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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배 Sep 28. 2022

미국이 CBDC에 진심인 이유

국제 이슈

“불가능해 보일 수 있는 디지털 달러를 현대 기술은 가능하게 할 수 있다.”
-Joe Biden-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3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전방위적인 보고서 제출을 장관들에게 요구했다. 여기에는 재무장관, 국무장관, 법무장관, 국토안보부장관, 국가정보국장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미국 과학기술국에서는 ‘미국 CBDC 시스템 기술평가 보고서(Technical Evaluation for a U.S.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System)’를 지난 9월 8일에 발간했다.     


보고서는 "CBDC가 빠른 국경 간 거래를 촉진하며, 지속 가능한 지불 시스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민의 금융 접근 가능성을 높여 포용과 형평성을 촉진하며, 불법 금융 거래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 외에도 ‘가상자산이 기후 및 에너지에 미치는 영향’, ‘CBDC의 기술적 설계 선택지’ 등 다양한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를 기반으로 9월 16일, 미국의 첫 디지털 자산 개발을 위한 포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가 공표됐다. 

출처: White House

이러한 행보는 지난번 연준의 “아직 CBDC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과 다소 변화된 태도다. 미국은 왜 갑자기 노선을 변경한 것일까?     


첫 번째는 금융 서비스의 진입장벽이다.


보통 개발도상국이나 정세가 혼란스러운 국가에서만 금융 서비스 사용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백악관에 따르면 현재 약 700만 명의 미국인이 은행 계좌가 없다. 2,400만 명은 고액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비은행 서비스 사용으로 금융 취약성에 노출되어 있다.

     

댄 슐먼, 페이팔 CEO는 “디지털화폐 세상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를 대변하듯 다양한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 페이도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간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계좌가 있어야 한다.     


계좌 없는 사람은 많지만 스마트폰 없는 사람은 적다. 민간 섹터는 이미 많은 부분 디지털화됐지만, 현금은 디지털화되지 않았다. 결국 계좌 없는 사람들은 금융 서비스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디지털화폐가 있다면 계좌 없는 스마트폰 보유자도 금융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하고 범용적인 금융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가상화폐의 부상이다. 


크립토 시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 미국에서도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규제를 고려했겠지만 시급한 사안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빠른 송금을 지원하는 리플과 각종 스테이블코인은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은행은 국경 간 송금에 3일 이상 소요되는 스위프트 시스템을 이용한다. 하지만 리플이나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다면 적게는 몇 초 많게는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심지어 수수료도 저렴하다. 문제는 금융 범죄와 안정성이다.      

출처: Cointelegraph

금융 중개인의 부재와 익명성은 자금 세탁, 불법 자금 조달 등 광범위한 범죄를 가능케 한다. 여기에 테라루나 사태는 사적으로 생산된 돈과 그로 인한 금융 실험이 시장과 국민에게 미칠 위험성을 체감케 했다. 이에 미국은 가상자산의 불법 사용 방지를 위한 규제·감독 및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상자산이 제공할 수 있는 편리함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불안전한 코인을 규제함과 동시에 보다 안전한 디지털화폐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의 DCEP다.    


IMF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 통화를 탐색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그중 중국이 가장 공격적이다. 중국은 CBDC를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라고 부르고 있으며 발행 및 유통을 치밀하게 준비 중이다. 

출처: CBDC Tracker

중국은 DCEP를 이미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최근에는 4개국 20개 은행과 실사용 테스트 완료를 발표했다. 사용처를 자국만이 아닌 국제 결제 시장으로 넓힐 계획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직은 미국 달러가 국제통화의 기준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필연적인 시기에 미국만 지체된다면 달러는 충분히 위협받을 수 있다. 대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미국만의 디지털화폐를 구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달러가 디지털화된다면 기축통화로서의 지위 유지에 유리해질 것이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 국가들은 개인정보에 특히 민감하다. 그래서 미국은 CBDC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국 CBDC는 통제에 유리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많은 독재 국가가 중국식 CBDC를 원할 것이고 도입하기도 비교적 쉬울 것이다. 하지만 사생활 보장이 중요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격하게 거부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CBDC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과연 미국은 국민이 나아가 세계가 인정할 수 있는 CBDC를 개발할 수 있을까? 만약 제대로 된 CBDC를 만들게 된다면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은 물론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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