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네** 블로그 氏가 물었다.
"혹시, 신기한 인연이 있으신가요?
블로그씨는 전주에서 만난 인연을
우연히 서울에서 마주친 적이 있어요."라고.
인터넷을 열면 설정돼 있는 사이트가 저절로 펼쳐지고 나의 아이디로 블로그에 들어가면 블로그 氏가 (날마다) 하는 어떤 질문이 맨 앞에 보였다.(지금도 그러는가는 모르겠다)
한 때는 '행복콩'을 받기 위해 시시콜콜한 질문에도 다 답을 올렸다. 콩을 받으면 하루가 가기 전 삭제를 하곤 했다.
시답지 않은 질문이기도 했고 시답지 않은 대답이었으며 목적은 오로지 콩이었다. 그렇게 모은 콩들로 해마다 적게는 3만 원 남짓, 많게는 연 5,6만 원씩 기부를 해왔다.
그날 물음은 진지하게 생각한 뒤 대답을 하게 했다.
그날 나의 대답은,
신기하기보다는, 2012년 초에 남의 나라에서 만나 며칠 동안 (밤낮으로) 스승의 가르침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인연이 되었고, 그 뒤로도 해마다 안부를 묻고 가끔 만나던 인연이, 알고 보니 2004년 100명 남짓한 인원이 가을 며칠 동안 한 솥밥 먹고 한 지붕 아래서 자면서 같은 곳을 보면서 같은 곳을 다녔던 적이 있는데, 그랬다는 사실을 2020년 초에나 알았다는 것. 시절인연은 따로 있다는 말이 와닿는 날이었다.
아무리 가까이에서 살고 있어도 '때'가 되지 않으면 만날 수 없고, 그 '때' 또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살아온 날들이 늘어가면서 하나씩 깨닫는다.
동쪽으로 가고자 하면서도 몸(말과 행동)은 서쪽으로 가고 있다면 동쪽은 자꾸 멀어지듯이 지금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인연도 짓는 법이라는 것을.
설령, 우연히, 어쩌다 만난 인연일지라도 오래 이어가거나 얼마 못 가 끊어지거나 하는 것도 자신 스스로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다.
자신 스스로가 뿌려놓은 말과 행동이라는 씨앗을 심고 어떤 거름을 주었는가에 따라 좋거나 나쁜 싹이 트기도 하고, 그런 싹이 텄다가 죽기도 하고, 자라다가 썩기도 하는 것이라는 것을.
사람과의 인연이 그렇다.
어제는 이런 마음이었으나 아니다 싶어 오늘 바꾸고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어제는 좋았던 인연이 오늘도 좋으리란 법은 없다. 또한 어제 안 좋았던 인연이 오늘도 안 좋으리란 법도 없다.
어제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 가까이했을지라도 오늘은 그때의 마음이 아니어 멀어지기도 하고, 어제나 오늘도 그대로지만 상대방 또는 내가 좋다 싫다로 착각하여 혼자 친했다 멀었다 하니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좋다 싫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럴 것이다.
가만히 꼽아 본다. 가까웠다 멀었다 한 인연을.
곰곰 살펴본다.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을.
내가 먼저 다가간 적 거의 없고, 오는 대로 인생 마음공부 삼으며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다 보니 욕망과 갈망으로 어떤 목적이 있었던 인연들은 다 멀어져 갔다.
함께 더불어 행복하고 평안하고 더불어 평화롭고 이롭고자 길을 찾던 인연들은 아직도 가까이에서 힘을 주기도 하고 꾸짖음을 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어쨌든, 가만히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갖게 해 주고 행복콩도 받았으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 블로그씨 물음이 고맙게 느껴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