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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 Apr 26. 2024

반지의 제왕을 다시 보며

정말 오랜만에 생각나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정주행 했다. 처음 봤던 게 초등학생 때인 것 같은데 이십 년 가까이 흘러도 전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영화다. 어렸을 때는 몰랐던 세련됨까지 느꼈을 정도다. 어릴 적엔 단순히 악에 맞서 반지를 파괴하는 이야기로 호기심 가득한 영화였다. 웅장한 스케일에 감동받고 전투씬과 음악 배경들에  이끌여 3시간 가까이를 지루함 없이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하나 나이 먹고 다시 시청해 본 현재는 이보다 더 '인간'에 대해 잘 표현한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화려한 전투씬과 웅장한 스케일 보다 세심한 인간 본성에 대한 심리가 눈에 잘 들어왔다.

영화에서 나오는 절대반지는 인간의 탐욕을 말한다. 형체가 없는 적들의 왕 사우론이란 존재는 반지 그 자체를 표현한다. 반지는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며 사우론이란 존재는 그 욕망을 자극시키며 보이지 않게 어둠을 몰고 온다. 잠재되어 있는 인간의 욕망을 이겨내는 과정을 오크와의 전투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영황 겉 면만 본다면 옛날이야기 화려한 SF 동화로 생각할 수 있으나 외적인 싸움을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 전투로 비추어본다면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멀지 않은 곳에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희망이 없는 세상 속에서 누가 희망의 등불을 짊어질 것인가? 거대 악 사우론에 맞서 누가 반지를 용암에 파괴하러 떠날 것인지가 첫 번째 화두다. 이 부분을 이해해야 나중에 감동이 두배로 온다. 평생을 살 수 있는 엘프와, 장인 드워프, 위대한 마법사, 한 왕국을 다스리는 인간 등 뛰어난 인물들이 즐비한 가운데 누구 하나 쉽사리 나서지 못한다. 용암까지 가기 위한 여정이 무서워가 아닌 이들은 반지를 갖고 있을 시 자신이 이겨내야 하는 내적 욕망을 두려워한다. 지배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이 명성 높은 이들 중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하게 막아선다. 영화에서 김리(드워프)가 도끼로 반지를 내려쳤으나 도끼가 부서져 버렸다. 그때 엘프가 한 대사가 이렇다. '반지는 우리 누구의 힘으로도 파괴할 수 없다.' 어쩌면 신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잠재되어 있는 내적 욕망을 이겨낼 힘이 없다는 걸 표현한 듯하다. 이런 혼란 와중에 호빗 종족인 프로도가 자기가 나서겠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부터가 이 영화에 핵심이다. 전쟁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체격이 다부진 것도 아니고 마법을 부릴 줄 아는 것도 아니고 영생을 사는 것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키 작은 난쟁이가 희망의 등불을 지고자 한다. 처음 볼 당시에는 아라곤 김리 레골라스 간달프 위주로 보였다. 싸움을 잘하고 이 영화의 핵심 주인공처럼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실상 제2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호빗은 이들에게 가려진 그림자처럼 보였다. 하나 다시 본 영화 속 진짜 주인공은 호빗이구나 라는 걸 느꼈다. 실제로 영화 마지막 장면에 아라곤이 왕이 되고 모든 종족이 통합된다. 그때 모든 생명체가 프로도를 포함한 호빗들에게 절을 하며 감사를 표하는 장면이 나온다. 생사를 건 1대 100이라는 오크와의 전쟁보다 반지를 지니고 자신의 내적 욕망을 이겨낸 이들에게 존경을 나타내는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이다. 현재 우리도 세상과 비교하면 영화 속 호빗처럼 한 없이 작고 나약한 존재다. 명예롭지 않고 부와 명성이 없어도 도전하는 용기와 푸른 순수함은 무엇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느꼈다 다. 영화 속 프로도는 골룸이라는 괴물에게 까지 자비를 베풀고 동정심을 느끼는 따듯한 정이 돋보였다. 골룸은 끊임없이 반지를 탐내고 차지하려 하는 악으로 나오지만, 결국 마지막 반지를 파괴할 때는 선하든 악하든 제 역할을 하게 된다. 간달프가 한 말이 있다. '아무리 현명한 존재라도 삶과 죽음을 판단할 수 없다.' , '세상에는 죽어 마땅한 존재가 살아남고 살아야 할 존재들이 죽는 일은 허다하다.' 선과 악을 사람이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이란 프로도가 보여 준 타인을 양한 자비와 동점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야만 타인의 삶에 깊이 공감하는 인성을 지닐 수 있다. 경쟁이 즐비한 현대 사회에서 이기적이어도 좋고 나 먼저 생각해도 좋지만 우리는 프로도가 보여준 순수함을 결코 잃으면 안 된다. 인성의 마지막 단계는 나만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살아서 타인의 삶을 도우는 일이다.

이순신의 명대사와도 이어진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를 반지의 제왕에 비춰서 해석해 본다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혼자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같이 살고자 하면 살 것이니' 영화 속 인물들은 제 각기 다른 길 속에서 투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두의 희망과 땀이 결합하여 승리를 쟁취한다.

아주 오래된 영화지만 오늘 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 담겨있는 TOP5 안에 드는 영화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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