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대한 미련한 접근

일상을 밝히는 이야기

by hesed by


# 들어가는 글


고도화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내야 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투자금액이 많던 적든 간에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국만 해도 2020년 주식투자 인구는 약 919만 명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투자자가 급격히 증가하여 2024년에는 1,410만 명까지 늘어났다고 하니, 최소한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인가, 나 역시도 흔히 '개미 투자자'라고 불리는 그들 중 한 명이 되었다. 경제적 성향도 다소 보수적인 데다가 여윳돈도 부족한지라 망설이고 망설이다 우연한 기회에 주식시장에 진입하게 되었는데, 경제 흐름도 익힐 겸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소액을 조금씩 꾸준히 투자하기 시작했다. 워낙 소액투자라 투자금액은 내놓기도 부끄러울 정도지만, 다행히도 최근 몇 년간 주식시장이 워낙 활황이라 얻어걸린 격으로 수익률은 그리 나쁘지 않다.


물론 이 글을 써 내려가는 이유가 주식을 잘하는 비법을 알려주거나 급등할 수 있는 종목을 추천하고자 함이 아니라는 것은 진작 눈치챘을 것이다. 사실 전문 투자자도 아니고 일명 슈퍼개미도 아닌 내가, 감히 그런 내용을 언급한다는 자체도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갑자기 주식에 관한 소회를 써 내려가는 이유는, 그동안 주식투자를 하면서 경제적인 흐름도 많이 배웠지만 그 이면에 도도히 흐르는 인간의 본질에 관한 인문학적 관점을 나누어 보고자 함이다.



# 인간의 욕망의 한계는 어디인가?


사실 주식투자를 가장 망설였던 이유 중 한 가지는, 행여나 자본주의의 망령에 사로 잡혀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탐욕의 세계로 접어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하다. 요즘처럼 주식이 보편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은 시대에 무슨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내면의 삶에 좀 더 가치를 두어 생각해 본다면 어떤 이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아무튼 그렇게 두려움 속에 시작한 주식 투자자의 길. 그런데 몇 년간 꾸준히 주식 시장을 접하며 전 세계의 경제소식과 흐름을 들여다보다 보니, 주식차트가 보여주는 가시적인 추세와 수익률 그래프보다는 오히려 그 이면을 움켜쥐고 흔드는 인간의 본성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례로, 얼마 전 매우 흥미로운 그러나 무척이나 가슴 아픈 기사를 접하게 되었는데, 바로 미국 AI 주식의 대장격인 '엔비디아"에 관련된 일이다. 주식을 하시는 분이라면 전 세계 AI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엔비디아"라는 회사를 당연히 알고 있을 만큼, 수많은 전 세계 투자자와 언론의 실시간 주목을 받고 있는 회사이다. 이렇듯 주식시장에서 매우 상징성인 위상을 지니고 있는 엔비디아가 얼마 전 실적 발표를 했는데, AI 거품론을 비웃듯이 엔비디아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자랑스럽게 발표했고 투자자들은 안도감에 휩싸이는 듯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하늘 모르고 또다시 치솟을 줄만 알았던 엔디비아 주가는 갑자기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현상을 두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는데, 물론 선반영 된 주가 상승분에 대한 차익실현의 이유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이 지적한 첫 번째 이유는 '실망감'이었다. 말인즉슨, 엔비디아의 깜짝 놀랄만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차례 큰 이익을 맞보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다룬 기사들이 여럿 언론에 등장했는데 그중 한 기사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 높은 기대, 더 큰 실망... 엔비디아는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참고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한국돈으로 약 6,000조인데 얼마만큼 큰돈인지 상상하기도 머리가 아프다. 아마도 엔비디아의 끝없이 오르는 우상향의 주식 차트를 뛰어넘는 것은, 한없이 치솟아 오르는 '인간 욕망의 우상향 그래프'일 것이다.



#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유익하기만 한가?


이러한 엔비디아의 기현상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가 떠오른다. 매일 같이 황금알을 하나씩 낳는 거위를 키우던 농부는, 하루에 하나씩 얻는 것이 너무 느리다고 생각한 나머지, 욕심에 눈이 어두워 거위의 배를 가르고 결국 모든 것을 잃는다는 이솝우화 이야기다.


물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하는 현대에 와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변하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 한 마리쯤 실수로 죽여도 또다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수없이 태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데, 기술만 있으면 얼마든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만들 수 있다는 기술 낙관론자와 물질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진 부류이다.


물론 현상적으로만 본다면 가능성 있는 주장이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르지만, 현대의 놀라운 과학 기술은 계속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들어 내며, 인류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가져다 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인간의 보편적 가치와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우리에게 유익하기만 할 것인지에 관한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인류의 부를 축적시켜 주고 물질적 풍요를 가져오겠지만, 그것은 결코 공평하지도 않을 것이고, 누군가를 배려하거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자비로운 마음과도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축적된 부를 가지고 그런 일들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역사의 교훈을 살펴본다면 인간은 대체적으로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만약 인류의 본질적 가치를 저버리고 부의 축적만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양심을 마비시키고 영혼의 눈을 가려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 것이다. 오로지 물질과 권력만이 정의와 도덕으로 둔갑하여 최고의 가치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최근 국제 사회에서 발생되는 일련의 기괴한 정치쇼와 경제패권 다툼 그리고 이를 위해 벌어지는 전쟁의 비극들을 바라보면 쉽게 감지할 수 있는데, 어쩌면 미래에 대한 기우가 아닌 이미 현실을 좀먹어 가고 있는 암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 인류는 일하지 않는 시대에 만족할 것인가?


이야기가 너무 먼 곳까지 나간 듯 하지만 한 가지만 더 언급하고 싶다. 최근 테슬라와 xAI의 수장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는 공식석상에서 "보편적 고소득"이라는 파격적인 개념을 제시했다. 요약해 보면, AI와 로봇이 인간의 모든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이 무한해지는 풍요의 시대가 올 것이며, 일반적인 사람들은 일하지 않고도 기본소득을 넘어서는 보편적 고소득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구심을 품게 되는 것은, 과연 인간의 욕망이 "보편적"이라는 상황을 참아낼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일론 머스크가 말한 시대가 정말로 온다면, 얼마간은 일하지 않아도 저절로 굴러들어 오는 고소득에 쾌재를 부르겠지만, 앞서 주식시장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부유하고 싶은 욕망, 남들보다 한 발짝이라도 더 앞서고 싶은 욕망, 남들과 차별화되려고 하는 욕망, 그 알량한 자존심과 비교 우의의 욕망은 "보편적"이라는 상황을 가만두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놓아 보인다.



# 영혼에 질문하고 철학을 세우라


'돈'은 중립적인 가치를 지닌다. '욕망' 또한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본능으로, 우리가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삶에 에너지를 부여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고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우리 마음의 상태, 더 나아가 우리 영혼의 상태가 평정심을 잃지 않고 본래 인간에게 부여된 가치를 지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주식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구조를 떠 받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고, AI와 로봇기술의 발전은 아마도 인류 문명에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 우리의 양심, 우리의 영혼의 상태를 올바로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와 철학이다.

주식은 투자의 수단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중요하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돈으로만 보일 수 있는 주식의 이면에도 충분히 '선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가치'들이 있다. 향후 사회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양심적이고 성장성 있는 기업들에 투자하여 발전기회를 부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투자수익에 대해 정직하게 납부된 세금은 공공복지에 사용될 수도 있다. 그리고 주식투자로 거둔 잉여의 수익을 단순한 과소비나 욕구해소가 아닌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사용할 수도 있다. 너무 거창한 얘기 같지만, 저마다의 올바른 '주식투자 철학'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단순히 차트의 오르내림에 이끌리어 욕망의 화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과 인류의 양심에 근거한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해 보자. 우리가 워런버핏과 같은 멋진 주식 철학을 가지고 매번 성공적 투자를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꾸준히 노력하며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뒤에 물결치는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다 보면, 조바심치 던 나의 마음은 가라앉고 나의 수익률 그래프는 안정적으로 그려질지도 모를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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