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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토스머프 Feb 11. 2023

지금은 역사가 되어버린 야나기유柳湯(21.2월 폐업)

일드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의 촬영지야나기유柳湯


얼마전 아주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다

제목은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넷플렉스에서 제작한 드라마로 23년 1월 초부터 방영되었다.

극적 긴장감 없는 잔잔한 느낌의 드라마를 좋아하고 특히 교토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꼭 보라고 권하고 싶은 드라마다. 

내가 재미있게 본 이유를 몇 가지 들자면

 1. 일본의 사시사철 풍속. 특히 교토 특유의 풍속을 볼 수 있다는 점

 2. 마이코舞妓, 게이샤芸者의 실생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

 3. 내가 좋아하는 시라가와白川 주변의 밤거리를 비롯해서 교토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주 비추어 주는 점

 4.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제철재료로 만든 음식이나 추억이 담긴 음식들이 소소하면서도 재미있는 사연과 함께 나온다는 점(주인공이 제철재료를 구입하러 가는 시장이 내가 자주 다니던 데마치상점가出町商店街인 것도 좋았다)

 5. 이 글을 쓰는 이유 가운데 하나인 교토의 오래된 센토銭湯 야나기유柳湯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야나기유는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키요가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즐겨 찾는 센토이다. 드라마에서는 4,5화에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4화에서는 욕조에 몸을 담든 채 콧노래를 부르는 키요의 모습이 나오고

5화에서는 단짝 친구인 스미레가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센토 입구에서 키요를 기다리다 만나는 모습이 나온다.

유나기유는 1931년 개업해서 거의 90년간 운영하다가 2021년 2월 폐업하였다.

이 드라마를 언제 촬영하였는지 모르겠으나 아마 폐업한 후에 주인장의 양해를 얻어 

이 곳에서 촬영하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교토에도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센토가 사라지고 있어 남아 있는 곳이 얼마 없다,

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고코-유五香湯도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옛 건물을 헐고 다시 건물을 지어 옛 정취가 나지는 않는다. 

카미교쿠上京区에 있는 후나오카온센船岡温泉, 쵸-자유長者湯, 교토역 아래에 있는 히가시노데유東の出湯, 그리고 후시미지역에 있는 신치유新地湯, 타카라유宝湯 이 정도가 오픈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센토가 아닐까 싶다. 


야나기유는 산죠다리三条大橋 근처에 있어 키요가 사는 하나미코지花見小路와 그리 멀리 않다. 그렇기에 폐업하였지만 이번 드라마 촬영장소로 선택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예전 방문 당시 남긴 메모와 기억을 토대로 이 센토를 소개한다.


교마치야 양식의 센토


건물은 전통적인 교토건축양식인 쿄마치야京町家이다. 

입구 위에는 이치몬지가와라一文字瓦의 지붕이 있고, 입구 옆의 정면에는 기다란 각목을 세로로 세운 키리코코-시格子切子格子 창문이 있다. 교토에서만 볼 수 있는 레트로 감성 분위기의 외관은 이 센토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의 촬영장소로 선택될 이유는 이 외관만으로도 충분하다.


모자이크형식으로 그린 타일그림이 압권


야나기유는 옛 정취를 풀풀 풍기는 외관 외에도 탈의실에 있는 모자이크 타일그림으로도 유명하다.

탈의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 벽면에 그려진 모자이크타일그림이다. 욕실로 들어가는 입구 위의 벽은 아주 큰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벚꽃이 핀 헤이안진구平安神宮의 정원인 신원神苑 동신원東神苑을 배경으로 연못에 걸려 있는 다리와 그 가운데 있는 타이헤이카쿠泰平閣의 모습을 색색깔의 타일을 사용해 모자이크 기법으로 그려 놓았다.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옮기면 세면대 옆에도, 욕실 입구 옆의 창문 아래 공간에도 모자이크타일그림을 볼 수 있다. 

세면대 그림은 어느 바다의 풍경을 그렸는데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욕실입구 옆의 창문 아래에는 미소를 자아낼 정도로 귀여운 개구리 모습이 있다. 이 센토의 이름이 야나기유인데 야나기는 버드나무를 말한다. 센토 이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버드나무가 있는 연못가에서 개구리가 점프하는 모습이 앙증맞게 그려져 있다.


골동품 가게에 온 듯한 탈의실 

     

모자이크타일그림을 한참 쳐다본 후 탈의실의 곳곳을 숨겨진 보물 찾듯이 찬찬히 훑어보았다.

탈의실에 있는 물건, 내부 장식 모두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

마치 골동품가게에 있는 느낌이다. 


나무로 만든 신발장, 기계식 체중계,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 듯한 안마의자, 벽걸이 시계, 그리고 교토 특유의 옷과 소지품을 담는 바구니인 야나기고-리柳行李와 이 옷바구니를 넣을 수 있는 가로가 더 긴 옷장 등, 탈의실에 있는 물건 하나하나가 여기를 들렸던 손님과 수 백, 수 만 가지의 사연을 가지고 있을 듯하다. 


여자 탈의실에서 수다 떠는 아줌마들의 목소리가 벽을 넘어 들려오는데

그것마저 정겹게 만드는 마법같은 공간이다.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타일을 볼 수 있는 욕실


욕실에는 동네의 작은 센토답게 아주 작은 욕조가 3개 있다.

열탕, 냉탕, 암반욕조..

욕조는 다른 욕객이 먼저 욕조를 차지하고 있다면 들어가기 민망할 정도로 작다.


열탕은 중간에 가로막을 두어 반은 깊게, 반은 얕게 만들어 놓았다.

교토센토 치고는 너무 뜨거워서 발만 담그고 나왔다.

그 다음에 들어 간 곳이 암반욕조다.


암반욕조는 남여탕을 가르는 벽의 한쪽 구석에 돌들을 붙여 욕조를 만들었다. 벽면에는 산처럼 보이게끔 자연석을 얇게 잘라 붙여두었는데, 산속에서 목욕하는 느낌이 난다. 

우리네의 온탕보다 조금 낮은 온도라 느긋하게 몸을 담글 수 있다. 

그리고 욕조 안에는 게와 조개의 작은 타일이 곳곳에 있는데 

욕조 안에 몸을 담그고 이것들을 찾아보는 것도 이 목욕탕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한다. 


욕조바닥 뿐만 아니라, 욕조 옆면, 테두리 부분, 욕실 바닥 등에 색, 크기, 모양이 다른 타일을 깔아 놓아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욕실이 화사하게 보인다.

암반욕조에 몸을 담그고 욕실의 타일들을 구경하면서 어느 술집을 갈까 고민을 하는데

벽면의 자연석 때문에 산속에 있는 느낌을 주어서 그런지 신선놀음을 하는 기분이다.


지금까지 아주 좋은 곳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의 메모를 보니 우유를 팔지 않는 것과 사우나가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적혀 있다.

뭐든 완벽할 수는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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