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무착이 와의 0마트 추억

산골 일기

by 버폐

두근두근, 무착이 와의 0 마트 추억


선물이는 첫 신족통이라 기억에 남고, 무착이는 잊지 못할 추억(?)함께 했기에 또한 잊지 못할 것이다.


잊지 못할 추억, 사실 지금이야 추억이라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가슴 떨리고 민망한 흑역사의 순간이다.

여름으로 넘어가는 어느 날 원주에 있는 치과에 갔다가 내친김에 필요한 걸 사가야겠다는 생각에 0 마트로 갔다.

늘 북적일 것만 같은 주차장까지는 잘 들어갔다. 그리고 2층까지 꽉 들어찬 차들 사이로 빈자리가 보여 슬금슬금 다가갔다.

아뿔싸! 거리 가늠을 제대로 못하는 초짜가 이끄는 무착이는 번쩍번쩍 빛나고 덩치도 (무착이 보다) 큰 그0져를 긁으며 들어가다가 다시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가뜩이나 0 마트 주차장은 좁다고 하는 곳인데 거리 가늠도 제대로 못하는 휴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어쨌든 어떻게 하려다가는 더 크게 일을 낼 것 같아 사고 현장을 그대로 둔 채 그0져 차 주인을 막연히

무조건 기다렸다.




들어오고 나가는 차들 틈에서 이제나저제나 그0져 차주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스쳐가는 사람들은 힐끔힐끔 휴만 쳐다보는 듯 느껴졌다. 두근거리는 가슴과 민망함 창피함을 다독거리며 얼마나 기다렸을까!

일각이 여삼추(一刻如三秋) 같은 몇십 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차 주인인 듯 보이는 남성이 나왔다. 휴는 그를 보자마자 다가가 읍소(泣訴)를 하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운전 미숙으로..., 정말 죄송합니다." 사고 현장을 본 차주는 "운전도 못하면서 차를 왜 끌고 나와요? 이 차 뺀 지 며칠 밖에 안 됐고 물광까지 했는데 어쩔 거요?"

화를 억누르며 말하는 거겠지만 느껴지는 화의 기운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했다. 휴는, "아..., 속상하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변명도 핑계도 대지 않고 그저 잘못했다고만 하니까 더 이상 큰소리는 치지 않고 빨리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를 부르란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도심이라 그런지 오래 걸리지 않아 보험회사 사고 처리반 직원이 왔다. 다행(?) 이게도 그0져 주인과 휴가 들어놓은 보험회사가 같다.

보험회사 직원은 오자마자 양쪽이 비좁아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걸 간파하고는 조수석으로 들어가 능숙하게 무착거사를 빼서 나가는 길목 한적한 곳에 세워두고 그0져가 있는 곳으로 온다.

그리고는 여전히 화가 안 풀려 여전히 투덜거리는 그랜져 주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휴 또한 계속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를 되풀이했다.

사고 처리반 직원은 그0져 주인의 마음을 달래서 먼저 보낸다. 그리고는 휴에게도 위로말을 건넸다.

"자기 잘못될까 봐 (차선을) 이쪽으로 바짝 댔구먼. 많이 놀라셨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잘 해결될 거예요. 운전하다 보면 이럴 때도 있어요."

휴는 고마우면서도 미안해서,

"아유, 제가 거리 가늠도 잘 못하면서 여기에다 세우려고...,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아녜요, 여기 이런 일 잦아요. 괜찮아요."

보험회사 직원은 고맙게도 휴를 계속 위로해 주었다. 위로해 주는 그 마음이 고마운 한편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민망하여 얼굴은 화끈거리고, 가슴은 여전히 두근거리면서 누가 툭 치면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보험회사 직원은 끝까지 위로의 말을 건네며 조심해 가라는 인사를 해주었다.


이런 상황을 모두 보고 들었을 무착이를 어떻게 잊겠는가!




사고라고 해서 다 나쁜 건 아니다. 사람이나 엄청 큰 손해가 나는 사고만 아니라면 경험을 해보아야 할 일이라고 본다.

그 뒤로는 거리 가늠이 잘 안 된다 싶으면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의심스럽다 싶으면 내려서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암튼, 가슴 벌렁거리는 일이었지만 거울 삼고 스승 삼아 고마워하며 지낸 지 며칠 뒤,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고운 목소리의 직원은 그0져 보상 처리를 잘 마쳤고, 대물 200만 원이 넘지 않게 잘 처리 됐다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그날, 부분 말고 전체 물광으로 하고 같은 급의 차를 대여해 달라는 그0져 주인의 등등한 기세에 그렇게 해주겠다는 보험회사 사고 처리반 직원은 물광까지 입히려면 며칠 걸린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던 휴는, '보험료 상한가(200만 원)를 훌쩍 넘길 일이니 보험료 또한 오르겠구나!'를 각오했었다.

그런데 보험회사에서는 상한가가 넘지 않도록 차를 대여하는 기간이 짧고, 수리도 가능한 한 빨리하게끔 신경을 써서 160만 원 선에서 해결이 되었다고 전해준다.

"아유,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잘 봐 달라고 애원하지 않았음에도 잘 봐준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몽글거렸다.




휴와 무착이 만의 추억을 안고 겨울을 맞았다.

강원도 평창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눈을 치우는 속도, 곧 제설속도가 전국에서 1등이다. 밤이나 낮이나 눈만 왔다 하면 사 차선 또는 이차선 도로에는 곧바로 제설차가 출동하여 염화칼슘을 뿌리면서 다닌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자동차 하부가 튼튼하여 염화칼슘에 쉽게 부식되지 않으면서도 눈길에도 잘 미끄러지지 않는 사륜구동 차를 주로 선호한다.


그런데 무착거사는 소금기가 많은 제주도에서 몇 년 살다가 온 데다 염화칼슘이 많이 뿌려지는 평창에 살다 보니 금방 탈이 났다.

어느 날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마치 시끄러운 오토바이 몇 대가 지나가는 듯 요란했다.

병원(정비소)에 갔더니 뭣도 갈고 뭣도 갈아야 하는데 그 돈이면 다른 중고차를 살 수 있다며 보험만기일까지만 타고 바꾸는 게 좋겠다는 진단결과를 내린다.


휴가 할 수 있는 건 무착거사를 동네에서만 조심조심 몰고 다니는 거였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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