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내가 살던 지역이 고교평준화 지역이 됐다. 그런데 당시 교육청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지역 내 한 학교만 평준화에서 제외했다. 당연히 그 학교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탈락한 나머지 학생들을 다른 평준화 학교로 배정했다. 내가 배정된 학교는 지역에서 2-3등 정도하던 학교였다. 신입생 때부터 천대를 받았다. 평준화 이전 입학한 선배들은 “또뽑기는 후배 아니다. 어디 가서 우리 학교 다닌다는 말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2학년이 되니 설움은 더해졌다. 그 때는 완전 평준화가 돼 모든 학생이 고르게 배정됐다. 우리 기수는 실력 없는 기수로 학교와 선생님, 선배와 후배 모두에게 설움 당하는 신세가 됐다.
시간이 지나 모교 교사가 된 나는 제일 먼저 우리와 비슷한 기수 졸업생들의 입시 성적을 확인했다. 우리를 그토록 무시했던 선배나 후배나 다 별로였다. 단지 최상위 15,6명이 명문대학에 더 들어갔다. 예비고사 전체 평균은 오히려 우리가 더 높았다. ‘소돔과 고모라’도 아니고 우수 학생 15,6명이 없어, 그렇게 무시를 당해야 했나! 명문대학에 들어간 그 15,6 명 어떻게 됐을까? 더러 입신양명한 친구들도 있지만 다 저 살기 바쁘다. 모교나 후배를 위해 공헌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그 친구들은 자기가 공부 잘해 명문대에 입학한 게 공헌이라 생각한다.
작년부터 이어진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를 보며 50년 전 고등학교 시절 학교의 보물이었던 15.6명의 우수학생들이 생각난다. 의대생들은 아마 학교 다닐 때 엄청난 기대와 지원을 한 몸에 받았을 학교의 보물들이었을 것이다. 남들은 못 받는 기대와 지원 왜 받았을까? 부디 한번 생각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