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동(Fluctuations) : 미세한 떨림의 위대한 확장
우주의 탄생 직후 양자요동의 미세한 떨림은 가장 단순한 형태의 진동을 따랐고, 이는 급팽창(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증폭기를 거쳐 거시 세계로 뻗어 나갔다. 초기 우주의 뜨거운 플라스마 속에서 형성된 거대한 파동, 그것이 바로 바리온 음향 진동(BAO)이다. 이는 우주 배경 복사(CMB)에서 음파 진동 패턴으로 관측된다.
이 밀도 요동이 거대한 스케일로 확산되면서 그 통계적 패턴은 가장 자연스럽고 무작위적인 형태인 종 모양의 정규 분포인 '가우시안 분포'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수렴된다. 이는 초기 에너지 씨앗이 특정 지점에 머물지 않고 우주 전체의 위상으로 퍼져나갔음을 의미한다. 이 거시적인 '확산'의 과정은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와 놀랍도록 일치한다. 양자 입자의 상태를 나타내는 파동 함수는 측정되는 순간 한 점에 국소화(수렴)되며 '붕괴'되지만, 이후 슈뢰딩거 시간 진행을 따르며 다시 물결처럼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간다. 이러한 미시 세계의 파동 함수 확산과 거시 세계의 가우시안 분포의 근원은 결국 같다. 평형점을 향해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가장 순수한 운동, '단순조화진동(Simple Harmonic Motion)'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우주가 미시와 거시라는 층위를 넘어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된 물리 원리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같은 패턴이 느껴진다면 PASS~ 이제 조용히 파도처럼 밀려오는 음악을 감상해 봅시다.
우주 교향곡
이제 초기 우주의 밀도가 밀려오고 소멸해가는 태초의 파도를 상상해 보자. 중력은 물질을 끌어당기고 복사압은 이를 다시 밀어내며 만들어진 거대한 '우주의 맥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 배경 복사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을 흐르고 있다.
서막(잠복): 구별이 없던 원시 플라스마 상태. 빛과 바리온(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 중성자)은 하나였고, 암흑물질은 중력으로 바리온을 끌어당긴다. 이때 중력과 압력의 작용-반작용이 진동, 즉 소리파를 만들어냈다.
1악장(등장): 빛, 바리온, 암흑물질이 본격적으로 상호작용하기 시작한다.
2악장(도망): 바리온을 둘러싼 빛은 중력에 반발하며 암흑물질로부터 최대한 멀리 도망친다. 서서히 기억이 희미해지며 에너지가 낮아진다.
3악장(붙잡힘): 암흑물질은 바리온을 끌어당기고, 힘이 빠진 빛은 더 이상 바리온을 지켜주지 못한다.
4악장(이별): 모두 지쳐갈 무렵, 빛이 먼저 달아난다. (광자의 분리)
5악장(변신): 빛이라는 방어막을 잃은 바리온은 스스로 '중성수소원자'로 변신하여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6악장(희망): 홀로 남은 바리온이 우주 배경 복사 산란면에 멈춰 선다. 불은 꺼지고 음악은 멈춘 듯 보이지만(암흑시대), 스스로 다시 빛을 내는 별이 될 때까지 숨을 고르는 중이다.
감추어진 악보가 모습을 드러내다.
우주 전체를 가로지르는 매끄러운 균일함 속에는 10만 분의 1이라는 미세한 온도 차이인 '불균형'이 숨어 있었다. 우주는 결코 무의미한 무질서의 덩어리가 아니었다. 이 미세한 온도 요동이야말로 차가운 구름 속에서 별과 은하가 탄생하고, 마침내 우리가 존재하게 된 우주적 근원이었다.
우주의 교향곡이 멈추고 남은 흔적 : 바리온 음향 진동(BAO)
바리온 음향 진동은 바리온이 빛과 어둠의 줄다리기에서 요동한 흔적이다. 우주의 원초적인 이 소리가 우주배경복사 파워스펙트럼으로 표현된다. 들리는 음악을 주파수별로 분리하듯이 하늘에서 오는 빛의 각도를 분해하는 푸리에 기법을 사용하여 이처럼 진동수별로 분리해 낼 수 있다. 위 그림의 CMB 파워 스펙트럼의 '봉우리(Peak)'들은 바로 이 거대한 진동이 남긴 화석과도 같은 흔적이다.
우측 그래프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곳은 빛과 바리온이 암흑물질부터 탈출하는 1악장에 해당하는 곳이다. 가장 높은 곳은 2악장 바리온이 암흑물질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을 때 남긴 흔적이다. 이 고지를 기점으로 다시 내려오는 곳은, 3악장 암흑물질의 중력을 향해 다시 빨려들어가는 지점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바리온들이 빛과 분리되고 정체되어 잔잔한 파도처럼 아주 약한 진동만 남게 된다.
우주의 초기는 그야말로 울렁거리는 뜨거운 플라즈마 상태였다. 물질(바리온)과 빛(광자)이 서로 뗄래야 뗄 수 없을 만큼 강하게 결합한 이 유체 속에서, 미세한 밀도 요동은 거대한 음파(Sound wave)를 만들어냈다. 이 음파는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퍼져나가며 수축과 팽창을 격렬하게 반복했다. 그러다 우주의 온도가 충분히 낮아져 마침내 물질과 복사가 분리되는 순간, 우주를 울리던 이 거대한 음파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때 음파가 나아간 최대 거리(Maximum sound horizon)는 우주 공간에 거대한 '구 껍질' 형태의 흔적을 남겼다. 이 껍질의 반지름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우주의 팽창 속도와 거리를 재는 표준 척도로 사용하는 바리온 음향 진동(BAO) 스케일이다.
실제로 은하의 분포를 측정해 보면, 거리가 약 4억 9천만 광년(150 Mpc)인 지점에서 분포 확률이 약간 높아진다. 이는 바리온 음향 진동이 우주 구조에 새겨놓은 선명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That scale — the acoustic scale — then gets frozen-in to the Universe’s memory once neutral atoms form, because there’s no further interaction between the leftover radiation from the Big Bang and the normal matter. 음향 스케일은 중성 원자가 형성되면서 우주의 기억에 얼어붙게 되는데,
이는 빅뱅에서 남은 복사(방사선)과 일반물질 사이에 더 이상의 상호 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정리노트.
우주 배경 복사의 10만 분의 1도라는 미세한 온도 차이는 단순한 노이즈가 아니였다. 무질서해 보이는 우주의 노이즈를 푸리에 분석으로 분해하고, 가우시안 분포의 확률망으로 모았더니 우주 교향곡의 숨겨진 악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악보의 선율에 따라 이제 우주는 단순한 폭발의 잔해를 넘어, 150 Mpc(약 4억 9천만 광년)라는 거대한 표준 척도를 지닌 거대 구조로 성장한다. 우주의 온도가 낮아지고 빛과 물질이 분리되어 중성 원자가 형성되는 순간, 이 음악은 시공간의 기억 속에 얼어붙는다. 미시적인 양자 파동의 확산이 거시적인 우주 구조의 뼈대가 된다. 비로소 소음(Noise)의 혼돈을 벗어나 음악(Music)의 질서로, 그리고 거대 구조라는 웅장한 우주적 대성당으로 도약한다.
엔딩크레딧.
우주는 소리를 끄는 대신 '저장 버튼'을 눌렀습니다. 사라진 음악은 은하와 별의 지도로 태어났고, 우리는 지금 그 장엄한 플레이리스트 속을 걷고 있는 중입니다
<참고자료>
파동함수의 시간진화 로저펜로즈 저 <마음의 그림자>509p
[사이언스] 은하들의 '거리 두기'에 Zosia Rostomian/LBNL/SDSS-III/BOSS숨은 암흑에너지의 증거
우주교향곡 그래프 출처: 빅뱅 때 바리온·암흑물질, 떨어지며 소리파 만들어 | 중앙일보 : 저자가 재구성 응용함
바리온음향진동 두은하간 거리 그래프 출처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Zosia Rostomian/LBNL/SDSS-III/BOSS
바리온음향진동 파도 그래프 출처Tour
:https://background.uchicago.edu/~whu/physics/tourpage.html
바리온음향진동 사진 : http://www.sdss3.org/surveys/boss.php., Zosia Rostomian, LBNL
얼어붙은 기억 밀도각인 http://zuserver2.star.ucl.ac.uk/~mts/webpage_dev/BAOs.html
다음 화 예고. 우주 초기의 숨겨진 모습을 '음악'으로 감상 했다면 다음 화에서는 온도의 색과 패턴이 새겨진 '그림'으로 감상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