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균형이 이동한다.
여성은 ‘현실적’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늘 곁에 있는 남성을 타박한다. 그녀들의 잔소리는 끝이 없다.
범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이 현상은 왜 그럴까?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나은 존재라서?
호르몬으로 인해 기분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서?
아니.
여성이 “약자”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같은 종으로 구성된 [인간 사회]에서 오랜 시간 남성 중심의, 무력이 힘이었고 권력이었던, 그래서 부를 지닐 수 있는 기회조차 모조리 남성이 차지했던 기존 세상에서.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약자의 입장에서 출발해야만 했다.
여성은 살아남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포식하려는 남자들로부터.
생존 본능을 느끼고, 자신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대상을 직감적으로 인지했다.
그러나 여성은 ‘현명한 행동’을 하는 호모 사피엔스답게(호모 사피엔스의 어원은 현명한 사람을 뜻한다), 남성들로 하여금 자신을 지키도록 재교육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남성을 적으로 대하지 않고, 살살 구슬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현명한 여성들의 교육은 성공적이었고,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낼 수 있는 남성을 선택해 짝을 맺었다.
현실적으로 말이다.
여성은 신체적으로 남성보다 약하다. 물리적인 전쟁이 당연한 과거 세상에서 남성이 여성을 소유했다. 남자들은 순종적인 여자를 올바른 이상형으로 생각했다.
(여전히 한국 사회처럼, 또는 전쟁과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남성들이 순종적인 여자를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그러나 굳건해 보였던 남성 중심의 인간 사회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힘의 균형이 이동한다.
기술의 발달로 국가 간 전쟁 억지력은 높아졌고, 제도가 정비되어 폭력은 감시받고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다.
무엇보다도 자본주의가 세계로 확대되면서,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금융자본주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금융자본주의는 소비를 통해 윤택해질 수 있는 사회 구조 체제다. 타인으로부터 소비를 많이 받는 사람은 힘(경제력)을 지닌다.
전 세계에서 소비는 여성이 담당한 영역이고, 여성은 힘(무력이 아닌 경제력)을 쥐어주는 존재로 부상한다.
즉, 금융자본주의는 여성이 인간 사회에서 영향력과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체제 구조다.
지난 수만 년의 인간 종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체제. 전통이라는 이름의 기존 것은 모조리 뒤엎을 수 있는 특이점이다.
여성은 소비를 통해 곧 자신과 같은 여성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공감에 기반하고, 과정과 결과물 모두를 중요시 여기는 여성들이 사회의 수면 위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영향력을 펼치고, 영토를 넓혀간다.
남성이 모조리 차지하고 있던, 힘을 지닐 수 있는 기회들과 사회적 위치를 점거해 나간다.
느린 듯 보이지만, 아주 빠른 속도로.
여성들은 공감 능력이 부족한 남성들부터 점차 사회적으로 배제하기 시작한다. 사회의 중요한 위치에 걸맞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 우위 보장 체제에서 평생을 교육받고, 누려왔던 남성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역사적으로 한 번도 없던 일들이니까. 애써 부정해 본다. 그러다 안되면 떼를 쓴다. 젠더 갈등은 첨예해진다.
현실적이었던 여성들은, 체제 덕분에 힘을 차지해 나가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나의 안위는 경제력이 지켜준다.
이제, 남성을 재교육해야 할 이유가 없다.
나를 지키기 위해 남자는 옵션이다.
힘을 지닌 여성들부터 순종적인 성향의 남자를 찾기 시작하고, 남자의 공감 역량은 여성이 시간을 할애할지 말지를 가르는 기초 스펙이 된다.
남자를 소유한다는 개념과 관계가 등장하고 확대된다.
힘을 지닌 인간은 남녀를 불문하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말을 듣고 따르면 받아들이고, 아니면 억압하고 지배한다. 그마저도 안되면 그냥 시원하게 멸종시켜 버린다.
단, 이제는 [여성 우위 보장 체제]에서 말이다.
남자인 나는, 이 흐름이 거대한 쓰나미이고, 지구를 집어삼키고 있음을 안다.
금융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여성은 선택과 기회를 얻는다.
현명한 여성은 이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고
현명한 남성은 여성과의 조화를 생각해내야만 하겠다.
이는 철저히 현실적인 대응이다.
지금까지 여성들이 ‘현실적’이었듯
이제는 남성들이 ‘현실적’으로 굴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