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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Oct 09. 2023

짜장라면이 요리가 되는 시간

너무나 간단한 음식, 짜장라면. 이 짜장라면을 짜장라면으로 먹을 것인지 짜장요리로 먹을 것인지는 만드는 사람의 몫이다. 물을 끓여 라면을 넣고 짜장소스와 건더기수프, 올리브유를 넣어주면 완성. 끓이는 시간이 얼마냐에 따라 꼬들과 완익의 단계가 나눠지게 마련이다.


이 간단한 짜장라면에 무엇을 살짝 곁들이냐에 따라 그 맛은 확연히 달라진다. 아내는 일을 하러 가고 아이와 함께하는 한 끼, 더 맛있는 짜장라면을 위해 냉장고 야채칸을 뒤졌다. 점심 볶음밥으로 당근은 모두 소진되었고 남은 야채라곤 감자와 양파뿐. 양파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지만 양파향이라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이 두 가지 야채를 준비했다.


양파와 감자를 씻어 큼지막하게 썰고 냄비에 물을 올렸다. 물이 끓을 때 야채와 함께 라면을 넣고 건더기수프를 넣었다. 조리법에는 물이 끓은 후 물을 덜어내고 짜장소스와 올리브유를 넣으라고 되어있지만 그것보다 물 자체를 적당히 넣어 물을 덜어내지 않고 그 속에 짜증소스와 올리브유를 넣어 끓여내면 훨씬 풍미가 있는 짜장라면이 된다.


이와 같이 펄펄 끓는 짜장라면에 짜장소스와 짜장라면의 올리브유가 아닌 스페인 올리브유를 살짝 넣고 (집에 트러플 오일이 있다면 훨씬 좋다!) 냄비 채로 볶아 준다. 채소가 익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자가 익었는지 꼭 확인을 하고 불을 꺼야 한다. 꼬들면 성애자들은 반드시! 면을 넣기 전에 채소를 먼저 넣어 익힌 후 순서를 밟아가면 된다.

아이의 그릇엔 면과 감자만을 나의 그릇엔 냄비 속 모든 것을 아낌없이 그릇에 부어주고 비장의 무기 부추를 올려준다. 함께 볶아내도 좋지만 아이를 위해 선택한 뜻밖의 데코레이션이다. 감자, 양파가 너무 푹 익지도 않아 좋고 부추의 신선한 맛도 함께 어우러져 훌륭한 짜장면이 되었다. 후루룩 뚝딱 한 그릇을 가볍게 비워내는 아이를 보니 뿌듯함이 더한다.


요리도 그렇지만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이 마찬가지다. 이미 짜인 틀 속에 작은 것 하나를 더하고 덜하냐에 따라 그 결과는 미세하지만 큰 차이를 보인다. 틀에 박힌 루틴보다 사소한 차이를 만드는 '무엇'을 늘 생각하는 순간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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