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을 갔어도 결국 못 먹고 돌아온 콩국수맛집, 연산동 서가원. 오픈 11시에 맞춰 오픈런을 기대하며 달려갔다. 소사소사 맙소사! 그래도 앞엔 대기줄이... 하지만 이번엔 물러설 수 없다. 그나마 덥지도 않은 4월이 아니던가!
아니 얼마나 맛있길래 그렇게들 난리인가 싶었던 것도 있었다. 콩국수 본좌라고 자신하던 내게 어떤 감동을 안겨줄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대체 부산 3개 콩국수가 뭐길래 서가원을 따라 다니는 수식어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빅데이터로 검색했더니 부산 3대 콩국수는 1. 연산동 서가원, 2. 해운대 하가원, 3. 수영 나룻터국수였다.
어랏? 나름 콩국수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2번, 3번도 몰랐네? 그렇다면 1번 연산동 서가원부터 뿌셔야 하 하는 마음으로 오픈런을 준비했다. 하지만 오픈하기도 전에 줄을 선 사람들로 20분을 기다려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테이블수, 맛있는 물이 내어져 나오고 당당히 콩국수를 주문했다. 반찬은 셀프. 셀프코너가 바로 옆이라 어찌나 편했는지. 테이블은 자리가 없어 다찌석(개별석)에 앉았는데 이게 오히려 더 편하다. 안 매운 고추에 땡초를 맘껏 먹을 수 있고 직접 담근 깍두기에 단무지까지 무한 셀프!
기다린 보람으로 콩국수가 당도했다. 콩국수는 젖기 전에 먼저 콩국의 맛을 봐야 한다. 진하기로 유명한 서가원인데 그래 얼마나 진하다고 이 난리야 싶었는데 이거 이거 난리칠만 하다. 진득하고 꾸덕한 콩물, 첨가물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을 맛이다. 얼음도 없이 가득 나온 콩국수. 얼음은 필요하면 말하란다.
얼음 없이 3분의 1을 먹고 얼음 4개를 넣어 마저 먹었다. 소금은 살짝 넣어도 좋지만 짠 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콩 본연의 맛을 위해 2가지 스텝으로 먹었다. 나 사실 고등학교 때 전교에서 꼴찌로 도시락을 먹은 느림보 소식좌다. 그런 내가 동행한 사람보다 더 빨리 먹고 있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밥 빨리 먹기로 손꼽히는 분인데 말이다.
이 집의 비결은 무엇보다 재료다. 100% 국내산 경기도 파주 장단콩과 전남 신안 천일염만으로 매일 직접 갈아 만든다는 것. 이게 바로 크림 같은 콩국수의 찐 비결이라는 것. 더 놀라운 사실은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3시까지 영업을 한다는 것. 매주 목요일 휴무.
줄을 서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콩물도 판매한다. 줄을 선 가운데서도 콩물 사는 사람들이 꾀나 많다. 잔치국수, 비빔국수, 얼음국수는 맛을 보지 못했지만 콩국수 퀄리티가 이 정도라면 다음 방문엔 꼭 먹어봐야 할 메뉴들이다. 오직 통영 멸치로만 육수를 낸다고 하니 오죽하랴.
맛있게 먹고 나오는 길, 내가 기다렸던 줄보다 훨씬 길게 늘어서있다. 그나마 빨리 오길 잘했다 싶다. 오래 기다려도 이런 맛이라면 기다림이 즐거울 수 있겠다 싶은 집이다. 사람마다 콩국수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으니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겐 부산 최고의 콩국수집 맛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