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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핸 Mar 30. 2021

예술가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다른 분야보다 더욱 예측하기 힘든 미술시장의 분석

현재까지 사회로부터 들리는 얘기는 온통 “너 미술 하다간 배고플 거다” “실패할 확률이 더욱 클 거야” “작가의 삶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마”라는 온통 비관적인 관점으로 예측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작가는 실패의 리스크가 매우 큰 직업이다. 왜 대체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관련 없는 직업을 하거나 혹은 때려치우는 경우가 대부분인지 한번 개인적인 관점들을 적어봤다. 아마도 한국 미대도 여기에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보는 걸로 확인이 되는데, 아마 필자와 대부분의 열정적인 예술가들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조금 더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해 읽는 걸로 확인된다. 물론 예술가로서 너무나도 지연스러운 현상이고 이를 받아 드리고 인내해야 궁극적으로 위대한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글을 쓴 것에 대해 아직까지는 잘했다고 생각은 들지만 이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깊이 생각을 해보니, 해당 글은 ‘예술적’인 측면의 성공 보단 ‘경제적‘으로 성공을 바라는 분들께 더욱 적합한 글이 아닐까 싶다. (2023년 12월 수정)*
  






1. 우물 안의 개구리


(솔직히 이 사진 한 장 만으로도 모든 게 설명된다. 출처: Instagram)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 내에 진미술세계에 관한 현실적인 조언과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화자는 독일 미술대학을 현재 재학 중이니 여기 기준으로 설명해 보겠다. 흔히 여기서 미대 즉 순수미술 미대라고 할 경우 외국인(나 포함), 나이가 어린 친구들, 타지에서 학부를 마친 이들, 기혼자 등 모두 상관없이 어느 정도의 실력의 베이스가 깔려 있으면 모두 입학시킨 다음 그 안에서 전문 아티스트로 키우는 게 궁극적 목표이다. 즉 독일 미대는 작가들 생산시키는 하나의 그룹인 셈이다. 가끔의 재료 지원, 개방적 교육 환경, 더욱 집결화된 학생/교수의 관계 정도를 따져 보았을 땐 장점들도 꽤 있지만 여기서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바로 지나친 관대이다.


본인 관점으로 모든 학생들이 작품들을 보았을 때 좋은 작과 끌리지 않는 작으로 나뉘게 되는걸 보아 모두가 분명히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작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교수들을 이러한 문제점들을 마치 본인들은 알지 못할 듯이 단점보다 장점을 더욱 부각해 조언을 하다 보니 심리적 만족도는 생길거나 앞으로의 발전은 덜 할 거라고 본다. 마치 부모가 아이를 오냐 오냐만 키워서 철이 없어진 것처럼. 물론 여기서 본인 나름대로 알아서 길을 찾아가 스스로 커리어를 쌓는 친구들도 있으니 예외도 존재한다.


디플롬(5년제)을 졸업하면 학생의 혜택은 모두 사라지고 그 순간부터 작가라는 제대로 된 직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나의 제대로 된 커리어를 쌓기 위해선 수많은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각종 오픈콜, 레시던시와 같은 공모전에 계속 계속 참여해야만 한다. 이 중에 뽑히긴 위해선 전 세계에 거주하고 있는 적어도 수백 명에서 최대 수만 명의 작가들과의 경쟁을 치러야 한다. 분명히 그중에 선 3/2는 분명 본인 보다도 훨씬 실력이 좋은 작가들이 이 비중을 차지할 것인데 이들과 싸워야 한다는 걸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런 문제들은 방안 하기 위해선 학교 내에 따로 오픈콜, 레지던시에 지원할 때 제출해야 하는 포트폴리오 워크숍, 졸업 후 작가로서의 생계는 어떻게 가꾸어 나가는지에 대한 강의도 만들어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는 거 같다.





  

2. 너무나도 벨붕인 미술시장




모든 예술은 평등하다. 기다란 선의 한쪽 끝엔 엘비스가, 반대쪽 끝엔 피카소가 있다.

TV는 뉴욕 추상표현주의 못지않게 영향력을 발휘한다.




위 발언은 영국 유명 작가인 리처드 해밀턴 씨가 실제로 했던 말이다. 즉 어떠한 작가든 예술적 위계는 존재하지 않고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을 직접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각자만의 포지션이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과거엔 분명히 일리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시대에선 조금 아이러니하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위에서 제시했듯이 아주 규모가 큰 오픈콜에 허가를 받아 전시를 무사히 마치고 이력서에 새로 기록이 된다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만약 세계에서 이름을 널리 퍼트리고 깊은 명성을 얻고 싶다면 데이만 허스트, 볼프강 틸만스, 게오르게 바셀 리츠, 양혜규, 피터 도이그 등 같은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들 하고도 어쩔 수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카트라이더에서 방을 만들었는데 무분별한 레벨을 가진 유저들과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처럼. 심지어 이미 돌아기 신 작가의 작품도 미술시장에 최고 독점을 차지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3. 획일화되는 성향



수많은 작가들을 만나면서 느끼게 된 점인데 신기하게 각 대륙마다 띄는 스타일을 확연히 느꼈다. 먼저 한국 같은 경우는 입시미술의 큰 영향으로 인해 섬세하면서 완성도가 아주 높은 그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성향 때문인지, 극사실주의 그리고 형식주의와 같은 디테일한 그림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대로 독일은 한국과 정반대로 거칠고 지저분하면서 색깔이 강렬한 스타일을 통합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각 나라마다 가진 고유한 스타일을 집중적인 연구로 통해 하나의 대명사로 가꿔나가는 모습들을 보면 아주 흥미롭다. 하지만 주변 환경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성향들이 점점 강해져 가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결국 모두가 비슷한 장르로만 이루어지다 보니, 말 그대로 유니크한 작품들이 나오게 힘들어지는 구조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특히 보수적이면서 교수 중심적인 체계를 가진 한국미대에선 창의성을 표현하기 어려워 타국가에 비해 꽤나 심한 편이다. 그래서 보통 독일 미대 내에선 이러한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스타일 그리고 인원수로 고려해서 신입생들을 모집하는 경향이 있다.






4. 암묵적인 규칙


흔히들 예술이라고 하면 자유롭고 주관적이고 정답이 없는 추상적인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모든 작품들은 존중받을 권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근데 정말로 그럴까? 위 주장이 정답이라면 모든 예술가들이 성공하고 높게 평가받아야 하는데 사실 앞뒤가 안 맞는다. 어느 분야를 가도 선택된 자들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는 게 현실이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순 없다. 여러 나라의 미대 입시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시대에 알맞은 트렌드를 지닌 색깔을 얼마나 잘 캐치를 하나 혹은 실험적인 작품이지만 어떻게 하면 시각적으로도 관심을 끌게 할 것이나 하는 고민하는 행동으로부터 이미 미술시장에서도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의미가 깊다고 하지만 시각적인 임팩트가 부족해 큰 주목을 못 받는 경우를 감안한다면 이제는 '관객'이 아닌 '클라이언트'의 의미도 약간 성립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이제는 디자인적인 관점도 약간 필요하다는 뜻이다. 작가란 예술작을 만들어 그걸 파는 직업이다.


그렇다고 너무 대중들에게 현혹되지 말고 위 그림처럼 머릿속에 도안을 그려 본인 성향에 맞게끔 간격을 조절하면서 본인만의 색도 개입시켜 작품들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규칙적인 시스템은 미술시장이 굴러가는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다. 우선은 졸업전시회 아님 과제전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그중에서 아트 큐레이터, 인플루 어서 와 같은 영향력이 강한 사람들도 포함된다. 만일 그들 눈에 어떤 한 작품이 들어와 갤러리 스폰서와 구매 요청이 들어와서 수익을 얻게 될 것이고 동시에 홍보가 되다 보니 자연스레 인지도가 올라가 유명세를 얻게 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정식이 계속 진행되다 보면 더욱 수준이 높은 곳에서도 기회가 생길 확률이 점점 높아지면서 명성과 같이 높아지는 데는 이젠 시간문제인 것이다.


물리학에서 언급되는 유명한 "카오스 이론"(Chaos Theory), 더 나아가 복잡계 이론(Complex Theory)의 정의를 참고하자면 무질서해 보이는 곳엔 사실 선형적인 질서가 존재하고 그 질서로 통해 연쇄효과를 일으켜 예기치 못한 상황까지 초래한다고 나와있다. 그래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여기저기 적극적으로 들쑤시면서 존재를 알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는 거다. 어떻게든 작은 기회라도 잡아야 된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대인관계에 큰 관심이 없다 보니 한 곳에만 머물게 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결국은 얼마나 모습을 드러내냐에 따라서 확률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로…

독일의 유명한 미술시장 사업가이자 작가인 마그누스 레쉬 (Magnus Resch)가 출판한 “성공한 예술가가 되는 법 (How to be a Successful Artist)“ 중에 언급된 부분에 따르면, 단순히 잘 파는 작가가 아닌 모든 명성을 쌓아 톱스타 예술가가 되고프면 "뉴욕"에서 작업하는 동시에 전시를 성공적으로 진행해야만 간신히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세계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게 2000개가 넘는 갤러리 개수와 동시에 최고 탑 3 (가고시안, 페이스, 데이비드 즈비어너) 갤러리가 한 곳에 본점이 모여있으니 주장이 단순해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런던 홍콩 파리와 같은 다른 대도시에 비교해도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악명 높게 비싼 도시에서 이들을 이룬다고 하니 결국에는 슬프게도 자본의 따라서 성공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 모두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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