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철화

아름다움에 대하여

by 우주

마지막 철화


차갑고 어두웠다. 태양빛은 닿지 않았다.

바닥엔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는 철무더기가 제자리를 잃고 헤메고 있다.

용광로엔 뜨거운 쇳물이 넘친다. 조금만 다가가도 내 몸이 타오를 것 같다.

박공지붕 천장엔 크레인이 다니는 레일이 제 소리도 제대로 못내면서 움직인다.

어디서 들어온지 모를 덩쿨나무들, 노동하는 사람들과 담배 연기

생명력이란 볼 수 없는 이곳, 문래동 한 철공소엔 철로 만든 꽃, 철화가 피어났다.



철이라고 하기엔 그 강직함이 보이지 않고

꽃이라고 하기엔 부드러운 잎이 보이지 않는다.

그 어느 것의 장점도 가지지 못한 너인데

그 누가 너를 강인한 쇳덩어리라 부르고

아름다운 꽃이라 하겠는가.

철화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생명력도, 향기로운 냄새도 없고

주변에서 튀기는 철가루와 담배가루

아무리 닦아내도 지워지지 않을 얼룩만

덜룩덜룩 너의 무늬를 만들고 있는데

그 누가 너를 다른 아름다운 꽃들이 모인

다발 속에 담고자 하겠는가.

철화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노동자가 흘리는 땀비

지붕 사이로 떨어진 쇠구름이 눈물

기계에서 튀어나오는 냄새나는 액체

너는 그 더러운 것들을 뒤집어쓰고도

하나도 닦아내지 않고

그 모든 것이 너를 녹슬게 만들어

녹물만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데

누가 널 사랑하고자 하겠는가.

철화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1년 12개월 365일

몇십번의 가을과 몇백번의 겨울 끝나지 않는 여름을 지나

결국 세상은 멸망했다.

이제 세상엔 1000송이의 꽃만 남게 되었다.

더이상 사람들은 향기로움을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세상엔 100송이의 꽃만 남게 되었다.

꽃을 기억하는 작은 존재들의 지저귐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제 세상엔 10송이의 꽃만 남게 되었다.

사람들은 더이상 꽃다발을 만들 수 없었다.

이제 세상엔 1송이의 꽃만 남게 되었다.



녹물 속에서 드러나는 빛

금속이 바람에 마찰하며 나는 소리

철화는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멸망한 이 곳, 나는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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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pt: A pastel-tone illustration depicting a single metallic flower, crafted entirely from steel, with rusted petals and a textured surface. The flower's design merges the sharp, industrial edges of metal with the organic form of a blooming flower. It stands resilient amidst a desolate industrial landscape, surrounded by scattered iron scraps, dark stains, and creeping vines. The metallic flower glimmers faintly under soft light, with rusted textures and weathered edges symbolizing the passage of time. The soft pastel palette blends warm rust tones with muted greys, emphasizing the flower's unique beauty and strength amidst decay. --ar 16:9 --v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