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나나라이온 Jul 19. 2023

웹3 커뮤니티 마케팅이 유독 힘든 이유 (Part 2)

2년차 웹3 마케터의 슬픈 회고록

2) 제품을 사용해줄 소비층의 부재


위처럼 로드맵대로 프로젝트를 운영하지 못해 문제가 커진 사례가 있는가 하면, 본인들이 설정한 로드맵대로 꾸준하게 사업을 발전시켜나가는 프로젝트 팀들도 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들의 경우, 보통 코인 출시 시점과 제품 출시 시점의 간극을 적당한 넓이로 잡는다. 그래야 사용자들이 차익 거래하고 남은 적당량의 프로젝트 코인을 제품에서 사용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담당했던 일부 프로젝트들도 종종 한국 커뮤니티 유저들 중에 몇 명이 제품을 사용해봤고, 피드백은 있었는지 자주 물어보곤 했다.

이는, 프로젝트 팀에선 당연히 물어볼 만한 질문이다. 그러나 커뮤니티 매니저였던 나는 선뜻 답을 줄 수가 없었다. 실제로 제품을 사용해본 사람이 많아야 10명도 안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디파이(DeFi)나 NFT 기반의 프로젝트는 유의미한 피드백을 수집하기 용이했다. 커뮤니티 유저들 중 대다수가 코인을 투자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 사용에 어느 정도 이해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외 디파이 및 NFT 프로젝트들은 매니저가 한국 커뮤니티에 사용법을 배포하기도 전에 이미 유저들끼리 열심히 어떻게 플랫폼에서 코인이나 NFT를 운용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편이다. 문제는 이보다 높은 기술적인 이해도를 요구하는 프로젝트들의 경우다. 탈중앙 클라우드 서비스, 탈중앙 신원증명 프로토콜, 비수탁형 자산관리 프로토콜 등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혼잡해지는 서비스들에 대한 국내 타겟 소비층을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와도 같다.

예를 들어, 아카시 네트워크(Akash Network)는 탈중앙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한 프로젝트로, 그들이 세부적으로 원했던 타겟층은 일반 코인 투자자가 아닌 개발자들이었다. 본인들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피드백을 받고, AWS나 구글 클라우드 대비 어떻게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지 등을 알고 싶어했다. 문제는 당시 한국 개발자들 중 블록체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들이 많이 없었을 뿐더러, 있어도 대다수가 AWS를 사용하는 편이었다. 물론 어찌저찌 국내 개발자 커뮤니티의와 연이 이어져 아카시 네트워크 사용법도 알려줬고, 상세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결국 개발자들로부터 아카시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위한 입문 단계에서부터 이미 피로함을 느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는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중간관리자로써 국내 개발자들의 피드백을 곧이곧대로 전달하면 프로젝트 팀에서 실망할 것을 잘 알았기에 나는 온갖 언어유희와 완곡어법을 통해 프로젝트 측에서 나름 만족할 정도의, 적당히 솔직한 피드백을 전달해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프로젝트 팀은 얼추 만족하고 넘어간 듯 보였기 때문에 한숨을 돌릴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 이따금 다른 프로젝트에서 비슷한 요구사항이 들어올 때도, 서비스를 사용해줄 충분한 유저 수를 구하지 못해 결국 언어유희로 대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대면할 때마다 내 안의 자신감이 위축되어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3) 단편적인 유저와의 소통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기 전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앞으로 비판 대상으로 등장할 유저층이 코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모든 유저를 타겟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 중에서도 현명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코인에 투자하고, 멤버들과 재밌는 소통을 이어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아울러, 애초에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포지션은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 및 고객응대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유저들과의 충돌이 있다해서 불만을 토로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인 커뮤니티 유저들 중에서도 가장 상대하기 힘든 유형을 뽑자면 코인 시장에 대해 무작위, 무근본으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이다.

프로젝트 커뮤니티를 담당하면서 프로젝트의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관심을 두는 유저도 다수 존재했지만, 대부분은 코인의 시세와 동향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이는 앞서 언급했듯 당연한 현상이다. 유저들 대다수는 프로젝트가 날 얼마나 먹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커뮤니티에 입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들과 코인시장, 거시적 움직임 등 현실적인 얘기를 나누는 것은 커뮤니티 매니저가 가질 수 있는 한 가지 매력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매우 이상적인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보통은 코인들이 상장 후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거기에 물린 사람들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나 물렸는데 왜 가격 안 오르냐?
제품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니까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프로젝트 팀은 각성하고 제품 관리에 신경써라!
매니저가 잘 소통했으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것 아니냐? 책임져라!


이와 같은 다양한 피드백이 커뮤니티에서 난무한다. 심지어 이 정도면 매우 이성적인 비판에 해당하는 편이다. 무차별적으로 다른 유저들에게 시비 거는 유저, 근거없이 프로젝트를 비방하는 유저, 분위기 깽판치는 어그로성 유저 등 커뮤니티 매니저로써 분위기 관리하기 어렵게 만드는 유저들이 종종 등장하기도 했다. 맘 같아선 이들에게 누가 칼들고 코인 사라고 협박했냐(일명 “누칼협’)고 으름장을 내놓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고객응대가 주요 업무인 커뮤니티 매니저가 함부로 행동했다가는 순식간에 유저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이 프로젝트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게끔 유저들의 기분에 맞춰 대응해왔다.

하지만 코인 시장은 회복할 기미가 안 보이고, 프로젝트 팀도 시장 상황에 따라 제품 출시 일정을 미루면서 불명확한 업데이트 내용만 공유하고, 유저들은 배상하라고 주장하거나 프로젝트는 망했다고 포기해버리는 상황이 매일, 매주, 매달 일어난다. 정말이지, 고역의 연속이 아닐 수가 없다. 다른 서비스업에서 종사하는 고객응대팀에 대한 연민과 존경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임시대응만 나오는 상황 속에서 유저들의 질타와 비난을 맨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그 분은 부처임이 틀림없다.


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 매니저는 웹3, 블록체인 업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직무다. 새로 출시한 프로젝트의 제품, 코인에 대한 피드백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팀에게 전달하고, 그런 와중에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지 않도록 유저들과 소통을 이어갈 수 있어야 시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웹3 업계에서 커뮤니티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기존 마케팅 시장은 플랫폼 자체에서 유저 개개인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지만, 웹3는 개인정보 수집이 훨씬 까다롭다. 웹3에서는 메타마스크와 같은 전자지갑이 신분증 역할을 담당하지만, 전자지갑은 개인 정보 없이 누구나 만들 수 있으며, 생성 가능한 수량에 제한도 없으니 누가 플랫폼을 사용하는지 알 길이 없다. 때문에 코인 관련 지식에 대해 빠삭하고, 서비스도 능숙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저들이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의 존재가 그만큼 필요하다.


커뮤니티 매니저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 역시 회의감을 느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커뮤니티 분위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왔다. 해외 팀과 조율해 커뮤니티에 AMA도 주관하고, 유저들의 관심이 식지 않도록 에어드랍 이벤트도 기획하고, 심심하지 않게 코인 관련 소식들도 꾸준히 공유했다. 이 중에선 프로젝트 측의 미숙한 운영으로 결국 방치되는 커뮤니티도 있었고, 악질적인 코멘트만 달려 관리하기 힘든 커뮤니티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소식을 꾸준히 전달하고 유저와 소통할 커뮤니티 매니저가 없을 경우,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유저의 목소리를 들을 창구가 사라지는 셈이다. 일반 기업들도 유저들과의 소통을 위해 SNS 개설, 고객응대 팀을 만들어 꾸준히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집해 제품 및 회사 방향성을 개선해나간다. 그러나 웹3의 경우, 대다수가 스타트업이다 보니 고객응대 팀을 꾸릴 인력이 부족하고, 결국 트위터나 디스코드와 같은 SNS가고객응대 플랫폼 역할도 같이 수행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아무리 커뮤니티 매니저 업무 자체가 제품 방향성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레퍼토리가 반복 되는 업무만 담당하는 것 같더라도 프로젝트 운영에 핵심적인 부품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커뮤니티 매니저를 통해 개인적으로 얻어갈 수도 있는 점도 많다. 이전에는 코인 시장을 투자자의 관점에서 밖에 바라볼 수 없었다면, 커뮤니티 매니저를 통해 사용자, 투자자, 개발자 등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커뮤니티를 잘 운영하기 위해선 시장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업계에 대한 소식도 꾸준히 스스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만약 본인이 웹3 분야에 관심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작게나마 커뮤니티 매니저로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해보는 바이다.

작가의 이전글 웹3 커뮤니티 마케팅이 유독 힘든 이유 (Part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