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의 취임을 경축드립니다 ①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慶祝 第12代 全斗煥 大統領閣下 就任. 정의로운 국가건설에 신명을 바치실 제12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취임을 온 국민과 더불어 미원 임직원은 충심으로 경축하오며 대통령 각하의 국가지도 이념 아래 굳은 신념과 의지로 경제자립과 민주 복지 사회건설에 이바지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味元 임직원 일동>
전두환 대통령이 제12대 대통령에 취임한 1981년 3월 3일과 그다음 날 각 신문에는 일제히 기업들의 취임 축하 광고가 실렸다.
<제5공화국의 출범과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취임을 축하하며 …(중략)… 위대한 영도자를 모시고 우리는 풍요로운 민주 복지국가의 건설에 온 정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한국보험공사 사장 김기완. 생명보험협회 회장 이웅기….>
<慶祝 第12代 全斗煥 大統領閣下 就任. 본인의 소박한 소망은 모든 가난한 사람도 의식주에 걱정이 없는 사회…(중략)… 남의 지배나 업신여김을 받지 않는 나라를 이룩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후략)… (1981.2.10 전 대통령 말씀 중에서-) 삼성>
이것처럼 독재 정권 시절 권력과 기업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게 중에는 분명히 자발적으로 ‘각하 만세’를 외친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강압 또는 마지못해, 안 할 수 없으니 했을 것이다. 정권에 찍히면 회사를 뺏기는 것은 물론이고 목숨도 담보할 수 없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40년 전 일이라고 웃어넘겨도 되는 걸까.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인 2022년 5월 10일 아침, 이빨을 닦다가 무심코 신문을 본 나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4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합니다. …(중략)… 새로운 대통령과 국민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갈 새로운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 삼성이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더 행복한 내일을 위해 우리금융 그룹도 함께 하겠습니다.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합니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FCA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축하 광고는 그다음 날까지 각 신문을 도배했다.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가 기업 경영에 필요한 행위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왜 2022년 5월, 민간 우주여행까지 열리는 이 시대에 아직도 40년 전 행태가 반복되고 있을까. 그래서 호기심 반, 씁쓸함 반으로 과거 신문을 뒤져봤다. 언제부터 이런 일이 시작됐는지 알고 싶어서. 그리고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퇴보하고 있었다. <②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