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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곰님 Dec 12. 2024

어떻게 읽을 것인가

배부른 사자는 사냥하지 않는다.

아기 사자들이 잔디 위에서 놀고 있습니다. 아빠 사자는 사냥을 하러 나갔습니다. 엄마 사자는 아기 사자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어제는 작은 토끼 한 마리를 간신히 잡아와서 아기사자들의 고픈 배를 간신히 채워줬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제법 큰 사냥감을 잡아와야 한창 크는 아기 사자와 가족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엄마의 속사정을 알리 없는 아기 사자들은 마냥 즐겁습니다.


사냥에 나간 아빠가 돌아옵니다. 입에는 작은 토끼 한 마리가 물려있습니다. 아기 사자들이 아빠를 반깁니다. 요 근래에는 가젤 무리도, 얼룩말 무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내일은 가족 모두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가젤 무리를 만났고 큰 가젤 사냥에 성공해서 온 가족이 배가 부른 날입니다. 그동안 사냥 하느라 지친 아빠 사자는 나무 그늘에서 쉽니다. 그동안 아기 사자들에게 먹이를 양보한 엄마 사자도 오래간만에 부른 배를 두드리며 바위에 엎드려 잠을 잡니다. 그 사이 얼룩말 무리가 지나갑니다.


아기 사자가 아빠 사자를 깨웁니다.


아빠, 아빠

저기 얼룩말이 지나가요!

얼른 가서 사냥해요!!


아빠 사자는 지나가는 얼룩말 무리는 한번 쓱-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입니다.


아빠, 왜 얼룩말을 안 잡아요?

지금 잡았다가 내일 또 먹어요!


그러자 아빠 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기 사자를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아들,

사자는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아. 지금 배부름에 만족하는 거야.

비록 지금 지나가는 얼룩말 무리를 내일 만나지 못한다 해도 말이지.

매일매일 사냥을 하면,

사냥을 하는 아빠도,

도망을 다니는 동물들도 피곤하지 않겠어?

여기 이곳이 쫓기고 쫓아다니는 동물들로 먼지바람이 일지 않겠니?

배가 부르면 소화가 될 때까지 마음 편하게 기다리자.

소화가 다 되면 그때 아빠가 또 사냥을 나갈게


아기 사자는 아빠 사자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사냥에 실패해서 며칠 굶기도 하고, 작은 토끼 한 마리를 온 가족이 나누어 먹은 것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배가 부른 후에도 계속 사냥을 한다면

여기 있는 모든 동물들이 긴장하게 될 테고, 마음 놓고 편히 놀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기 사자는 얼른 소화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어놉니다.  

그리고 아빠가 사냥하는 방법을 떠올립니다. 발이 빠른 토끼를 잡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작은 먹이는 앞발로 붙잡고 큰 먹이는 발톱을 꽂아 발버둥 치지 못하게 한 다음 끌어당여 쓰러뜨립니다.


소화를 시키는 시간에 아빠의 사냥 방법을 생각하니

실제 사냥에서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조건 배불리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배부른 사자가 나무 그늘이나 바위에 앉아 쉬는 시간에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자기의 생각과 비교해 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면 피가 되고 살이 되듯이, 좋은 책을 읽고 소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나의 영혼이 살찝니다.


고명환의 '나는 어떻게 삶의 답을 해답을 찾는가'의 '사자는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지 않는다'는 문장을 보고 생각나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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