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 메가마트 전후_前後

동네 사람들도 모르는 동래, 금정시장

by 파란카피

동래는 메가마트 전후로 나뉜다. 사람도, 문화도, 생각도. 적어도 내겐 그렇다. 메가마트 바운더리, 메가마트 건너편 금정시장 바운더리. 부산에서도 금정시장을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적을 거다. 그만큼 쇄락했고, 존재감이 없어졌고, 동래 속의 동래 아닌 후미진 전통시장 비스무리한 시장이 되어버린 터. 그곳을 다시 갔다. 내 어린 기억 속의 놀이터였던 그곳에 내 어린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아이, 내 아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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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0_091948.jpg 방치되어 흉물스러운 금정시장 내부


메가마트 전


돌 지난 시골 아기 하나가 동래 금정시장으로 이사를 온다. 사람 사는 냄새 가득하고, 정 넘쳤던 그곳에서 아이의 집은 근대화 체인이라는 슈퍼마켓을 열어, 누구보다 과자를 많이 먹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기분 좋은 기억의, 추억 속의 그곳이다. 시장의 중앙엔 채소가게도, 생선가게도, 시장 칼국수를 파는 곳도 모두가 어우러져 사람 소리 가득하던 그곳, 금정시장. 시장 안도 밖도 고루고루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주며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의 울타리. 명절이면 대목 장사에 발 디딜 틈이 없고, 이웃집의 어려움을 자기 일처럼 아파해주던 식구들의 장터, 그곳, 거기 금정시장. 적어도 메가마트가 생기기 전엔 그랬다.




메가마트 후


어느 날 갑자기 슈퍼마켓보다 훨씬 큰 메가마켓(메가마트의 처음 이름)이 생긴다고 한다. 미국처럼 창고형으로 어마어마하게 큰 슈퍼마켓이란다. 빅뉴스임에 틀림없는데 시장 사람들의 한숨은 그만큼 커져갔다. 1995년의 일이다. 그 큰 마트가 생기면 시장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는 자조 섞인 한숨은 커져만 갔고,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메가 한 마켓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하나씩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신기했던 것 중에 하나는 시장 상인도 메가마트에서 장을 볼 지경이란 것. 메가마트로 동래는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부산을 대표하는 상권이 될 만큼 가파른 발전을 이어갔다. 명절에 동래 메가마트 주위를 와 본 사람은 안다. 걸어가는 게 아니라 떠밀려가는 거리를. 그럴수록 맞은편 금정시장은 더욱 쇄락해져 갔다. 급기야 시장정비구역으로 개발이 진행되다 무산하기를 수차례. 결국 그곳은 흉물스러운 폐가나 다름 아닌 시간이 멈춘 공간이 되어버렸다. 자의적 젠트리피케이션, 이 텅 빈 금정시장의 그 사람 냄새와 사람 소리는 다 어디로 간 걸까.

20210920_092432.jpg 현재 금정시장 풍경


메가마트 그 후


다시 돌아오긴 역시 힘들다. 가끔 들러 추억을 소환하는 나는 이곳에 서동 미로 시장의 오마주를 꿈꾼다. 동래구에서도, 메가마트에서도, 지역의 문화개발을 위해 이곳을 예술인들의 예술공간으로 열어주는 것은 어떨까. 메가마트의 존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건재한 동래시장의 위엄과는 다른 컨셉으로 시장과 예술이 접목된 생활예술공간으로 함께 자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본다. 동래가 메가마트 전후로 나뉜다면, 이젠 다시 금정 문화시장으로 나뉠 수 있는 메가마트 그 후의 내일을 그려본다. 아이와 함께 들른 이 스산한 금정시장에서 어제의 내가 내일의 너의 꿈에게 부탁한다. 공존으로 더 행복한 내일을 당겨달라고.

20210920_092009.jpg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어린 시절 추억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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