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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Nov 15. 2022

Recombinant

리만머핀 | 2022.11.03 - 12.10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그 중간에 위치한 리만머핀은 1996년 라쉘 리만(Rachel Lehmann)고 데이비드 머핀(David Maupin)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국제적인 작가들을 새로운 지역에 소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서울의 깊어가는 단풍 속에서 2명의 작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KEUNMIN LEE, <Matter Cloud>, 2022, oil on canvas, 291 x 654.6cm
좌: MADNY EL-SAYGH, <Gucci Green Pearl>,  2022 | 우: MANDY EL-SAYGH, <Ariel>, 2022

이번 전시는 맨디 엘-사예(Mandy El-Sayegh)와 이근민의 2인전 <Recombinant>입니다. 전시 제목 'recombinant'는 '재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시 제목은 두 작가의 검색 엔진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인한 우연한 만남에서부터 작품들이 연결되는 지점들까지 전시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층에서부터 두 작가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유사해 보이는 두 작가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많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근민 작가의 작업은 마치 살점이나 장기들을 그린 듯한 추상적이고 유기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점들은 붉은 톤의 작품에서 더 추상적이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엘-사예의 작품에서는 좀 더 사회적인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마치 멍이 들거나, 피가 나거나, 창백해진 피부와 같은 그의 캔버스 위에는 문자와 그림 조각들이 모여 마치 피부 밑에 스며든 암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두 작가의 작품이 나란히 존재할 때 마치 한 인간의 안과 밖을 나누어 바라보는 듯합니다. 이근민 작가의 피부 아래 존재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어렵지만 실존하는 인체의 수많은 구성요소들 위에 엘-사예 작가가 제시하는 우리의 피부 위 존재하고 마치 문신처럼 몸 위에 새겨져 쉽게 떨궈낼 수 없는 사회와 정치의 모습을 엿보도록 합니다.  이는 두 작가가 만들어낸 한 개인의 신체의 내면과 외면의 연결고리들을 찾아보고 고뇌해보도록 합니다.

1층에서 실재적이고 신체적인 작품들을 만났다면 2층에서는 1층과 연속됨과 동시에 정신적인 영역까지 확장시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시장 가운데 놓인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가면 작가들의 또 다른 회화 작품과 함께 엘-사예의 사운드 작업 <En masse(collecitve body)>(with Lily Oakes, 2022)를 만날 수 있습니다. 2층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이 사운드는 병원 및 기타 기관에서 추출한 사운드 샘플과 작가 본인이 경험한 이명 증상에 대해 숨죽여 읊조리는 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엘-사예는 이태원에서 일어난 10.29참사의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일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써 질식사를 피하기 위한 지시사항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개인을 구성하는 육체적 구성요소와 이를 둘러싼 표피 위에 모든 요소들로 가득 찬 전시장의 위에서 들려오는 숨죽인 중얼거림과 소음은 마치 전시장을 통해 결합된 개인의 수많은 구성물들이 생존하고 존재하기 위해 머릿속에서 울림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작업을 하는 맨디 엘-사예와 경상북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작업을 하는 이근민, 이 두 작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완성된 <Recombinant>는 지구 반대편 다른 문화권, 성장 배경을 가진 작가들의 예술적 소통의 결과물입니다. 두 작가의 다른 듯 닮은 작품들이 가진 접점들을 엮어내며 새롭게 조합해 나가 보는 시각적 탐험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전시 제목: Recombinant

전시 위치: 리만머핀 서울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13 1층 리만머핀)

전시 날짜: 2022.11.03 - 12.10

관람 시간: 화-토, 11AM- 7PM

홈페이지: lehmannmaup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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