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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라이온 Aug 20. 2023

중국아, 넌 어쩜 이렇게 안 변하니

중국 광저우 여행 후 고하는 나의 사소한 분노 제기

중국 광저우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를 뵙기 위해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중국에서 오래 살아본 나, 이미 중국의 좋은 점도 겪어봤고, 나쁜 점도 겪어봤다. 그래서 내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취업한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중국의 기술 개발 속도에 맞춰 문화 인식도 많이 개선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혹여나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도 “중국은 이전에도 이게 문제였었지”하며 태극권 추듯이 흘려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국 아주머니한테 인종차별도 당해보고, 시장에서 덤탱이도 쓴 적도 있고, 억울하게 도둑이라고 몰려 처음 보는 중국인이 내 손목을 잡고 경찰서를 끌고갈 뻔했던 적도 있었다. 이만큼 산전수전 겪어봤는데 중국 여행 중에 사소한 트러블 생긴다고 불쾌할까.


결론적으로, 광저우 여행 전반은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와 함께 관광지도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마침 날씨도 선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소하지만 나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경험들도 있었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선됐을 법도 한데, 과거에도 중국 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현상들이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에 적지 않게 화가 났다.   


1) 무리한 차선변경


광저우에서 겪은 첫 번째 충격은, 고속도로, 일반도로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너무 무단으로, 무리하게 차선을 변경한다는 것이다.

여행 중 내가 묵었었던 호텔은 시내 중심에 위치했다. 이른 저녁 시간대에 나가면 퇴근 시간이다 보니 호텔 앞 도로는 항상 정체되어 있었다. 퇴근길에 차 밀리는 것 즈음이야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문제는 차가 몰린 상황에서 굳이 무리해서 옆 차선에 끼어드는 차량이 너무 많았다. 택시나 자가용 차나 조금이라도 일찍 가려고 옆 차량과 추돌사고 일어날 수도 있을 정도로 훅 들어온다. 솔직히 육안으로 봐도 어차피 꽉 막힌 상황에 차선 변경한다고 빨리 퇴근할 수 있을 것 같아보이지도 않는데 굳이 비집고 들어온다.


아울러, 깜빡이를 키고 들어오는 차도 손에 꼽는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무리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 빡치지만 이해한다. 그러면 적어도 최소한의 예의, 규칙은 지켜야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여행 중 목격한 차량들은 예의고 뭐고 일단 내가 먼저 출발해야 한다는 욕심이 너무 잘 보인다. 들어오는 차나, 비켜줘야 하는 차나 절대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양보하는 순간 본인이 조금이라도 늦게 집에 도착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조금도 움직여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4박5일 여행하면서 눈 앞에서 접촉사고 현장만 3,4번은 본 것 같다. 오죽하면 과격하게 운전하는 편인 아버지도 광저우에선 절대 차는 혼자 못 몰겠다고 할 정도였다.   

2) 화장실 에티켓


기술이 발전한 만큼 중국 화장실도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훨씬 깨끗해졌고, 사람들 편의에 맞게 화장실도 발전했다. 호텔 근처의 백화점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세면대 수전 자체에 건조기가 달려있어 손을 씼고 바로 말릴 수 있었다. 굳이 젖은 손을 문 앞에 있는 건조기까지 가져갈 필요가 없이 그 자리에서 말릴 수 있다는 편의성을 보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타인을 위해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은 부족해보였다. 단적인 예로, 공중화장실도 아닌 백화점 화장실 내 변기석에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공중화장실이야 한국이나 중국이나 지린내도 나고, 휴지도 제때 공급 안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공중화장실에 대한 위생 상태에 대해서는 애초에 많이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백화점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쾌적하고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면 본인이 아무리 흡연이 마려워도 화장실에서만큼은 참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니었다. 기어코 화장실에 연초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피는 사람들이 여럿 존재했다. 이는 비단 호텔 근처의 백화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심지어 숙식하던 호텔에서도 비상구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등 아직 지정된 장소에서 흡연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만 해도 80, 90년대에는 대학교 강의실 내부랑 복도에서 담배를 종종 피곤 했다는 소문을 들었을 정도기는 했다. PC방에서도 원래는 자유롭게 흡연이 허용됐다. 하지만 지금은 규제를 통해 지정된 구역에서만 흡연이 허용되거나, 흡연을 금지하게 만들어 웬만한 곳에는 더 이상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즉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이를 잡으려는 움직임이 안 보인다는 점이 화가 난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깨끗한 화장실을 중요시하는 나한테 화장실을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더욱 나를 빡치게 만든다.   


3) 무료 콜키지


사실 이 부분은 분노보다는 경악과 감탄이 반반 섞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버지가 여행 마지막 날 좋은 식당에 데려가겠다며 비싼 술을 챙기라고 하셨다. 당연히 콜키지 비용을 내고 외부 술을 가져가는구나 싶었지만, 되려 식당에서 외부 술 반입을 허용한다고 말하셨다. 식당에서도 술을 판매해 버는 매출이 있을텐데 어떻게 바깥에서 술 가져오는 게 가능한지 의심됐다. 하지만 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이내 금방 설득되버렸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술 중 모조품을 섞어 판매하는 사례가 너무 많자 중국 정부는 아예 외부 술 반입을 허용하고 권장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가짜가 중국 내부에 판을 치고 다니고 이를 정부에서 다 규제할 수 없어서 외부 음료를 반입할 수 있게 했을까 싶었다. 정부의 역량을 탓할 수도 있지만, 모조품을 만들어 팔아 소비자에게 손해를 주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사기꾼들을 전부 잡기란 힘들다는 것은 안다. 그렇기에 이들을 잡기 보다 외부 물품 반입 관련 규정을 오히려 완화해 국민들의 편의성을 챙겨주는 정부의 과감한 선택에 약간은 감탄하기도 했다.


한국은 물가상승으로 인해 소주 한 병도 5천원이 된 상황에 식당에서 소주 한병 시키려면 벌써 최저 시급의 반 이상이 깎여버린다. 만약 한국도 비슷한 규제가 도입된다면 소비자들이 본인이 원하는 만큼 싸게 술을 사와 식당에서 즐길 수 있는 상상을 하면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물론 세계에서 알콜 중독자가 가장 많은 국가로 5위에 뽑힌 한국에겐 다소 적합하지 않은 규정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소비자들은 많이 좋아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어째서 예전부터 존재해온 나쁜 습관들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면 짜증이 났지만, 이내 중국에서 오래 산 다른 친구의 의견을 듣고 어느 정도 수긍하기는 했다. 과거에 비해 GDP가 높아졌다지만 중국은 아직 빈부격차가 심하고, 못 사는 사람들은 문화적 인식을 신경쓸 정도로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공장소, 대중교통을 깨끗하게 사용한다는 인식이 박힌 국가는 전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 편이며, 경제적으로 잘 발전했다 알려진 미국도 지하철도 더러운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지역 차이, 문화적 차이도 당연히 작용하겠지만, 애초에 문화적 인식을 개선한다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사람이란 선천적으로 좋고,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나아지려 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는 믿음이 강했기 때문에 여행 중 불편한 경험에 분노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다. 헬렌 켈러처럼 아무리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어도 발전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좋게 변할 수 있다고 내심 굳게 믿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경제적, 문화적으로 발전하려고 하는 중국을 보며 나의 내재적인 믿음 또한 크게 작용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저우 여행에는 많이 만족했기 때문에 사소한 분노의 순간들을 쉽게 소화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고 하면, 사람이든, 단체든 너무 쉽게 좋은 면만 보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대상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현실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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