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집회에서 만난 할머니가 있다. 작고 매우 왜소하신 할머니는 직장암 수술을 하셨는데 아프신 몸을 이끌고 매주 집회에 나오시는 분이다. 집회에 나가면 보던 분들은 늘 보게 되는데 할머니의 열정을 보니 짠해지는 마음과 함께 나의 열정에도 불을 지펴주었다. 할머니가 나에게 정보 공유를 물어보시길래 서로 번호 교환을 하게 되었는데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낮에 종종 전화가 오셔서 이것저것 알려드리며 할머니의 고충과 이이기를 들어드렸는데 그 횟수가 점점 잦아지게 되었다. 나중에는 부재중 여러통과 밤 12시에도 전화가 왔다. 바쁘고 피곤한 날에는 부재중을 보고 나중에 전화를 다시 거는데 단순히 안부나 뭐하냐는 질문, 같은 이야기를 매번 들으니 맥이 더 빠지기 일쑤였다. 어느 날은 할머니가 도움을 요청하길래 할머니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였고 할머니 집에서 차려주신 밥을 먹으며 할머니가 도움을 요청한 일거리를 도와드렸다. 어느덧 새벽 1시가 다 되어갔고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집을 빠져나왔다. 집에 도착한 후 씻고 피곤한 몸으로 자려고 누웠는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장화가 필요한데 장화를 주문해 줄 수 있냐는 요청이었다. 별로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 할머니가 말한 발 사이즈로 장화를 주문하였다. 다음날 장화가 도착하여 퀵으로 할머니에게 보내드렸다. 그런데 발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며 신발이 크다며 반품 신청을 하셨다. 가뜩이나 할머니의 잦은 전화에 부담감과 짜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계속되는 요청에 한숨이 푹 나왔다.
주말마다 있는 집회에 가면 늘 전화를 거시며 어디냐고 물으신다. 전화를 못 받을 때면 여러 번 부재중이 걸려온다. 할머니를 다시 만나 인사를 드리면 저쪽에 앉아라, 뭐해라, 저기에 앉는게 더 좋다. 등 할머니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물론 나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마음은 알지만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오늘도 할머니의 전화를 자연스럽게 넘겼고 이 부담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든다. 타인에 대한 연민, 타인을 도와주려는 이타심으로 선의를 베풀었지만 잘 거절하지 못하는 나의 성격과 적당한 거리를 두지 못했다는 점이 힘든 상황을 초래한 것 같다. 사실 그 이타심 속에 내가 타인에게 봉사하고 있다는 효능감도 깔려있었다. 할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지혜를 다시 한번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