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어요"라는 가장 정직한 대답에 대하여

​"다른 것이 정상 아닌가요?"

by 지인

"​모르겠어요"라는 가장 정직한 대답에 대하여


​세상은 질문을 쏟아내고, 우리는 무수한 대답을 강요받으며 삽니다. 가끔은 꼭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닌데도, 세상은 반드시 답을 들으려 안달이 나 있습니다. 그 재촉 끝에 어렵게 꺼낸 나의 답은 늘 한결같았습니다.

​"모르겠어요."

​그것은 내 안의 혼란을 가감 없이 드러낸 가장 솔직한 고백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원망과 책망이 섞인 날카로운 화살들이었습니다.

"네가 아는 게 뭐가 있니?"

"모른다 말고, 네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해 봐."

​어리둥절했습니다. 나는 '모른다'는 답을 내놓았는데, 왜 나의 대답은 답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요? 대화의 본질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인정입니다.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엉킨 실타래를 풀듯 차분히 기다려준다면 그 속 깊은 곳에 담긴 진실 한 조각이 자연스레 툭 튀어나왔을 텐데 말입니다.


​오늘 약을 처방받으러 간 병원에서, 내 머리를 툭 치는 한마디를 들었습니다.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게, 보통 사람들과는 좀 다른 비정상적인 상태 아닐까요?"

외줄 타기를 하듯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묻는 내게, 선생님은 덤덤하게 대답하셨습니다.

​"다른 것이 정상 아닌가요?"

​그 순간 가슴이 툭 내려앉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구나, 다 다르다는 것, 그게 바로 순리였습니다. 다르다는 것이 결코 잘못된 게 아닌데, 나는 왜 평생을 죄인처럼 숨죽이며 살았을까요.


​오른손잡이가 정상인 세상에서 왼손잡이로 사는 것. 타인의 잘못을 뒤집어쓰고도 입을 떼지 못한 것. 착한 게 좋은 거라는 말에 "제가 다 할게요"라며 나를 지워온 것. 나는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기준을 머리에 이고 살았습니다. 다른 것이 두려웠고, 혼나는 게 무서웠고, 화를 내는 상대에게서 도망치고 싶어 나를 죽였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왼손잡이여도 괜찮습니다.

상대의 잘못은 당당히 이야기해도 됩니다.

힘들면 못한다고, 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됩니다.

​내가 나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이기에 우리는 모두 그 자체로 소중합니다. 다른 것이 가장 정상적인 세상에서, 나는 이제 나만의 색깔로 살아가려 합니다.