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치 Aug 08. 2024

위기: 다시 기로에 선 대한민국


국제질서와 패러다임 전환기에 한국도 기로에 다. 역사 이래 가장 강력해진 한국이 가장 복잡한 다중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나라 안에서는 극심한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로 이념·계층·세대 간의 갈등이 거의 내전 수준이다. 남북한관계는 장기간의 대화 단절 속에서 제2의 6·25를 걱정할 정도다.

      

나라 밖으로는 저무는 미국에 올인하는 가운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로 꼽힌다. 한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 왜?

      

1. 오늘날이 구한말과 같은 이유 

    

흔들리는 변곡점에 선 한국은 저출산율, 청년·노인 자살률·빈곤율, 정치사회적 갈등이 세계 1위다. 경제와 외교안보도 예전 같지 않고, 나라의 운명을 좌우해 온 한반도 주변정세도 위중하다.

      

21세기의 오늘날을 구한말(1897년 대한제국 수립→ 1910년 경술국치)에 비유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은 3박자 유사성 때문이다.  

    

- ①미국이 주도한 동아시아 패권질서가 붕괴되자 대륙·해양 세력들이 한반도를 두고 각축하고 있다. 근래 일본과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 방식·강도도 변했다.


- ②美國은 구한말 몰락하던 청의 ‘조선 속국화’ 정책과 같이 한국을 결박해 자국의 대 중국 견제와 경제활성화의 도구로 활용코자 한다.

 

- ③여전히 자주독립이 절실한 한국은 100여 년 전 조선의 ‘원교근공(遠交近攻=聯美)’ 전략을 답습, 미국과 한미동맹을 경제와 안보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구한말 당시 한국인들은 주변정세의 변화에 둔감했다. 무엇이 위기인지도 모른채 국토가 유린되고, 국망의 화를 했다. 현재의 분단된 한국은 과거의 대한제국보다 더 위험하다. 기로에서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기와 기회와 능력을 잘 살펴, 최선의 선택을 통해 할 수 있어야 한다.

     

2. 격변기 국내외 위기 실태

     

지구촌의 과제     


지금 지구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역사의 분기점에서 새로운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지구촌의 큰 변화는 3가지가 화두다.

    

첫째는 정보·생명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인류에게 주는 전혀 새로운 도전과 위협이다. AI가 인간 지능을 압도하고, 바이오 생명공학이 진화의 법칙을 초월해 인간의 존재 가치를 흔들 전망이다. 기대 수명의 연장은 교육→일→은퇴라는 삶의 3단계 공식을 파괴해 인간 삶의 기본 구조마저 바꿔놓을 것이다. 지구촌에 변화 기회이기도 하지만 위험·위협 요소들도 많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중 패권전쟁 과정에서 평화로운 세력전이가 이뤄질 것인가? 아니면 파멸적 상황에 직면할 것인가의 우려다. 같은 문명인 영→미와 달리 미→중 간의 세력전이는 평화롭게 이뤄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20세기 초·중반, 영→미간의 세력전이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이뤄졌다. 21세기 초의 현대판  미중 패권전쟁도 세력전이의 임계점에서는 한바탕 열전이 불가피하다. 그 형태는 대만·한반도 등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국지적 대리전이나 3차 대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셋째는 기후변화가 초래하고 있는 지구촌 종말 가능성의 현실화. 기후 변화는 식량·물 부족, 홍수, 극심한 폭염, 질병 만연과 경제 손실 등 다양한 모습으로 인간을 위협한다. 기후위기는 국제사회의 불평등 문제와도 연계된 현 세계의 가장 중대한 문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안위를 결정하는 실존의 문제다. 온난화 수준이 1.2°C 상승한 현 상태에서 앞으로 1.5°C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지구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이외에 세계 경제침체와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위기도 인류의 해결 과제로 제기되었다.  

   

한반도의 위기   

  

최근 한반도는 동안 남북한관계를 지배해 온 정전·북핵·동맹 체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전쟁 분위기다. 지난 40년  남북관계를 직·간접적으로 접해 온 필자는 지금과 같이 유치하고 험악한 한반도 상황을 보지 못했다.

   

근래 ‘유엔사의 재활성화'를 비롯한 한미동맹의 강화는 북한의 핵 고도화와 만나면서 정전체제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불안한 정전체제가 국제적인 신냉전 구도와 맞물리며 위험이 배가되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71년 전에, 공고한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설정한 과도기적인 정전체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다시 열전으로 가는 길이고, 한국의 주권도 더 제약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양립할 수 없는 한미동맹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에 주력하면 '중국시장' 이익이나 다가 올 '아시아 시대'와도 어울릴 수 없다.

    

한반도 긴장도 점입가경이다.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면서 한반도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74년 전 6·25 전야에 함께 한 한미와 북러가 다시 맞서게 된 한반도는 거대한 힘들이 충돌하는 단층지대가 되었다.

      

최근 북한은 한국의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사거리 110km, 4연장 미사일 발사대 250대를 전방에 배치했다. 유사시 오물풍선 대신 미사일 1천 발을 동시에 발사해 서울 등 수도권을 강타하겠다는 것이다. 핵이 없는 한국은 K9 1천 발로 대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위기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한국의 지위를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당시 한국은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4만 불이 넘었다. 속도와 창조력 등 디지털 시대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조건도 갖췄다.   

   

일장춘몽. 잠깨보니 선진국이었던 나라가 다시 잠깨보니 후진국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의 덫에 빠졌다. 겉으로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군 살만한 나라라지만, 속으로는 일찍 늙고 병들어 가고 있다. 이상한 성공, 성공한 나라의 불행한 국민들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가 아니고 정치다. 권력 싸움에 전력투구하는 정치인들은 퇴행적 행동만 일삼는다. 무엇보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대통령 지지율이 줄곧 20~30%대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다. 거부권과 인사권이 자유롭다. 양당 정치는 증오와 혐오의 폭력이 지배하고 있다. 네 탓 공방만 이어가며 정치가 실종되고, 의회 민주주의도 기능부전 상태에서 파국으로 간다.      


외교안보통일 차원에서는 한미동맹의 이익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모습이다. 실종된 한반도 평화·통일과 전시작전권 환수는 한국의 자주독립과 통일한국의 꿈을 앗아가 버렸다. 평화는 로에 서고, 통일은 물을 수조차 없다. 역사가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한국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며 탈아입구(脫亞入歐)까지 하고 있다.

     

경제도 기로에 서 있다. 핵심 키워드는 '기로, 저성장, 민생위기'로 요약된다. 세계적인 고금리와 중·고물가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률이 2년 연속 1-2%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고물가, 고금리, (세계 최고)가계부채, 부동산 PF 위기 등으로 민생은 최대 위기다.   

   

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미국의 경제발전 전략은 한국에 친미, 반중·반러 정책을 강요해 경제적·지정학적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 한국 재벌의 300조 원이 넘는 미국 투자와 미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은 ‘한국경제의 공동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로 인한 한국의 수출 물량 감소, 독과점 지위 상실, 연관산업 쇠퇴, 세수·고용 감소, 지역경제 쇠퇴는 한국경제에 이익이 아니다.  

    

오늘날 한국경제는 수출주도가 한계에 달하고, 내수경제 침체와 잠재성장률 하락에 국가경쟁력도 저하되고 있다. 수출의존을 축소하고, 내수 중심으로 구조를 전환하며, 다자간 무역관계를 확대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이 한미 군사동맹의 경제·기술동맹화와 함께 미국 주도의 경제볼록에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사회 측면에서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 특히 노인과 청년이 힘든 나라다. 낮은 출산율과 단연 세계 최고인 자살률이 이를 증명한다. 2024년 1분기 기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6명(서울은 0.59명)이다. 역대 최저치인 동시에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최하위다. 세계 평균은 물론 북한(1.9명)의 절반도 안된다. 이대로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미래 한국을 책임질 대다수 젊은이들이 결혼해서 애를 낳고, 집을 마련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없실이다. 받는 월급에 비해 터무니 없는 주거비용과 아이들 교육비를 생각하면 헬조선의 불행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 여성들의 출산 파업은 전적으로 정치 파업 결과다.

 

한마디로 한국은 희망이 없는 실패한 독재 국가사회, 건강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2024년 한국가장 큰 숙제는 불평등이다. 정치의 기능부전이다.

    

3. 한국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요구

     

미국과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핵심은 남북한 중 상대편을 자기편으로 데려와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에게는 북한, 중국에게는 한국이 그 대상이다. 2018년 이전에는 주로 한국을 둘러싼 공방전, 2018년과 2019년의 북미·북중 정상회담은 북한을 둘러싼 쟁탈전이 있었다.

      

미국의 구애·강박   

   

중국의 부상 후 미국이 아태지역 회귀가 시작된 2011년부터 한국을 둘러싼 미중의 구애와 쟁탈이 뜨거워졌다. 미중 패권전쟁 이후 한국에 대한 미중의 요구는 더 노골적이었다.

  

2013년, 바이든 대통령이 ‘아태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는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으로 방한했을 때다. 그는 “한국이 미국의 반대 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에 계속 베팅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편을 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2022년 5월 21일,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다시 ‘베팅’을 언급했다.  “(한국이) 미국에 반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베팅은 없다.”는 말이 그것이다. 사실상 “미국을 반대하지 말라”는 것으로, 베팅이 아닌 전략적 모호성이나 중립적 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미중 패권경쟁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선택적인 현안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①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및 동아시아 미사일 방어(MD) 체계 참여, ②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참여 등 인태지역 자유 번영 위한 합당한  수준의 기여와 역할, ③중국 반도체 기술 규제 동참, ④중국의 인권, 대만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 ⑤미국의 INF 탈퇴 이후 중거리미사일 한국 배치 협력 등이 그것이다.      


한미동맹의 가치동맹화, 즉  중국 군사동맹화를 추구하미국은 한국이  중국 공격기지가 되어주기 바란다. 미래 전시작전권 반환을 상정해 유엔사의 역할 확대를 추구하며 대 한국 및 한반도 지배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     

 

나아가 미국은 한국이 ‘아시아 판 나토(NATO)’ 협력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이 G7+ 국가가 돼 미중 패권전쟁에 여하기를 원한다. 미국 하원은 한 때 미국이 민감한 안보정보를 공유하는 동맹국인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의 참여를 검토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그동안 도와주었으니 이제 부자나라인 한국이 미국을 도우라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의 강박성 구애와 묘수들에 자유와 가치 연대를 추구하는 한국은 적극적이고 발 빠르게 협력하고 있다. 북중러와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는 충직한 동맹이다. 

    

중국의 구애·강박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19년 12월 베이징 한중정상회담 등의 기회에 “우리는 줄곧 긴밀하게 협력해 온 친구이자 파트너다. 한국과 친구하고 싶다.”“한중 양국이 손을 잡으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진심이다.”라고 말했다.

    

2023년 6월 8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이재명 대표의 대사관저 초청만찬 시  "(미중 패권전쟁과 관련)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다. 단언컨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중관계의 올바른 방향과 안정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말하며 한국의 변화를 주문한다. 한국이 ①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세의 영향을 받지 말 것을 비롯, 상호 ②선린우호 ③공급망·산업망 수호 ④내정 불간섭 ⑤다자주의 견지가 그것이다. 한국이 반중국 정책을 추진하지 말라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에게 미국의 각종 요구를 받아들이면 힘들어질 것이다. 미국을 추종하지 말고 중국을 선택하라. 중국체제가 미국체제보다 이익도 크고 좋다. 나토 협력에 휘말리지 말라는 것이 중국의 압력 요지다.


중국의 강박은 미국 못지 않다.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동맹이 될 경우 한국은 중국의 적이  미국의 총알받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의 칩4 반도체 동맹 참여는 상업적 자살이 될 것이라고 겁박한다. 대만문제에 관여하는 한국을 미국의 '졸개'라고 난한다.


------b-----     


기로에서 나아갈 길은... 

    

이상, 전환기에 한국이 고려해야 할 세계와 한반도, 국내 차원의 위기들을 살펴보았다. 위기를 극복하며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위기’인지 현상을 알고, 인정부터 할 일이다.

      

2021년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며 자화자찬한 지 불과 1-2년 만이었다. 2022년 미중 패권전쟁이 신냉전의 분위기로 가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격변기의 위기가 증폭돼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남북한이 생산한 포탄 전쟁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위기가 한국만의 것이 아닌 지구촌 전체의 위기인  다행이다. 역사상 가장 강력해진 한국에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또다시 강대국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도전하고 신세계를 열어갈 수 있는 강한 나라가 되었다.


      

다음 회차의 글들에서는 위기 해결에 필요한 각종 기회 요인과 한국의 자질·역량, 역사가 주는 교훈 등을 바탕으로 미래를 열어갈 선택적 변화들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끝)     

이전 04화 각자도생 하며 헤쳐 모이는 지구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