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를 보내고 무착거사를

산골 일기

by 버폐
보내기 위해 목욕시킨 선물이


- 선물이를 보내고 무착거사를 데려왔다


길고 길게 느껴졌던 뜨거운 여름의 끝자락, 는 '선물'이를 목욕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생겼다.

선물이와 휴가 인연 한 지 1년 남짓인데 이별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비인지 새인지 벌인 지, 아니면 모두인지도 모르겠지만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는 방법은 오직 '먹고 싸는 일'뿐이라는 듯, 하룻밤 지나고 나가 보면 선물이는 새똥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럼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거들떠보질 않고 알아주지 않는 날들이 많았다. 차를 타고 나가야 할 일은 있었으나 공교롭게도 남의 차를 타게 되니 몇 날 며칠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한 채 새똥맞고 있어야 했다.

휴는 선물이를 볼 때마다 미안했지만 쓰다듬어 주는 걸로 대신하면서 "미안해...!"라는 말을 곁들여 얹곤 했다.




선물이와 이별하는 까닭은, 휴에게 "내가 차 바꿀 때 이 차 줄게." 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차를 바꾸게 되었다며 탈 거면 와서 가지고 가라 했다.

휴는 선물이와 헤어지는 게 미안했고, 늙어서 누가 원치 않을 듯하여 사망 신고(?)할까 했지만 그동안 들인 정성과 아직은 몇 년 더 살 수 있다는 전문가의 말에 망설이는데 마침 필요한 이가 있다기에 보내기로 했다.


휴는 선물이를 오래간만에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때를 불리고 물을 뿌리고 거품칠을 하고, 행여 살갗(?)이 벗겨질까 설렁설렁 때를 밀었다.

하지만 본디 있었던 것인 양 들러붙어있는 새의 흔적들은 쉽게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선물이가 며칠 씩 한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새들(나비와 벌)의 똥을 받고만 있었던 터라 (휴가) 그동안 농담 삼아 "얘가 바로 똥차예요."라고 했던 게 미안했고, 본디 입고 온 빛깔도 많이 바랬는데 벌레와 새똥까지 덕지덕지 붙이고 있었으니 더 미안했다.


말라 붙을 대로 붙은 것들은 긁어내다시피 한 뒤에야 떨어져 나갔다. 허연 흔적들을 하나하나 문지르면서 "선물아, 그동안 고마웠어. 다른 주인에게도 이쁨 받아야 돼." 중얼거리며, 의 마음에도 이렇게 낀 때가 있겠다 싶은 작은 깨달음에 마음의 때를 닦듯 선물이 목욕을 시켰다.




휴의 인생에 두 번째 신족통은 제주도로 데리러 가야 했다. 비행기로 가서 완도로 나와 올라올 계획으로 제주도로 갔다.

휴가 제주도에 갈 때마다 숙소는 물론 차까지 얻어 타곤 하는 어른께 언젠가, "얘는 이름이 뭐예요?" 물었더니 황당하다는 듯 "이름? 없어. 그냥 똥차."라고 하셨다.

그때 휴는 타고 있던 차를 쓰다듬으며 "얘가 듣고 서운해할 거예요. 얘와 함께 하는 동안은 우리 목숨과 함께 하는 거니까 근사한 이름 지어주세요." 했던 기억이 있다.

어른께서는 그런 일들을 잊지 않으셨는지 차 키를 건네주며 휴에게 "무착(無着), 무착거사라고 해." 하셨다.

무착이야 집착이 없어야 한다는 뜻일 테고, 거사는 車使로 써야 할지 車士로 해야 할지 헷갈리지만 암튼, 이름을 지어주심에 고마워하며 "무착거사, 잘 부탁해~~"

라며 새 신족통 옆구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실 무착거사도 선물이와 같은 해에 태어났기에 늙었다(2002년식). 그러나 겉은 선물이 보다 말끔하였다.

무착거사는 제주도에 처음 들어갔을 때 탔을 큰 배를 휴와 함께 타고 나왔으며, 낯선 지역과 동네를 지나다가 휴와 인연 있는 이들도 찾아가 만나는 식의 여행 아닌 여행으로 시골길도 들어가고 고속도로도 달리면서 무탈히 휴의 집까지 왔다.

"무착거사, 고마워~~"


따뜻한 제주도에서 뭍가운데 가장 추운 강원도 평창으로 왔으니까 건강검진을 다시 하는 게 좋겠다 싶어 선물이 주치의(차정비전문가)였던 분께 데리고 갔다.

진단 결과, 선물이와 무착거사의 고향(제조 회사)이 달라서인가 튼튼하기는 선물이가 더 튼튼한 편이라 했다.


무착이와 그는 또 얼마 큼의 시간을 함께 보낼까!
함께 하는 동안 별 탈 없이 별 사고 없이 잘 지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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