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박스 너로 정했다!
틴케이스가 아닌 종이박스를 제작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다양한 박스 샘플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우리가 제작할 박스의 재질을 몇 가지 정한 뒤, 방산시장으로 향했다.
방산 시장엔 다양한 포장업체들이 있다. 비닐, 플라스틱 박스, 종이박스, 알루미늄 그릇 등 온갖 포장용품들이 거리와 매장 안에 진열되어 있다. 업체마다 취급하는 포장재가 달라서 방문하기 전에 서치를 하며 여러 곳을 비교분석하며 2-3곳을 추렸고, 그 외에 둘러보며 괜찮아 보이는 업체가 있으면 또 들어가서 물어보기도 했다.
요즘엔 알음알음 물어서 좋은 업체를 추천받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샘플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검색해서 샘플을 확인하고 주문하는 것보다 직접 방문이 좋은 점은, 재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과 업계 분들을 통해 그 박스(재질)의 장단점과 제작 가능성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 업체에서 제작했던 박스 샘플 중 내가 원하는 사이즈가 있다면 목업작업을 따로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딱 맞는 사이즈의 샘플은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적당한 크기에 맞춰 감정카드의 사이즈나 수량을 맞출 수도 없었다.
박스 사이즈만큼 중요한 건 재질이다. 감정카드라는 제품이 주는 이미지를 시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촉감에서도 전달하고 싶어서,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패브릭 텍스쳐들도 고민을 했었지만, 때가 비교적 잘 타고 자주 쓰는 용도라면 추천하지 않는다는 전문가 분들의 말에 일찍이 마음을 접었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카드로 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슬라이드 박스가 편하지 않을까 싶어 슬라이드 박스 샘플도 다양하게 확인해 보았다. 업체에 있는 기성 슬라이드 박스에 샘플 제작한 카드를 넣어보고 직접 여닫고, 손에 쥐어보며 살펴보았다.
슬라이드 박스 너무 예쁘고.. 리본도 달 수 있어서 포인트도 추가하고 편하게 쓸 수 있지만, 박스 여닫는 부분이 사용하면 할수록 뻑뻑해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방문하는 업체마다 같은 이유로 비추천을 하길래 슬라이드 박스를 하고 싶은 마음도 넣어두었다.
여러 곳에 견적을 받아보고, 샘플도 확인해 보니 완성된 카드박스가 머리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다만, 우리가 제작하고 싶은 형태의 박스는 생각보다 단가가 높았고.. 하고 싶은 것과 비용에 대해 타협을 해야 했다.
S: 단가가 높아질까 봐 걱정이네... 그래도 나 비상금 통장이 있으니까!!!
W: 나도 적금 들어놓은 거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
S: 그래! 우리 꿈을 이루는 비용인데 몇백 쯤은 괜찮지...! 돈으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야...!
하고 싶은 퀄리티 높은 박스를 만들어 꿈?을 실현하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디자인은 스튜디오 잉 팀원들과 SHOW ME THE PACKAGE를 열어서 뽑기로 했으나- 다들 일정이 여의치 않아서, 내가 뽑은 여러 시안을 바탕으로 디벨롭을 하게 됐다.
패키지는 우리의 상품을 가장 먼저 보여줄 얼굴이니 무난하기보다 눈에 띄는 디자인이 좋아 보였다. 그래서 캐릭터 '이모'를 활용하여 다양한 시안을 뽑았다. 그리고 부분 홀로그램 박을 넣어 다양한 감정의 색처럼 반짝반짝하게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나와, 박을 넣어 시안을 작업했다. 홀로그램 박이 생각보다 예뻐서, 박도 넓게 넣자! 하며 캐릭터의 눈 속 반짝이뿐만 아니라 전면 텍스트도 전부 홀로그램으로 넣었다. 그렇게 주머니 사정은 고려 안 하고 후가공에도 돈을 아낌없이 썼다.
박스 재질과 디자인, 제작 업체도 확정 지었지만, 박스 제작은 처음이라 어떻게 발주해야 할지 약간 막막했다. 나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음에도 패키지는 주력 분야가 아니고, 캐릭터 디자이너와 작가로 일을 해왔을 뿐이었다. 그저 개인 스튜디오의 굿즈를 넣을 박스를 보러 방산시장에 가거나 친척이 하는 카페의 제품을 담을 박스들을 알아봤던 정도? 그래도 박스 제작은 일반 지류 상품들과 다르게 샘플도 만들고, 목형도 있어야 해서 과정이 다르겠지 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업체에 제작을 요청하고 파일을 전달해야 할지 몰랐다.
전이라면 혼자 끙끙 앓다가 네이버 지식인을 찾았겠지만, 내 실무 경력만큼이나 주변사람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경력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패키지 제작관련하여 경험이 많은 디자이너 친구들에게 제작업체에 어떤 걸 요청해야 하는지 샘플은 어떻게 제작해야 하는지 등을 물어서 알 수 있었다. 친구들은 아래와 같이 요청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1,2번이 친구들이 알려준 내용이고 이전은 우리가 업체와 진행했던 내용.
0. 업체 미팅 후 샘플 제작 > 보통 샘플 제작 시 샘플비와 계약금-제작비의 일부-를 지급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샘플에 들어간다는 건 제작 확정인 경우가 많은 듯.
1. 업체에게 n*n*n 사이즈 박스 만들 예정이니, 내용물 맞춰서 칼선을 잡아달라고 한다.
2. 칼선이 나오면, 그 칼선에 디자인을 얹혀서 데이터를 전달한다.
3. 끝!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덕분에 패키지 준비는 무사히 마무리되었는데, 패키지 제작기에 언급하지 못했지만! 패키지가 마무리되기 전, 쇼미 더 패키지를 진행할 때쯤 스튜디오 잉은 새로운 팀원을 영입했다. 심리학 전공생이자, 컨텐츠 제작에 관심도 있고 제작도 가능한 인재가 스튜디오 잉과 함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