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남편이 승진을 했다.
사실 한 달 전부터 남편은 긴장을 했다. 원래도 깊은 잠을 못 자는 성격이지만 더욱 그랬다. 자다가도 자꾸 깨고 주변 숫자에 이상하게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45명 승진에 순위 13번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승진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방에서 근무하다 보니 본부가 있는 세종시나 대도시 소속 직원이 몇 명 승진하느냐에 따라 남편이 승진이 될지 안될지가 결정되기에 마음이 불안한가 보다.
남편의 티맵 점수는 100점이다. 그러나 주행거리에 따라 같은 100점이라도 순위가 정해지나 보다. 순위가 46등이라고 한다. 남편은 45등 안쪽에 들기 위해 주행거리를 늘리고 속도도 준수한다. 자꾸 그 숫자가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남편에게는 그만큼 승진이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승진 내정자 발표일자가 이번 주 금요일 오후라고 소문이 났다. 남편은 유연근무제를 해서 오전 8시 30분에 출근을 하고 오후 5시 30분에 퇴근을 한다. 평상시와는 다르게 6시까지 남아 있다가 온다는 말에 나는 평상시대로 퇴근하라고 말한다. 남편이 퇴근하는 5시 30분에도 승진 내정자 발표가 나지 않았다. 남편은 피가 마른다며 투덜댔다.
6시 3분.
남편이 승진을 했다며 친한 동료가 전화를 해준다. 남편은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며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남편이 드디어 승진을 한 것이다. 지난 승진 후 10년 만이다.
남편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축하 전화다. 남편의 대사는 겸손하고 침착하지만 마음은 들떠 있는 것이 보인다. 삼십여분이 지나고 전화가 잠잠해진다. 남편이 갑자기 나에게 전화를 건다. 승진하면 제일 먼저 전화를 걸겠다고 말했는데 전화를 받느라 못한 것이다. 남편과 나는 마주 보고 전화를 한다.
"나 승진했어"
"응 축하해"
남편은 여유가 생겼는지 이제 아버님과 어머님에게 전화를 한다. 사실 남편의 승진을 남편보다도 더 간절히 바란 사람은 아버님이다. 이제 여든이신 아버님의 일상에 크게 기쁠만한 일이 없는데 남편의 승진은 아주 큰 기쁨이 되었다. 그리고 어머님과도 따로 통화를 한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에게도 전화를 한다. 승진을 하면 타 지역에서 근무를 할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는지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승진 내정자가 발표된 당일, 나의 아빠는 주말 부부를 하며 혼자 두 아이를 키울 딸을 벌써 걱정하신 것이다. 남편은 장인 어른의 마음은 알지만 진심 어린 축하를 받지 못했다며 내심 서운해한다.
"당신 부모님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잖아. 우리 아빠야 내가 더 중요하지"
라고 나는 말해버린다. 아이들이 제법 크긴 했지만 그래도 감기에 걸리면 가끔 열이 나는 아이들을 내가 일을 하면서 잘 돌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미안하지만 난 승진 안 해도 돈 더 많이 벌어오는 게 더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