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신 분들은

플라잉요가 주의사항

by 친절한 곰님

중학교 1학년 딸은 핸드폰을 보는 등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자세도 구부정하고 간혹 딸이 찍힌 사진을 보면 거북목이 되어 있다. 그래서 운동을 하자고 제안한다. 분명 혼자 하자고 하면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나도 같이 하겠다고 한다.


요가는 스트레칭은 되지만 운동은 안될 거 같고, 필라테스는 근력 위주의 운동이라 자세 교정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 나는 요가와 필라테스를 1년 이상 해봤다.


나는 플라잉 요가를 선택했다.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플라잉 요가 학원이 있다. 학원까지 이동하는 왕복시간이 30분 정도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학원에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분홍색 해먹에 매달려 날아가는 자세나 누워있는 자세를 하고 있는 수강생들을 보면서 플라잉 요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들었다. 그리고 골반교정이나 요통 해결, 그리고 성장판도 자극한다는 장점에 나는 덜컥 딸과 함께 당당하게 수강 등록을 한다.


수업시작 2시간 전에 공복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의사항 외에는 별다른 게 없었고, 평소 소화능력이 뛰어난 나는 1시간 전에 밥을 조금 먹고 학원으로 간다. 천장에 달려있는 해먹에 내 몸을 맡기고 무거운 다리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옮기고,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는 자세를 한다. 나의 움직임에 해먹도 그네들 태우듯 움직인다.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고 어지럽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멀미다. 나는 결국 수업 중간에 해먹에서 내려와서 바닥에 누웠다. 딸은 제법 잘 따라 하고 있다. 정원이 10명인 수업이지만 금요일 마지막 타임이라 그런지 수강생은 딸과 나 밖에 없었고, 이제 딸은 선생님께 개인 강의를 받고 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은 나이 드신 분들은 종종 멀미 증상을 느낀다면서 나의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를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주신다. 그 와중에도 내 귓가에 들리는 말은 '나이 드신 분들'이었다.


'나는 이제 누가 보기에도 나이 든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나보다 키가 큰 중학생 딸과 같이 수업을 들으니 내가 나이 든 것은 맞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크고, 나의 부모님들이 늙어가는 것은 느끼면서 정작 나 자신도 같이 나이 듦은 느끼지 못했다니.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멀미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유독 나이 든 사람들에게 많이 있는 증상이라는 생각에 더 어지러웠는지도 모른다. 결국 집에 가서 나는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남편을 나가라고 하며 토하고 말았다. 내 나이도 같이 내뱉었으면 좋으련만.


다음 수업에 대한 부담감을 잔뜩 안고 나는 3시간 전부터 금식했다. 다행히 멀미는 나지 않았다. 해먹에 폭 안겨 눈을 감고 있자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이런 자세였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든다. 수강 2일 만에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 다행이다. 딸도 배고프다고, 힘들다고 투덜거리지만 운동 후 몸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한달 후에 플라잉 요가는 그만둘지언정 다른 운동은 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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