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인연 '모모'
무착거사(無着車士)를 그렇게 보낸 뒤, 산골의 교통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염려를 한다. 보태어하는 말은 '중고차라도 사야 한다'는 것이다. 휴는 농담 반 진담 반,
“오백만 원 같은 이백만 원으로 알아봐 주셔요. 거저면 더 좋구요~~ 삼백만 원 정도라면 좀 생각해 볼게요.”
하였다.
그 뒤, 몇 차례 소개를 받곤 하였지만 이런(형편) 저런(주머니 사정) 핑계를 대면서 차와 인연 맺기를 주저하였다.
사실, 산골에서는 무엇보다도 자동차가 필요하다.
한 달에 한 번 왕복 400킬로 좀 넘는 곳을 오가자면 버스를 몇 번 갈아타야 하는 데다 버스시간 기다리고 어물거리다 보면 한 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옛날 같으면 몇 날 며칠 걸리는 곳을 몇 시간 걸려 가는 게 무슨 대수’라고도 할 수 있지만, 신족통이 넘치는 요즘이고 보면 쉬이 엄두 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명상 안내하러)
“한 달에 한 번 제가 갈게요~.”
하며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시간이 걸리고 기운이 빠져도 오지 말라고 하기 전까지는 가기로 했다.
하루 전 날 며칠 보험을 든 뒤 남의 신족통을 빌려가거나 주인이랑 함께 갔다. 훨씬 편하다.
버스 타면 나던 멀미도 나지 않아 덜 힘들고 덜 지쳤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 편히 오라 마음 써주신 님들 덕분에 세 번째 신족통 인연을 맺었다.
(돈이) 너무 비싸도 너무 공짜라도 휴가 부담스러워할 걸 너무 잘 아는 분들이, 거절 못하도록 판을 잘 짜서(?) 인연을 맺어주신 것이다.
대전으로 데리러(?) 갔다. 2014년에 세상에 나온, 그동안 인연했던 선물이나 무착이 보다 한참 젊고 늠름해 보였다.
더군다나 먼저 찜했던 분이 아들에게 주려고 신발(타이어)을 코너에서 든든한 비싼 걸로 바꿔 신겨놓았다.
휴는 인연 맺어주신 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새로 인연 맺게 된 신족통에도 인사를 했다.
"반가워~~ 탈없이 사고 없이 오래 잘 지내자~~"
아직 이름을 짓기 전이라 그냥 쓰다듬기만 하면서 평창으로 올라오는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전 주인이 담배를 좋아했는지 담배냄새가 너무 심해서 시끄럽지만 문을 열지 않을 수가 없다.
3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담배 냄새 고문방처럼 느껴졌고 도착할 무렵엔 두통과 메스꺼움이 번갈아 튀어나왔다.
어찌어찌 정신을 차려가며 집에 도착~~~
마당 끝에 세우고 보니 담배 냄새나는 안과 달리 겉은 너무도 멀쩡하여 마치 막 세상에 나온 것처럼 보인다.
까만 빛깔이라 어설프게 비나 눈이 오면 꾀죄죄하기 그지없겠지만 든든하고 편안한 신족통이 돼주리라 믿으며 이름을 '모모'라고 지었다.
등록된 이름 안에 ‘모’가 있고, 인연 맺어 주신 분이 추천하는 이름의 ‘M’ 자를 붙이고,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좋아하기에 지은 이름이다.
어쨌든, 모모는 오자마자 눈을 맞았다. (2017년 미틈 달 ) 이곳 평창 보다는 많이 따뜻한 곳에 있던 모모가 신고식을 된통 치른 셈이다.
그렇게 첫겨울을 보내는 동안 눈을 맞은 날은 버벅거리기도 하지만 곧 익숙해지리라 믿는다.
모모는 날씨에 적응하는 동안 휴는 모모에게 배어있는 담배 냄새를 빼내느라 애를 썼다. 낮에는 문을 활짝 열어두었다가 저녁에 닫고, 모과를 얻어 안에 넣어 두거나 세차하는 곳에 가서 스팀 목욕도 시켜준다.
그렇게 애씀에도 짙게 밴 담배 냄새는 쉽게 빠져나가질 않았다.(3년 정도 지나니 낫다.)
모모는 한 달에 한 번 도심 쪽으로 나갈 때마다 거품 목욕을 해야 했다.
까닭은, 가을 산자락을 예쁘게 수놓고 있는 노란 껍질에 주홍빛 고운 열매가 주렁주렁한 노박덩굴을 잘라다 마당 안쪽 집 벽에 걸어두었더니 오가던 새들이 들락날락하면서 그 열매를 따 먹고는 주홍빛 똥을 하필이면 '모모'에게 떨구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평창의 첫겨울을 나고 또 한 번의 겨울을 맞으며 설 연휴가 시작되던 날, 세 배를 갔던 이웃군 절의 스님께서 “잠깐 내려서 바퀴를 보라.” 하시기에 내려서 보니 왼쪽 앞 신발이 찢어져 있고 바람도 많이 빠져 있다.
마음이 쓰이지만 연휴라 정비소 문을 연 곳이 없다.
‘이 또한 보이지 않는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리라. 도무지 티가 나질 않는 것이 어찌 스님의 눈에 띄었을꼬! 보이지 않는 보호를 입는 것이리라’
생각하면서 조심스레 집으로 돌아와 연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센터 문 여는 날 찾아가 전문가에게 살피게 했다. 너무 낡아 갈아 줘야 한단다.
“모모야, 신발 갈아 신어야 한대~”
두 짝 먼저 갈아 신긴다. 나머지 두 짝은 다음 주에 오란다.
"모모야, 무탈히 잘 다니자~"
* 2년 뒤엔 녹이 슬어 볼트와 들러붙어 풀기 힘들었던 디스크 네 개를 모두 갈았다. 그리고 (2023년 초) 아직은 아무 탈없이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