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아파서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왔다. 물리치료와 함께 침을 맞으니 50분 정도는 엎드린 자세로 있어야 한다. 치료가 끝나고 일어나면 자고 일어난 듯한 느낌이다. 멍한 상태로 한의원을 나온다. 오후 5시인데도 햇빛에 눈이 부시다. 부스스한 얼굴로 눈을 찡그리며 손가락을 빗 삼아 엉망인 머리카락을 다듬는다. 신호등에서 파란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정신을 차려본다.
오른쪽 운동화의 신발끈이 풀어져 있다. 오른쪽 바깥으로 풀어져 있는 신발끈이 왼쪽으로 넘어와서 내가 밟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시선을 오른쪽 운동화에 두고 신호등을 건너간다. 신호등을 다 건너서 고쳐 매야겠다고 생각한다.
맞은편에는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오는 중년의 여자분이 걸어오고 있다. 횡단보도 중간 즈음을 지날 때였다.
“신발끈 풀어졌어요”
하는 말이 들린다. 나는 고개를 들어 본능적으로 "감사합니다." 하고 대답을 했으나 상대방은 이미 나의 등 뒤로 멀어져간다. 지금 내가 들은 말이 환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풀어진 신발끈을 말해주는 사람이, 그것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에 말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본다.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 받는 요즘,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오늘이다.
*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