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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희 Mar 02. 2024

고창 떡이 시집간 이야기

출처: 네이버블로그


 전라도 방언에는 호가 있다. 그래서 고창 댁‘을 ’ 고창 떡‘이라고 부른다. 고창 떡은 현재 80세가 넘으신 마을 어르신이다. 시집간 인생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풀어주신 고창 떡 어르신께 감사드린다.


 전북 고창군 어느 마을 이장 댁에는 야무지고 어여쁜 19살 된 처녀가 있었다. 같은 마을에는 180cm의 큰 키를 가진 21살인 총각도 있었다. 그 총각은 소나무 가지 울타리를 서성이며, 집안을 자주 들여다보고, 또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처녀네 집을 자주 들락거렸다고 한다.


 둥근달이 환한 어느 날 밤이었다. 처녀는 친구와 놀다가 같이 잠을 자고 있었다. 그 친구는 체격이 컸고, 처녀는 아담 했었단다. 갑자기 방문 틈으로 큰 남자손이 이불속으로 쑥 들어와 더듬기 시작했다. 처음 잡힌 손은 큰 손이어서 만져보고 싶었던 손이 아니었다. 다시 더듬어서 만져보니 작고 보드라운 손이라 총각의 손은 떨려왔다. 떨리는 총각의 손으로 처녀의 손을 만지 작 거려도 처녀는 꿈나라에서 깨어나지를 못했다. 이 사실은 처녀가 시집가서 신랑한테 들었던 말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수심이 가득 찬 일로 처녀를 부르셨다.

“옥례야! 옥례야! 이리 좀 들어오너라!  니가 그놈하고 연애질을 해서 애기를 뱄다고 소문이 났든디 그 말이 사실이냐?”

“오메 아부지 먼 말씀이대요? 손만 잡은 거밖에 없는디요.”

 처녀는 너무 기가 막혀 딱 죽고 싶었다. 그리고 이 헛소문을 퍼트린 작자는 한 사람뿐이라고 짐작이 갔다. 분이 가득 찬 마음에  그 집을 향해 길을 가는데 마침 깊은 계곡하나가 보였다. “내가 이놈을 만나 따지고 돌아오는 길에 이 계곡에서 몸을 던져 죽어야겄다.” 고 마음을 먹고 그 집에 도착해서 총각 어머니를 불렀다.

“항암떡! 항암떡! 종구 좀 나오라고 핬쇼!”

“오메 니가 어쩐 일이냐? 종구는 지금 어디 가고 없다.


 마당에 서서 총각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는데 , 총각 부모님은 처녀더러 방에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총각 부모님이 밖에서 방문을 덜커덩 잠그고 나올 수 없게 강금을 하였다. 아이고!이걸 어쩌나.이렇게 난감한 일을 당한 처녀는  집을 나온 지 벌써 3일이나 지났었다. (여기서 식사와 화장실 문제는? 여기에 대해서 고창 떡은 말씀이 없으셨다.)

 


 처녀가 방 안에서 들으니 “이불이 세 채요. 한복은 세 벌은 해야지라” 하는 혼수 이야기가 들렸다. 며칠 후 혼수 준비가 다 마쳤는지 , 드디어 방문이 열리고 모르는 어른 몇 명이 한복을 입히기 시작했다. 처녀는 싫다고 발버둥을 쳐 댔지만, 이길 힘이 없었다. 어른 두 명은 처녀를 억지로 들어서 큰 절을 시키고 말았다. 결혼식 하객은 큰집 어른들만 있었고, 친정 부모님은 딸이 행방불명이 되었으니 이 일을 어찌알겠나. 이런 상황메서 친정부모님도 없는 결혼식을 하게 되었단다.


그 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신랑각시로 연을 맺고 건강히 잘 사시고 계신다. 처녀가 너무 욕심이 나서 거짓 소문을 퍼트렸고, 더 나아가 방안에다 강금을 시키고, 억지로 예식을 올렸던 옛날이야기이다.

 


 지금이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젔을까? 현재 우리가 생각한다면 어처구니가 없는 결혼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100년도 안된 이야기이다. 이 야기를 들여다보면 옛 시대를 살았던 한 많은 여자의 인생이야기 속에 슬픈 이슬이 맺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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