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요

벤자민 플랭클린 효과

by 친절한 곰님

1월 1일 자 인사이동이 있었고 우리 부서의 3개 팀 중 총무팀장님만 바뀌었다. 나는 지금 있는 부서에서 1년 정도 있었으니 올해는 작년에 보다는 좀 수월하고 여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런데 작년에는 부서 전체적으로 큰 문제없이 평화로웠는지 올해는 옆 팀에 문제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다만 이 문제들은 올해 새롭게 생긴 문제들은 아니고 작년에도 있었으나 잠잠해져 있던 것이었다.


새로 오신 팀장님은 업무도 낯선 데 문제까지 생기니 정신이 없어 보인다. 나는 1년 동안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는 범위 내에서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야기해 준다. 그러나 우리 팀 업무가 아니니 도와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정은 담당 팀장이 해야 한다. 어느 날 나와 같이 작년에 와서 1년간 있었던 팀장님이 나보고 새로 오신 팀장님을 잘 도와주라는 우스갯소리를 하신다.


"총무팀장님 좀 잘 도와줘요"


새로 오신 팀장님은 내가 잘 도와주고 있다고 답변을 하신다.


그날 자려고 집에서 누워있는데 갑자기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보통 혼자서 고민해서 일을 처리한다. 힘든 내색을 잘 안 해서 내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힘들어하는지 여부도 주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유일한 고민상담자는 남편이다) 어떤 일을 할 때는 최대한 많은 상황을 가정하고 미리 대비를 한다. 도와달라는 말을 잘 안 하니 혼자서 힘들다. 그런데 힘들다고 주변에 하소연하는 사람들은 '도와주자'라는 생각이 들게 하나보다. 내가 잘못 살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누군가의 시간을 뺏는 일이 미안해서 나 자신을 힘들게 있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내 이미지가 그래서 '차가운 느낌이 드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움을 요청한 사람과 받은 사람과의 심리적 관계에 대한 이론이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이다. 도움을 준 사람이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서 오히려 호감을 느끼는 효과로 이는 적을 친구로 만드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벤자민 플랭클린은 펜실베이니아주 의원으로 적이 한 명 있었는데 그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적에게 매우 소중한 책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했고 책을 돌려줄 때 감사의 편지도 쓰면서 두 사람은 절친이 되었다. 프랭클린은 "적이 당신을 한 번 돕게 되면, 더욱 당신을 돕고 싶어 하게 된다"라는 구절을 남겼다.


상식적이라면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고마워해야 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이 요청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면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자꾸 도와주게 되고, 그 사람에 대한 호감으로 바뀌는 것인가? 나는 주변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는데 앞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 실수하는 방법을 공부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나 승진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