 가지도 넘는 회가 나왔다.

아~이 정도면 대단한데..시그니처 회는 나올까? 안 나올까? 검색을 해 본다. 정식 2인상에는 회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진가 보다?? 하는 순간 큼직큼직하게 썰은 회가 한 접시 나온다. 완전 대박!! 열심히... 많이... 먹었다.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식사를 마치니 오후 2시가 가까워진다. 무계획 여행이다 보니 다음 일정이 없다.

오다 보니 대머리 산 두 개가 눈에 들어왔었다. 그곳이 대장봉... 군산 가볼 만한 곳에서 본 것 같다 횟집아저씨께 여쭈니 계단으로 가지 말고 숲길로 갔다가 내려올 때 계단으로 내려오란다.

물을 사러 편의점에 들렀더니 숲길로 가면 길이 없어 돌아오는 사람이 많더라며 계단으로 가란다 언제 가보셨냐고 물으니 젊었을 때 가보았단다 그녀는 할머니였다.

횟집의 좋은 이미지와 함께 횟집아저씨 말을 듣기로 했다.


여행을 간다고 한껏 멋을 부린다고 발목까지 오는 치마와 블라우스를 입었다 다행히 신발은 운동화를 신었다. 옆지기와 대장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숲길도 좋고 바다도 한눈에 들어와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시작은 너무 화려하고 행복했다.

차츰 등산은 그냥 눈으로만 풍광을 바라보는 놀이가 아니라는게 현실로 느껴질 땐 산모기가 웽웽거리며 물어대고 땀이 나니 옷은 감겨 불편하다못해 극도로 예민해져 왜 여기 왔냐고 투정이 시작된다. 대머리 산은 암산이라 바위를 기어올라가야 했다. 땀, 모기, 그리고 가장 큰 원인인 열심히.. 많이..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먹은 음식 탓에 숨을 가파지고 위는 부담스러워 힘겨운 상태가 되었다. 옆지기는 평소 등산으로 다져진 사람이라 어서 가자 독촉을 하지만 내 상황은 극한상태였다.

나무를 양쪽에 잡고 숨 고르기를 하는데 진짜 죽을 것 같았다. 이 숨을 쉬지 못하면 죽음으로 가는구나~34도라는 여름날씨, 위팽창, 호흡곤란, 모기떼 습격... 이럴 때 진짜 자아 그놈을 불러본다. 살려달라고 네가 정말 있다면 증명해 달라고... 한참 나뭇가지를 양쪽으로 붙잡고 앞은 절벽, 또 그 앞은 서해의 더 넓은 바다...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라앉아간다.

대장봉~!!!

잊고 있었네. 네 이름이 대장봉이라는 것을

대장이라는 말 아무에게나 붙는 이름이 아니지 않은가? 정말 대장이다

정상에 가니 해발 142m.

옆지기는 식사를 한 후에는 바로 운동을 하면 어쩌고 저쩌구 자신의 전공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잘 알면서 왜 이런 상황을 만들었지? 욕이 나오려고 한다.

내려올 땐 계단으로 내려왔다 아찔한 경사의 계단이 많다

대장봉~!!!

넌 묵묵한 대장이었어~

다음에 또 만나자는 말을 좀 못 하겠네. 안녕~~~ 좋은 추억줘서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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