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살아서 그런 걸까!
요즘 세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숨차고 버거운 세상이다.
늘, 하루에 한 번씩 만나는 네가
언젠가부터 정상이 아닌 듯 느껴졌지.
하지만 나의 어리석음과 미련은
'설마, 설마!'
하면서 병원에 가 볼 생각을 하지 않았어.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까마득한 옛말이고, 지금은
두 달도 안 돼 없던 산이 생기고
있던 산이 사라지고 없던 마을이 생기고
하루가 다르게 휙휙 바뀌어 감을
받아들이기는커녕 뒤쫓아가기도
버거워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는 걸 너는,
나를 만날 때마다 줄곧 알려왔지.
나의 어리석음과 미련, 게으름에 두 손 두 발
다 든 너는 말이 안 되는 말을 해댔지.
ㄱㄱ기ㅣㅣㄱㄱ가ㅏㅏㅏㅏ
ㅁㅁㅁ마ㅏㅏㅏㅏㄱㄱㄱㅎㅎ혁
홑소리 닿소리가 제 멋대로
뛰어다니고 날아다니질 않나,
아예 나타나지도 않고 사라지는 걸
보고 그제야 사태가 심각해진 걸 알고
응급조치로 반창고를 붙여주었지.
근본 치료가 아니어서인가 얼마 못 가
다시 뛰어다니고 날아다녔지.
나는, 바뀌어 가는 속도가 빨라 미처
못 따라가 그런 줄 모르고 그저
너에게 기억된 모든 걸 싹 다 지우며
아무렇지 않은 듯, 아무 일 없던 듯
지내려는 것도 모자라
너와 영영 이별을 꾀하기도 했어.
전문의(?)가 그러더구나.
너의 몸을 바꾸면 좀 더 오래 쓸 것이라고.
사람으로 치면 늙은 몸을 젊은 몸으로 바꾸고,
새로운 기능을 깔아주면 홑소리 닿소리가
뛰거나 날아다니는 일은 없다는 것.
너는 그래야 한다는구나.
해마다 기억창고를 싹 지우기도 하고
늙어서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면
몸뚱이를 바꾸어 주어야 한다고.
해마다 또는 버벅거릴 때마다
그러지 않으면 주저앉는다고.
너는 그러면 되는데 나는 어쩌면 좋으냐!
받아들이기도 버겁고 따라가기는 더 버겁고
안 따라가자니 소통하기 어렵고
따라가자니 숨차고 힘들고...!
나도 몸뚱이 바꾸고 뇌를 바꾸고
그럴 수 있다면 좋을까나?
워 워 워~!!!
아서라 말아라.
그러지 않아도 누리고 있는 자들은
누리던 걸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인데
사람에게도 너와 같은 방법을 쓸 수 있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아수라 지옥이겠지?
빠름 세상에서 안 되는 것도 있더구나.
글씨나 그림을 판박이 해주는 아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멀쩡한데도
태어난 지 오래되어 쓸모가 없으니
차라리 이별하는 것이 낫다는구나.
'기쁜 나눔'으로 새 판박이가 왔어.
세상이 좋아진 건지 안 좋아진 건지
주문한 지 하루 만에 배달되어 온
새 판박이.
헌 판박이가 있던 자리에 들어가 신고식을 하는데,
비싸면서 빛깔물이 네 개나 필요했던
헌 판박이와는 다르게
훨씬 싸면서도 빛깔물이 두 개만 필요하고,
판박이 시간도 훨씬 빠르더군.
너희의 조물주는 머리 아프겠다.
끊임없이 쉼 없이 만들어내느라...,
그러다가 끌려가고 휘둘리고
그러다가 사람답게 사는 일을
포기해야 할런지도 모를 일.
어쩔까나...!
나는, 꼭 필요한 만큼 아주 쪼금만
들락날락 할란다.
휘둘리지도 끌려가지도 않으면서.
아직은 종이로 된 책이 더 편하고
아직은 종이에 손으로 쓰는 일이 더 좋거든.
어쩔 수 없어서 손가락 끝으로 마음 표현하고,
손가락 끝으로 뜻을 표현하는
빠름 세상을 아주 등지고 살 수 없어
이쪽저쪽 걸쳐 놓고 비겁하게 살지만,
꼭, 필요한 만큼은 신세 지자꾸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