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섬에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진다는 날이다. 홍합을 따러 가자는 남편 성화에 못 이기는 척하고 따라나섰다. 조개채취에는 별로 흥미가 없는 나로서는 귀촌생활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냥 옆에서 구경만 하라는 단순한 권유가 따라나서게 되는 동기가 된 셈이었다.
오전 9시 30분이 물이 가장 많이 빠진 시간대라서 집에서는 2시간 전에 하섬을 향해 출발했다.
그곳에 이르자 먼발치 바다에는 벌써부터 조개를 잡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는 숨겨진 보물이 있는 듯, 모두 열심히 집중을 하며 파고 또 파댔다. 썰물의 흔적이 남아있는 주름진 바닥을 밟아가며 남편의 뒤를 따라가는 데, 어찌나 빠르게 걷든지 홀로 뒤처지게 되었다. 아마도 물이 들어오기 전에 캐야 된다는 압박감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 모양이다. 따라오든 말든 관심을 저버리고 가는 사람이 순간 야속하기도 했다. 옆에서 구경만 하라는 감언이설(甘言利說)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참 뒤에는 어느 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구별할 수도 없었다.
멍하니 있는 것보다는 노느니 하나라도 줍는 게 도리라 싶었다. 준비해 온 도구가 손에 없어서 모래밭에 하나씩 보이는 노랑조개를 줍기 시작했다. 물이 자작하게 남아있는 돌 틈에서 홍합 한 개를 줍고, 새 꼬막도 옆에 있어 두 개 주웠다. 하나씩 모아지는 재미가 쏠쏠하게 느껴졌다. 이런 맛이 있어서 조개를 캐는 모양이었다.
얼마 후에 남편은 나타났고 들고 있는 통 안을 들여다보니, 홍합은 한 개도 보이지 않고 따개비만 보였다. 웬일이냐고 물으니 바위 쪽에 물이 다 빠지지 않아서 따지를 못했다는 넋두리 섞인 말을 하였다.
이런 상황에 물들어 올 시간은 가까워져 간다.
따러간 홍합은 포기하였고 조개 캐기로 전환하였다.
무조건 바닥을 긁는다고 조개가 나오는 건 아니라서 여기에도 인내와 숨은 노하우가 필요하였다.
지역 주민들은 조개 캐는데 선수여서 검은 망 자루는 배가 불러있었다. 하지만 외지인들 통은 조개의 양이 거기서 거기... 소소한 행복 그 자체였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물이 곧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10분 간격으로 재촉하였다. 바다가 내어주는 2시간 속에 작은 행복을 선물로 받았다. 잡아온 조개로 어떤 요리를 할까? 칼국수? 순두부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