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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Aug 14. 2022

연속과 분절

서울대학교 미술관 | 2022.07.28 - 2022.10.09

서울대학교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일명 '샤'모양의 정문의 옆, 수풀 너머에 서울대학교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맑은 날씨에 관악산을 둘러보다가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히며 미술작품들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지금 <연속과 분절: 정탁영과 동시대 한국화 채집하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을 가장 큰 특징은 회오리치는 계단일 겁니다. 이번 전시에는 지하부터 꼭대기 층까지 <연속과 분절> 전시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가운데 뚫려있는 구멍을 통해 내려다보면 이번 전시에 어떤 작품들을 볼 수 있는지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전시에는 정탁영 작가의 작품을 필두로 구나영, 권세진, 김은형, 김인영, 민재영, 손동현, 유승호, 이지영, 진민욱, 최은혜, 허진 작가의 회화 100여 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전시의 가장 주가 되는 정탁영(1937~2012) 작가는 현대 한국화의 수립과 정착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받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품들은 한 홀에 모여 한눈에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정탁영 작가는 1960년대 묵림회를 시작으로 50여 년간 수묵 추상화 작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그는 먹과 한지를 주재료로 사용하며 수묵 산수에서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점차 형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면서 자신만의 추상세계를 이룩했습니다. 정탁영 작가는 철저하게 전통에 바탕은 둔 작가였습니다. 2015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있었던 전시에서 작가에 대해 설명하며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논어에서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이후에 한다는 뜻으로, 세상의 모든 일은 바탕이 있어야 함을 말합니다. '형식미를 너머 궁극적인 것'을 추구해 왔던 동양의 예술정신은 작가에게 있어 단단한 바탕이 되어 주었고 이를 통한 화면에서의 새로움에 대한 모색을 가져다준 듯합니다. 또한 작곡, 작사, 디자인, 공예, 건축을 넘나들었던 그의 다재다능한 능력들이 이번 전시에 보이는 작품들을 통해 거대한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탁영의 미술 세계와 연결되는 중견작가들과 신진작가들의 작품들이 미술관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나이도 다르고 학력도 다른 만큼 접점들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 이 작가들의 작품들 속에서 신기하게도 정탁영 작가의 모습들을 조금씩 발견해 볼 수 있습니다. 화면의 구도나 색의 배치,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추상적인 모습들에서 조금씩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한국의 미술세계가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그 사이에서도 아주 다양한 작품들이 창조되었다는 점을 이 전시를 가득 매운 중견,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느껴볼 수 있습니다.  


전시 서문에서는 지금 현대 한국화가 한국미술이 뜨거운 전선으로 복귀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며 이 전시의 궁극적인 의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전시들에서 한국화를 발견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또한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지는 수묵화가 우리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박혀있는 점도 한 몫할 겁니다. 하지만 한국미술은 일제시기 서양문화를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문화적 격동의 시간을 통해 현대화되고 서양화와 다른 한국미술만의 색깔을 쌓아온 것을 이 전시를 통해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 제목 - 연속과 분절: 정탁영과 동시대 한국화 채집하기

전시 위치 - 서울대학교 미술관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미술관)

전시 날짜 - 2022.07.28 ~2022.10.09

기타 문의 - (02) 880-9504

표지 출처 - 서울대학교 미술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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