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받아서 '선물이'

산골 일기

by 버폐


선물이


2014년 9월 5일, 의 삶에 첫 신족통(神足通)이 생긴 날이다.

만 18세 이상의 우리나라 어른이라면 거의 다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은 국가고시자격증(운전면허증)을 는 2012년에야 비로소 가질 수 있었으며, 그로부터 2년 뒤 무려 자가용이 생긴 것이다.


자가용(自家用), 사전에 나오는 뜻 1.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 또는 개인의 가정에서 쓰임. 또는 그런 대상. 2.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 또는 개인의 가정에서 전용하는 자동차'로 되어있다.

그러니까 가 전용으로 써도 되는 승용차, 옛날에는 몇 달 걸려서 가야 하는 우리나라 끝을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신족통이 생겼으니 에게는 잊지 못할 날인 셈이다.




산골에 살려면 차가 절대로 필요하다는 걸, 살면 살 수록 느끼는 날들에 차를 사 주겠다, 또는 차를 주겠다는 이도 있었고, 운전 학원을 다니는 동안 (학원에 가기 쉬 쉽도록) 방을 내주겠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휴는 "나는 운전기사 두고 살 거야."라고 큰소리치면서 차는커녕 운전조차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사실, 큰소리치는 속 마음에는 만의 비밀이 있었다. 스무 살 무렵, 知人이 '자동차 시동 좀 걸어달라.' 하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운전석에 앉아 차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걸었다가 크게 놀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오토매틱이 없었을 때고, 알려주는 대로 시동만 걸었을 뿐인데 차가 슬금슬금 움직였다.

금방이라도 남의 집을 들이받을 것만 같아 얼마나 놀랐는지..., 그 뒤 부르릉 소리 만나도 무서웠고 가슴이 콩닥콩닥 콩닥 두근두근거렸다.

그러니까 그때 도 모르게 두려움, 무서움, 불안감은 마음 깊숙한 곳에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았고, 자동차 소리만 들어도 움츠러들게 하고 운전을 배우지 못하도록 속삭였던 것이다.




다행히도 는, 시간이 20년 남짓 흐르는 동안 '마음공부'라는 걸 알게 되었고, '마음 작용'에 대한 이치를 알게 되면서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앉아있는 두려움, 무서움,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두려움이 일어나면 두려움이 일어난 줄 알았고, 두려움이라고 알아차림을 해주니까 두려움은 더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무서움, 불안감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부터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를 들어도, 자동차 운전을 배우라는 소리를 들어도 마음에 불안감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는 운전 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휴에게는 다행히도) 그때는 운전면허를 따기 쉬운 때였다고들 한다. 운전 학원 안에서 연습해야 하는 S자 코스 건널목 코스, T자 코스가 생략되고 2시간 공부하고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었고, 2시간 연습하고 기능 시험을 치를 수 있었고, 6시간 연습하고 도로주행 시험을 치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는 두려움에 끄달려가지 않았기에 필기를 한 번에 합격하였고, 기능도 강사가 알려주는 대로 바로 따라 할 수 있었다. 왼쪽에 불 켜는 것, 오른쪽엔 와이퍼가 있고, 왼쪽 발은 어떻게 두고 오른쪽 발은 어디에 두고, 좌회전할 때 우회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을 알려준 강사는 더 이상 가르쳐 줄 게 없는지, 남은 시간에 "예전에는 이런 코스를 배웠어요." 하면서 에게 운전대를 맡긴 채 S자 T자 건널목 코스까지 다 경험하게 했다. 그런 강사 덕분인지 기능도 한 번에 합격하였다.




마지막 관문, 도로 주행 코스를 알려주는 날, 강사는 운전석 옆에 앉더니 운전대를 잡은 휴에게 학원 문 밖으로 나가게 하고는 좌회전 신호등을 켜라, 우회전 신호등을 켜라, 다시 왼쪽 신호등을 켜라며 말로 지시를 하더니 갑자기,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도로에 차에 치어 죽은 동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하여 휴는 "예, 봤어요." 했더니, "그럴 때 합장(合掌) 하지 마세요." 하는 것이다.

"당연하죠. 운전할 때는 운전만 해야지요."

"예, 그래야 하는데 얼마 전 어느 스님 운전 가르쳐 드리다가 식겁(食怯)했다니까요. 운전 가르치다가 그런 경우는 처음 있어서 알려드리는 거예요."

"아, 그러셨구나! 정말 놀라셨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달리는데 "속도 좀 줄이세요. 무슨 연습생이 80킬로로 달려요?" 분명 지적을 하는 말이긴 하는데 야단맞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게 왼쪽 오른쪽 하면서 가는 곳은 구불길로 이름난, 철정에서 내촌면사무소 가는 길이었다.

가다 보니 내리막길 옆으로 외지에서 온 차가 쑤셔 박혀 있다. 강사는 "초행길인가 보네. 여기 사고 잘 나요."

"예...," 면사무소가 있는 길로 들어가기 전 넓은 길에서 차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하더니 학원을 지나쳐 읍내로 들어가게 다. 그리고 시험 볼 코스를 알려줬다.


도로 주행 코스 시험은 출발 장소에서 횡단보도와 사거리를 지나 한적한 길을 60킬로로 달리다가 차선을 안전하게 바꾸고 다시 U턴하여 도착 코스에서 안전하게 멈추어야 하는 것. 알려준 코스에서 4시간만 더 연습하면 시험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연습을 하러 간 휴에게 코스가 바뀌었다고 하는 것이다. "예? 저한테 왜 그러세요?" 휴는 연습한 코스로 시험 보게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강사가 결정하는 일이 아니라 소용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남은 2시간을 새로운 코스로 연습해야 했고, 시험에 도전! 다행히도 합격이란다.


휴는 합격한 뒤 배운 운전감을 잊을까 벗의 차를 빌려 연습을 하였는데, 집에서 마을로 나가는 길 모퉁이에서 거리 측정을 제대로 못해 반바퀴만 더 갔으면 논두렁에 굴러 떨어질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주차 상태에서 후진하다가 지나는 택시와 살짝(?) 부딪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두 달 뒤 대관령을 넘었고, 여섯 달 남짓에 강원도의 령(嶺)은 다 넘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의 차'가 생겼다. 이름을 '선물'이라고 지었다. 비록 무정물이라 할지라도 사람이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사람의 기운(에너지)도 함께 하기에, 쓰는 물건들도 함부로 하지 않았다는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 부족의 삶의 방식이 진리처럼 와닿았던 휴는, 이름 짓는 것으로 아메리칸 원주민 어느 부족 흉내를 냈고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말을 걸었다.


"선물아, 오늘은 서울 갈 거야, 잘할 수 있지? 겁내지 말고 쫄지도 말고. 잘 부탁해~~"

(사실은 휴 자신에게 하는 말이나 다름 없다.)


그때 선물이는 나이가 좀 들었는데, 어느 목사님이 타던 걸 대안학교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 받아서 몇 년 타다가 차를 바꾸게 되었다며 내게 선물로 준 것이다.

거의 시골에서만 탔는지 보기에도 '나는 늙었어.'라는 게 보일 정도로 늙었(낡음)지만 는 그 어느 명품차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휴는 선물이와 홍천에서 서울 한복판은 물론 아랫녘 남해도 다녀왔다.

* 신족통(神足通) : 불교에서 쓰는 말로 아주 짧은 시간에 아주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신통력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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