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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도 이런 착한 식당 하나쯤은 있어야 했다

제주 성산덕이네

by 파란카피

연휴, 모처럼의 가족 여행이다. 해외보단 국내, 국내에서도 제주. 뻔한 루틴의 여행 말고 닥치는 대로 계획 없이 떠나자. 그래서 떠났다. 연휴인데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없었고 3박 4일의 일정 내내 관광버스는 한대도 보질 못했다. 제주의 비싼 물가 때문에 차라리 일본을 간다는 뉴스를 무심히 넘겼는데 아차 싶었다. 진짜였구나.


한 끼 식사에 3~4만 원은 기본 생각해야 한다는 얼마 전 제주를 다녀온 지인의 말처럼 흑돼지는 기본 300g의 근고기 가격들이 만만치 않았다. 솔직히 육지 돼지고기 가격 또한 살인적인 물가를 뛰어넘은 지 한참이지 않은가. 유명한 맛집보다 제주 동네 사람들이 좋아하는 집을 찾아다니다 마지막 날 저녁 보석 같은 집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서귀포 성산읍 온평리에 위치한 성산덕이네. 우렁쌈정식이 만원? 흑돼지 두루치기가 만천 원?? 아이들도 있고 해서 간단히 먹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동네 식당이니 예약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가 앉을 테이블이 남아 있었고 착석해 바로 주문했다. 4인 가족, 3인 가족. 매운 음식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소고기 버섯전골 中자(37,000원), 어른들은 우렁쌈정식 3개와 8,000 원하는 순두부찌개를 주문했다. 고등어구이(12,000원)를 곁들이면 좋다는데 작은 고등어 한 마리 시켜서 뭐 하겠어 싶어 주문하지 않았다.

큰 냄비에 나온 흑돼지 두루치기를 작은 접시에 덜어내주고 불 위에 순두부 찌개를 올려주었다.
이게 1인분의 순두부 째개!

우렁쌈정식 3개를 주문했을 뿐인데 찬들이 놓이고 흑돼지 두루치기가 나왔다. 저희 우렁쌈정식 주문했는데요?? 곁들여서 나오는 겁니다. 잘못 들었나 싶었다. 양이 적지도 않았다. 우렁쌈된장이 나오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을 위해 불고기 버섯전골에 다진 양념은 별도로 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을 위해 계란프라이 서비스까지... 이러고도 남는 게 있나 싶을 지경.

지인이 다음날 또 방문해 주문한 12,000원 고등어구이

그리고 늦게 순두부찌개가 나왔다. 1인분을 주문했을 뿐인데 작은 뚝배기에 나오는 게 아니라 대접 냄비에 나와 저희 1인분 주문했어요! 했더니 넉넉하게 드시라고 많이 드렸어요. 헉! 또 잘못 들었나?? 이 집 어쩌려고 이러시지? 제주에서 가족 7명이 가서 배부르게 먹고 78,000원이 나왔다. 바다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이런 집에서 말이다.

제주에도 많은 착한 식당들이 있을 테지만 이런 친절하고도 마음을 베푸는 찐 착한 식당 하나쯤은 꼭 있어야 했다.

그곳이 바로 여기, 성산읍 온평리 성산덕이네다. 덕이 너무 쌓여서 마음으로 넉넉히 나눠주는 집. 우리 가족이 먼저 부산으로 돌아오고 아직 남은 일정의 지인은 늦잠을 자고 다시 성산덕이네를 향했다고 한다. 어제 주문하지 못했던 고등어구이를 주문했는데 사이즈에 맛에 그만 입이 벌어졌다고. 다음에 제주를 간다면 꼭 흑돼지 오겹살을 먹어봐야지 하는 마음이다.


제주 제2공항이 성산에 들어서고 안 서고 보다 성산에 이런 착한 식당이 있다는 게 참 고마운 날이었다. 더는 일본으로 떠나지 말고 제주에도 이런 선한 식당이 있으니 다시 제주로 발길을 돌려 소담 소담 맛있는 밥을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땅, 우리 제주, 우리의 발길로 말이다.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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