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골 마을 골목에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책방
햇살마저 따뜻했던 그 가을.
아직도 책방에 놓여있는 이 의자들을 보면 마음배가 든든하게 불러옵니다. 책방에 놓인 다른 가구들에 비하면 제법 값이 나가는 아이들이지만, 사진을 찍을 때마다 제 몫을 톡톡히 하는 녀석들이기도 하지요. (역시 가격은 중요한 요소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보석을 찾아낸 나야나, 라고 우기고 싶습니다만 ㅎㅎㅎ ) 그 때 의자 한개의 가격이 얼마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키 큰 놈이 17만원, 키작은 놈이 15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태원의 가구 거리에도 뭔가 기성품 같은 느낌의 10만원 초반 의자들이 즐비했습니다. 반대로 3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더 마음에 드는 독특한 의자들도 많았어요. 가격과 느낌 사이에서, 한참을 오락가락 오가다가, 선택한 두 녀석이었습니다. 우리의 초라한 예산에는 꽤나 큰 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의자 한개는 내 사비로 지불하고, 책방 문닫는 날 , 내가 가지고 와야하나 언니에게 소심한 질문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하지만 언니는 흔쾌히, 의자 두개의 값을 지불해 주었습니다. ( 다행히 언니도 두고두고 이 의자들을 애정했어요.)
어떤 날에는 인테리어의 완성이라는 조명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책방을 하기로 결심하고, 책을 모티브로 한 조명은 꼭 만들고 싶었습니다.
파리의 서점에서, 중고 책 몇권을 직접 골라왔습니다. 내용은 전혀 알지 못했지요. 단지, 두께와 느낌, 책등의 색깔 만으로 고른 책이었습니다. 책방에 꼭 어울리느 조명을 만들려고요!
드릴로 책 등을 뚫고(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들께는 왠지 죄송한 마음입니다만,)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해 둔 동그란 조명을 결합해봅니다.
길이도 적당히 달라서 서로가 방해가 되지 않게, 요리조리 조절해 보았어요.
그렇게 완성된, 책방 리브레리의 책 조명!
제 입으로 말하긴 좀 민망하지만, 책방에 오신 손님들께 내가 만들었다고, 수백번은 자랑한 것 같네요.(민망한거 맞나요?ㅎㅎ)
책방이, 내 손에서 내 눈앞에서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마도 영원히, 그해 가을의 냄새를 겨울로 들어서던 공기의 감촉을, 잊지 못할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집 셋째와, 그리고 언니의 다섯째와 사랑에 빠지고 있었으니까요. 자식을 낳아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공감하겠지만, 세상에 태어나 제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는 한없이 거친 생명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수 있을까요.
이제는 그 어떤 것도 돌이킬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