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우면 밤
비가 온다고 하더니 날씨가 잔뜩 흐리고 비는 쏟아지기 직전이다. 서둘러 아이들을 깨운다. 아이들이 비가 내리기 전에 학교에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커튼을 치니,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은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린다. 조금 있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1월 말의 가을비라고 하기에는 제법 많이 온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겨울이 성큼 다가오겠지'라며 혼잣말을 한다.
아들은 요즘 학교 배드민턴부에 들어가서 제법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아침 잠이 많던 아들은 1교시 시작 전 배드민턴 수업이 있는 날이면 놀랍게도 눈이 떠지는지 부지런을 떤다. 가을비는 오후에는 그칠 것이라는 예보에 나는 작은 접이식 우산을 아들 가방에 꼽아준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외치며 아들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잽싸게 집을 나선다. 창 밖을 내다보니 그 사이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큰 우산을 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아침을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정리하고 나도 출근 준비를 한다. 그런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아들이 준비물을 놓고 갔나 보다 하고 현관으로 나가본다. 계단으로 뛰어 올라왔는지 아들은 거친 숨을 내며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엄마, 지금 밤 아니야?"
그 말에 나는 웃음이 난다. 잔뜩 어두운 바깥 풍경에 아들은 아침을 밤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배드민턴 수업이 8시에 시작하기에 7시 45분에 집에서 나갔으니 그 시간에 등교하는 아이들도 못 봤을 터였다. 아들은 학교가는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한 듯했다.
아들은 오늘이 무슨 요일이고, 내일이 무슨 요일인지에는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엄마가 학교 가라고 하면 가는 날이구나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런데 토요일, 일요일은 귀신같이 잘 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아직 아이 같아서, 그 순수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