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긴 흔하디 흔한 김밥인데 세상에 없던 김밥이 있으랴. 하지만 이렇게 굵고 재료가 꽉 찬 김밥이 또 있을까? 심지어 한 줄에 3,900원! 김밥 한 줄로 한 끼 가능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믿을 수 없지만 부산 남천동에 있더라. 이름하여 김면장. 부산에 살면서도 처음 가봤다.
저녁에 갔는데 하마터면 못 찾을 뻔했다. 간판에 불이 켜져있지 않아서다. 어랏? 문을 안연 건가. 영업을 하지 않나? 싶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안에 불애 켜져 있었다. 최근 숏폼 등 여기저기 좀 알려진 모양이다. 너무 알려질수록 가끔 현장이 초토화되는 사례가 있는데 여기가 아마 그런 곳이 아닐까 싶었다.
혼자서 김밥을 만들고 모든 것이 셀프인 시스템. 아낌없이 꽉꽉 채우는 재료 덕에 현금 계산만 가능한 시스템이다 보니 여기저기 불만도 많았으리라. 우선 건장한 남성 두 명과 건강한 나 셋이 들어가 김면장 김밥 1줄과 탕수육 김밥 1줄을 주문했다. 그리고 따뜻한 국수 한 그릇 씩을 주문했다.
김면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포인트는 바로 비닐장갑이 놓여 있다는 거다. 김밥집에 홀에 웬 비닐장갑? 하실 텐데 젓가락으로 김밥을 집어 먹다간 입에 다 안 들어갈 수 있으니 손으로 꽉 잡아 단디(단단히라는 부산 사투리) 입안에 넣으란 거다. 에이 얼마나 크길래 호들갑이야? 했던 내가 아~로 바뀌는 순간이다.
비닐장갑을 긴 채 김밥 하나를 손안에 넣은 후 입의 근육 운동을 잠시 하고 한 개를 집어넣었다. 이렇게 큰 게 들어가네? 하는 순간 김밥의 모든 재료가 입안에서 춤을 춘다. 이 많은 재료의 풍미가 제각각 맛을 내며 입속을 노닌다. 아! 이건 안 먹어 보고선 이 표현을 이해할 수가 없을 지경.
더 놀라운 맛은 바로 국수. 일반적인 멸치다시에 고명과 양념장 맛으로 먹는 잔치 국수가 아니라 땡초가 들어가 살짝 매우면서도 개운한 국수다. 김밥과 너무 잘 어울리면서도 배부른데도 계속 들어가는 국수다. 빅사이즈 김밥이 부담스럽다면 그냥 국수만 먹어도 충분한 맛과 양. 그래서 이름이 김밥과 면의 장, 김면장인가 싶다.
부산 남구, 수영구에 일이 있을 때 간편하게 딱 한 줄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소울푸드, 김면장 김밥. 안 가본 사람은 있어서 한 번간 사람은 없을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